조 동 현(·영암신문 영암읍 명예기자)


밝은 달빛이 깔린 들길을 거닐던 나그네가 외딴 집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안에는 피아노를 치던 소경인 어린 여동생과 오빠가 놀라 일어섰다.


한밤중에 홀연히 나타난 미지의 침입자. 침묵이 감도는 방안에는 희미한 촛불과 환한 달빛만 창문을 밝히고 얼떨결에 서 있는 오누이의 처량한 모습 있을 뿐. 나그네는 순간 솟아오르는 음악적 감흥에 취해 낡은 피아노 앞에 다가앉아 구름 사이에서 부서지고 깨어지는 달빛에 도취된 채 악상 따라 무아지경 속에서 연주하였다. 심금을 울리는 피아노 소리에 이윽고 소경인 소녀는 “아아, 베토벤 선생님!” 하고 외쳤다. 불후의 명작 월광곡이 이렇게 창작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베토벤의 월광곡과 김창조의 가야금산조 창작과정의 공통점은 자연과 인생을 그들의 천부적인 예술혼으로 승화시켜 음악적 감각으로 표현하였다는 점이다. 베토벤의 고향에는 베토벤의 예술혼을 움트게 한 자연과 그의 음악적 세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자취가 있다. 그래서 해마다 4백만이 넘는 음악애호가들이 그 곳을 찾아간다고 한다. 회교도들이 메카를 찾아가고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을 찾아 가듯이, 김창조의 고향 회의촌에는 민중음악인 가야금 산조를 태동시킨 용추골짜기의 빼어난 자연경관이 있고 가야금산조의 산실이며 안기옥·최덕삼·한상기 등 기라성 같은 제자들을 가르쳤던 야외 교육장 개금바위와 그가 거닐었던 산 길, 그가 노닐던 광대바위가 있다. 함평의 나비축제처럼 떠들어댄다면 어찌 산조 음악을 애호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지 않겠는가.


김창조의 예술혼이 관광 상품용으로 이용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암이 낳은 이 위대한 악성 김창조의 예술혼을 되살려 후세에 길이 전하고 더욱 발전·보급하는 일일 것이다. 초·중·고 등 대학교의 음악도 가야금산조 교육 일색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우리 영암을 가야금산조의 고장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오로지 영암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중앙부처를 찾고 출향인사들의 도움을 청하며 불철주야 노심초사하는 민선4기의 군정활동에 찬사를 보내는 주민들의 생각은 모두 같을 것이다. 폭락하는 채소의 제값받기와 판로개척에 군수부인까지 동원되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군정에 무슨 이의가 있겠는가.


프로시아를 통일했던 독일의 비스마크는 ‘小事 矛盾에 撞着함은 小人의 常事’라고 하였다. 소인의 하소연인진 몰라도 악성 김창조의 기념관과 공연장을 왕인공원의 주차장 근처에 건립한다는 계획이 사실이라면 그의 예술혼이 짙게 깔려 있는 회의촌으로 재정형편에 알맞은 규모로 변경할 것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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