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재 / ​​​​덕진면 노송리 송외마을生/전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한국전쟁피해자유족 영암군회장 / 수필가
신중재 / ​​​​덕진면 노송리 송외마을生/전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한국전쟁피해자유족 영암군회장 / 수필가

뉴질랜드로 여행을 떠났다.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 떼들의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명화였다. 남쪽에 '구멍을 따라 흐르는 물' 와이모토 동굴이 있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매료시켰을 경이로운 지하세계를 자랑했다. 기이한 자연의 형상이나 동식물의 모양으로 비춰 보이는 독특하고 신기한 석회암 동굴 속을 관람하며 탄성이 절로 터졌다. 동굴의 천정에서 영롱하게 반짝이며 서식하는 ‘거미 같은 빛을 발하는 반디 벌레인 ‘아라크노캄파루미노사’가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우리를 비춰 주었다. 마치 컴컴한 밤하늘을 찬란히 수놓은 은하수를 보는 듯했다. 이토록 신비롭기에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가 보다.

이 반디 벌레는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천정에 붙어 발광한단다. 안내자가 천정 측면을 조심스럽게 노크하니 반디 입에서 길이가 각기 다른 가늘고 투명한 거미줄이나 명주실 같은 영롱한 실을 곧게 내려뜨리고 있었다. 마치 관광객을 반기기 위해서 요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이들의 생존경쟁이요, 약육강식을 위한 먹이 그물인 것을 알았다. 

바다로 향한 동굴 입구에서 수많은 작은 곤충들이 빛을 보고 날아들어 그물에 걸린 먹이로 살아간단다. 그 많은 벌레를 먹일 만한 먹이가 날아들까? 서로의 다툼도 없이 조용히 자기의 그물에 걸린 것만 먹는다니, 사진을 촬영하거나 불빛을 비추면서 소리를 지르면 그들의 먹이 사냥에 방해가 되어 희귀 곤충을 보존할 수 없기 때문에 조용히 감상하기를 권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겼다.

이런 형용할 수 없는 찬란한 광경을 보면서 친구들과 뒷산에서 뛰어놀았던 유년 시절이 생각났다. 나뭇가지로 조그마한 집을 지어 그 안에 콩이나 곡식을 넣어 유인했다. 대나무를 휘어서 아래로 내려 그 탄력을 이용하였다. 나무집 문턱을 조금만 건드리면 토끼, 새, 꿩이 걸리게 예민한 덫을 만들었다. 겨울에 먹이가 부족한 동물들은 그걸 먹다가 걸리기도 했다. 철사를 이용해 나무에 묶고 올가미를 만들어 가운데 먹이를 놓아 작은 산짐승이 놀다 걸리면 잡아 구워 먹었다. 짜릿한 그 맛이 기억에 남는다. 아라크노캄파루미노사가 타액을 정성껏 늘여 뜨려 먹이를 구하는 것처럼 야생동물을 섭렵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련하다.

교직 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쯤 될 무렵 친한 친구 네 명은 자주 만났다. 같은 연령대로, 승진을 하기 위해서 무슨 공부를 해야 할까? 늘 노심초사했다. 평교사만으로 정년을 맞을 수 없다며 무슨 그물을 쳐야 할까? 만나면 대화 내용은 진지하였다. 그 친구들은 벽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승진의 앞날이 밝았으나 나는 나만의 승진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1999년 K 특수학교에 전입하게 되어 승진할 수 있는 근무를 시작한 셈이다. 그에 만족하지 않고 장학사 시험에도 도전하여 합격을 했다. 학수고대했던 승진의 길이 열린 것이다. 두 가닥의 거미줄에 승진의 열매가 열렸다. 

젊은 교사 시절 J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저는 특별히 잘 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큰일입니다.”라고 말하니 “명주실은 여러 개의 고치에서 실을 뽑듯이 자네 색깔의 특유한 실을 뽑아내 보시게나.”

어두움이 찾아오기 전에 아라크노캄파루미노사가 타액을 내리듯 나만의 스펙을 오늘도 계속하여 쌓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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