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 역사의 선점을 둘러싼 기(氣)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영암군과 나주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시종면과 반남면은 대형 고분군이 산재해 있어 고대 마한 역사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잊혀진 마한의 역사가 정부의 특별법 제정으로 복원 작업이 가시화되면서 주변 자치단체의 선점을 위한 기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시종면이 고대국가 ‘마한’(馬韓)의 고유지명을 딴 행정구역 명칭을 ‘마한면’으로 변경을 추진하자 나주시 반남면 주민들이 반대에 나선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2015년부터 ‘마한축제’를 각각 개최하고 있는 영암군과 나주시의 연장선에서 이뤄지고 있는 ‘마한’의 주도권 싸움에 다름 아니다. 똑같은 주제를 놓고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고 있는 ‘마한축제’는 누가 봐도 예산과 행정력 낭비일 뿐이다.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한때 전라남도 주관의 통합 축제로 개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나주시의 미온적인 자세로 아직껏 통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마한면 명칭변경에 따른 반남면 주민들의 반대 서명도 나주시가 마한 역사의 주도권을 영암군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추측된다. 물론 마한은 어느 특정지역에 국한시켜서는 안될 사안이다. 고대 마한의 공간범위가 경기, 충청, 호남 등 한반도 중서부~서남부지역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종면은 마한의 대표적 묘제인 옹관묘 60여기 외에 해양제사 유적인 남해신사, 그리고 2021년 금동관 편이 출토된 시종의 쌍고분 등 당대 최고 수장층의 고분군이 산재하고 있어 고대 마한의 중심지였음이 입증되고 있다.

국립나주박물관 유치에 나섰다가 뒤늦게 뛰어든 나주시에 빼앗긴 전력이 있는 영암군으로선 앞으로 들어설 국립마한센터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쌍무덤의 국가사적 승격 추진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작업 등 산적한 현안 해결에 영암군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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