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송 / 학산면 광암마을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한 ·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공동대표
현의송 / 학산면 광암마을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한 ·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공동대표

동경사무소 재직시절 고마쓰고이치(小松光一) 교수와 나가노(長野)현 이이다(飯田)시 농촌청년들 모임에 강사로 참석하는 기회에 함께 가서 견학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고향납세(故鄕納稅) 제도의 성공지역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이이다(飯田)시는 버스로 도쿄에서 4시간, 나고야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다. 전에는 양잠이 주산업이었으나 지금은 배, 사과, 곶감 등 농산물이 많이 생산되고 낙농 등 축산업도 발전한 인구 10만 명의 중 산간 농촌형 소비도시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들어온 정밀기계공업도 이 지역 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이다 시는 ‘교육 우선’의 도시로 유명하다. 일본에는 ‘공민관 교육’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으며 인구 3천명에 하나꼴로 공민관이 있는데, 이것은 향토의 부흥과 주민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기 위한 민주주의의 학교 운영이라는 목적을 갖고 발족한 일본 특유의 사회교육기관이다. 공민관에는 행정기관에서 나온 직원이 1명 정도 상주하면서 각종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행사주관을 지도하며 기타 상담활동 등을 한다.

이이다 시는 다양한 주체의 협동으로 지역사회를 만드는 지방 도시로 유명하다. 그 하나가 지역 환경권 조례를 근거로 분권형 에너지 자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 환경권은 재생 에너지 자원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전 시민 소유의 자산이라고 보고 시민에게는 재생 에너지를 우선적으로 활용해서 지역사회를 운영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판매 수익은 전액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 

이이다시의 시장 마키노 미쓰아키(牧野光明) 씨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중요시하는 것이 이 지역의 문화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향납세제도도 기부금을 수령해서 종료된 것이 아니고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기부자와 얼굴이 보이는 관계를 중요시하고 돈 버는 것보다 사람을 버는 것이 먼저라고 늘 말한다.

그래서 고향납세제도가 도입되면서 이이다 시는 자연자원을 지키는 수단으로 생각되는 특산품에 스토리를 연상시키는 답례품을 만들었다. 시장은 어떤 경우라도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중요시하는 것이 이이다시 다운 시민정신이라고 자랑한다. 고향납세에서도 기부금을 받으면 끝이 아니고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부자와 얼굴이 보이는 관계를 중요시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최초의 답례품으로 이이다의 자연자원을 지키고 싶다는 이미지가 연상되는 상품으로 쇠고기, 쌀, 민물장어, 복숭아, 사과, 사과주스 등 40개 품목을 선정했다. 

이이다시는 인구 비례로 불고기집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최초의 답례품으로 육질이 좋은 ‘이이다 산 미나미신슈’南信州)이라고 적극 홍보했다. 2021년 고향납세 실적은 9만8천 건에 3억5천만 엔(약 35억 원)으로 전국 지자체 중 500등 정도로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많은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키노 시장의 아이디어로 ‘미나미신슈햇빛펀드’를 만들었다. 공공건축물의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하나의 발전소로 생각하고 전국에서 최초로 시민 모두의 출자를 받아 펀드를 조성했다. 시민만이 아니고 전국에서 기부금을 모아서 10년 동안 운영해서 수익을 내고, 투자자에게는 전액 이자를 붙여서 상환했다. 10년 동안 함께한 외부의 투자자를 중요시한다는 생각으로 출자자를 이이다시에 초청해서 심포지엄과 현지 시찰도 실시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이다시에 관심과 사랑을 부탁했다. 출자자는 자기의 출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시의 행정에 도움이 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고향납세금의 사용 방향을 매년 공시한다. 관광과 문화의 진흥 사업, 인재육성 지원과 체험활동 추진, 인형극 만들기 지원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사전에 선언한다. 고향납세를 사용하는 사람과 기부하는 사람이 상호 보이는 관계를 구축하고 성장산업, 필요한 사업을 발굴해서 시 행정을 계속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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