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69)
■ 도갑리1구 죽정마을(13)

도갑사 대웅보전 / 2005년 단층의 대웅전을 뒤로 옮기고 그 자리를 발굴해보니 수미왕사가 중건한 75평의 대웅전 자리가 나와 현재의 대웅보전으로 복원하였다.
도갑사 대웅보전 / 2005년 단층의 대웅전을 뒤로 옮기고 그 자리를 발굴해보니 수미왕사가 중건한 75평의 대웅전 자리가 나와 현재의 대웅보전으로 복원하였다.

문수신앙의 발상지, 도갑사

도갑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문수신앙의 발상지, 산문에 문수·보현동자가 모셔져 있는 도갑사 해탈문”이라는 도갑사 소개 글이 나온다. 문수보살은 지혜의 화신으로 일컬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 문수신앙을 대표하는 사찰은 오대산 상원사와 월출산 도갑사로 알려져 있다. 

홈페이지에도 소개되어 있듯이 도갑사에서는 문수신앙과 관련한 특별한 유물과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해탈문에 봉안된 문수동자상이다. 사자를 타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기사문수동자상’이라 부른다. 이는 지혜를 상징함과 함께 위엄과 용맹을 표현한 것이다. 사자를 타고 있는 모습은 “문수의 몸은 모두 백색으로 머리 뒤에 빛이 있다. 칠보의 영락, 보관, 천의 등으로 장엄하며 사자에 타고 있다”는 <다라니집경(陀羅尼集經)> 기록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1997년 2월 18일 도갑사 경내에서 발견된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청동문수동자상이 있다. 높이 15㎝ 정도의 작은 불상이지만 사자 등 위에 놓인 연화좌에 앉아 있는 것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현재 성보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2008년에 복원된 대웅보전 편액 위에는 청사자를 타고 있는 문수동자와 코끼리를 타고 있는 보현동자가 묘사되어 있다. 문수가 지혜를 상징한다면 보현은 실천행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래서 문수와 보현은 늘 함께 등장한다.

지혜의 화신, 문수보살
 

월출산 도갑사 대웅전 편액 / 위 문수·보현동자 왼쪽이 흰 코끼리를 타고 있는 보현동자, 오른쪽이 청사자를 타고 있는 문수동자. 도갑사가 지닌 상징적 보물인 목조 문수-보현 동자상을 대웅보전 편액 위에 그림으로 재현해 놓았다. 대웅보전 편액과 주련은 의제 허백련을 사사한 진도 출신 한국화가 금봉(金峰) 박행보의 글씨다.
월출산 도갑사 대웅전 편액 / 위 문수·보현동자 왼쪽이 흰 코끼리를 타고 있는 보현동자, 오른쪽이 청사자를 타고 있는 문수동자. 도갑사가 지닌 상징적 보물인 목조 문수-보현 동자상을 대웅보전 편액 위에 그림으로 재현해 놓았다. 대웅보전 편액과 주련은 의제 허백련을 사사한 진도 출신 한국화가 금봉(金峰) 박행보의 글씨다.

지혜의 화신 문수보살의 산스크리트 명은 만주슈리(Manjusri)다. '만주'는 '아름다운' '매력 있는' 뜻의 형용사로 묘(妙)라 하며, '슈리'는 '행복한', '상서로운' 내지는 '영광'이란 뜻으로 길상(吉祥)이라 한다. 그래서 이 말 전체를 묘길상(妙吉祥), 묘덕(妙德) 등으로 의역한다. 문수사리(文殊師利)니 만수실리(曼殊室利)니 하는 명칭은 이 만주슈리의 음역이며, 문수란 문수사리를 요약한 말이다.

불교에서는 지혜를 일러 반야(般若)라 한다. 이는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인 지식을 초월하여 사태를 대상적, 부분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사태와 완전히 하나가 되어 이치를 꿰뚫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반야의 추구가 보리심(菩提心)이다. 지혜와 진리를 구하는 마음이요, 깨달음을 추구하는 열정이다. 

문수보살은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 인도에서 태어나 반야(般若)의 도리를 선양한 이로서, 항상 반야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는 『반야경』을 결집, 편찬한 이로 알려져 있고, 또 모든 부처님의 스승이요 부모라고 표현되어 왔다. 이는 『반야경』이 지혜를 중심으로 취급한 경전이고, 지혜가 부처를 이루는 근본이 되는 데서 유래된 표현이다.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에서는 문수보살이 등장하여 보리심을 묻는 선재동자에게 선지식을 찾아뵐 것을 권유한다. 그리하여 선재는 50여 명의 선지식을 찾아본 연후에 마지막으로 미륵보살을 만난다. 그런데 미륵보살은 지금까지 가르침을 준 모든 선지식이 보살행을 닦은 것은 모두 문수의 힘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문수를 찾아뵐 것을 권한다. 선재는 미륵의 요청대로 다시 문수보살에게 되돌아온다. 문수보살에 귀의한 선재는 문수의 지시에 따라서 보현보살을 뵈었으며 이어 보현의 행원(行願)에 들어가게 된다. 

문수보살의 십대원(十大願)

이 문수보살에게도 다른 불보살처럼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십대원(十大願)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성취하게 하고 갖가지 방편으로 불도에 들게 한다.
2. 문수를 비방하고 미워하고 죽음을 주는 중생이라도 모두 보리심을 내게 한다.
3. 문수를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깨끗한 행을 하거나 나쁜 짓을 하거나 모두 보리심을 내게 한다.
4. 문수를 속이거나 업신여기거나 삼보(三寶)를 비방하며 교만한 자들이 모두 보리심을 내게 한다.
5. 문수를 천대하고 방해하며 구하지 않는 자까지 모두 보리심을 내게 한다.
6. 살생을 업으로 하는 자나 재물에 욕심이 많은 자까지 모두 보리심을 내게 한다.
7. 모든 복덕을 부처님의 보리도에 회향하고 중생이 모두 복을 받게 하며, 모든 수행자에게 보리심을 내게 한다.
8. 나쁜 짓을 많이 하여 육도를 윤회하는 중생들과 함께 태어나 교화하되, 혹은 빈궁자가 되고 혹은 소경, 벙어리, 귀먹어리, 거지가 되는 등 모든 중생들 속에서 같은 종류, 같은 인연, 같은 일, 같은 행동, 같은 업으로 그들과 함께 살면서 불법에 들게 하고 보리심을 내게 한다.
9. 삼보를 비방하고 악업을 일삼는 중생들이 모두 보리심을 내어 위없는 도를 구하게 한다.
10. 문수와 인연이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자(慈) 비(悲) 희(憙) 사(捨)와 허공 같이 넓은 마음으로 중생을 끊임없이 제도하여 정각을 이루게 한다.

수미왕사, 신미대사, 세조, 문수신앙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다루기로 한다.
 
/김창오(월인당 농촌유학센터장)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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