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목) 기찬랜드 내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서 마한역사문화연구회 주관 ‘해양제사 유적과 월출산’을 주제로 ‘2022 마한 학술세미나’가 개최된 가운데 시종 남해신사와 관련된 제사유적에 대해 중앙대 송화섭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12월 1일(목) 기찬랜드 내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서 마한역사문화연구회 주관 ‘해양제사 유적과 월출산’을 주제로 ‘2022 마한 학술세미나’가 개최된 가운데 시종 남해신사와 관련된 제사유적에 대해 중앙대 송화섭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12월 1일 기찬랜드 내 트로트가요센터에서 (사)마한역사문화연구회가 영암군의 지원을 받아 ‘해양제사 유적과 월출산’이라는 주제로 마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번 세미나는 월출산과 남해만을 중심으로 형성된 해양제사의 특징을 찾아보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해상강국 마한의 중심지로서 영암의 역사적 위치를 밝혀 세계유산 등재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세미나 주제를 정하였다. 국립마한센터 유치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마한의 심장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 영암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가 영암의 역사문화자원을 새롭게 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월출산의 제사유적과 영암의 해양사적 위치’(박남수, 동국대 동국역사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영암지역 제사유적의 고고학적 성과와 향후 과제’(이범기, 전남문화재연구소장), ‘삼국사기 제사지 소사에 대한 고찰’(김진광, 한국학중앙연구원), ‘월출산의 관음신앙’(송화섭, 중앙대), 그리고 필자의 ‘죽막동 제사의식과 남해신사’ 등 모두 5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월출산과 남해신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해양제사 신앙의 특징을 집중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국회 예산 심의 때문에 직접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대신 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낸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영암은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전제하고 하루바삐 추진단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오키노시마 해양 유산

오늘은 이미 필자가 다룬 바 있고, 이번 세미나의 주제이기도 한 영암의 해양제사 특성을 재론하고자 한다. 필자는 부안의 죽막동 유적을 남해신사와 연결지어 살폈다. 그것은 해신을 모시는 사당으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우리 영암 시종 남해포에 있는 ‘남해신사’의 세계문화 지정 가능성을 모색해보려는 의도에서였다. 이때 주목되는 것이 일본의 오키노시마 해양 유산의 세계문화 지정이었다. 일본의 사례 검토는 마한 시대부터 그 역사성을 지닌 남해신사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생각하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리라 생각한다.일본 오키노시마(沖ノ島) 해양유산군(群)은 2017년 7월 제41회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결정되었다. 그때 일본이 유네스코위원회에 제출한 명칭은 ‘성스러운 섬 오키노시마와 무나타카다 지역의 관련 유산군’으로, 일본명은 ‘神宿ゐ島 宗像·沖ノ島と關連遺産群’이다. 영문으로는‘Sacred Island of Okinoshima and Associated Sites in the Munasata Region’이다. 필자가 일본 원명 및 영어 표기까지 함께 적은 것은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성스러운 섬 오키노시마와 무나카타 지역의 관련 유산군’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을 보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유산 심사 및 등재 과정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집약한 유효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유산군은 4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진 ‘성스러운 섬’과 연관된 8개의 구성요소로 된 문화유산이다. 오키노시마 섬에서는 1956년부터 1971년 사이 3차례의 학술조사와 수차례에 걸친 발굴작업결과 고대 한반도나 중국 등으로부터 전래된 거울·금반지 등 8만 점에 이르는 국보급 유물의 봉헌물이 출토되어 ‘일본 왕실의 보물창고’인 우리에게는 통일신라 촌락문서가 발견된 정창원에 빗대어‘바다의 정창원’(正倉院)이라 불렸다.

각 요소를 살펴보면, 일본 열도와 한반도 사이의 해협에 있는 규슈 북부의 무나카타 지역에서60km 북서쪽에 위치한 ①오키노시마(沖ノ島) 섬을 비롯하여 ②코야지마(小屋島) 암초 ③미카도바시라(御門柱) 암초 ④텐구이와(天狗岩) 암초 등 세 개의 암초로 구성된 무나카타타이샤 오키쓰미야신사(宗像大社沖津宮) ⑤무나카타타이샤 오키쓰미야 신사 요배소(宗像大社沖津宮遙拝所) ⑥무나카타타이샤 나카쓰미야 신사(宗像大社中津宮) ⑦무나카타타이샤 헤쓰미야신사(宗像大社辺津宮) ⑧신바루·누야마 고분군(新新原·奴山古墳群)이 그것이다.

대표적으로 ①오키노시마 섬은 4세기부터 9세기에 걸쳐 자연숭배에 기초한 제례의 변화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연대기적 기록이다. 그리고 무나카타타이샤 신사는 각 3개의 신앙장소, 즉 오키노시마 섬의 오키쓰미야 신사, 오시마 섬의 ⑥나카쓰미야 신사 그리고 규슈 본토의 ⑦헤쓰미야 신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 3개의 신사는 고대 제사유적을 기원으로 하며, 지금도 신앙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오키노시마 인근 해역에서는 항해술에 능한 고대 호족인 무나카타 가문이 해양지역을 무대로 대외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무나카타 세 여신의 탄생신화

4세기 후반에 일본과 중국, 한반도의 고대 왕조와 교류가 활발해지자, 오키노시마에서는 항해의 안전과 교류의 성취를 기원하는 제사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대규모 제사는 고대국가와 무나카타 호족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는 국가 제의에서 중국과 한반도의 고대 왕조와 교류를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무나카타 가문이 오키노시마 섬에 깃든 무나카타의 세 여신 신앙은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일본서기’와 ‘고사기’ 등 일본 역사서에 등장하는 무나카타 세 여신의 탄생신화는 다음과 같다.

일본 건국신화의 주요 신인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가 맹세할 때,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의 검을깨물고 뿜어낸 숨의 안개에서 ‘타고리히메’ ‘타기츠히메’ ‘이치키시마히메’라는 세 여신이 탄생했다. 세 여신은 아마테라스의 칙명에 의해 무나카타에서 한반도로 향하는 고대 항로에 해당하는 ‘바다의 북쪽 길’에 나타난 이후, 국가의 수호신으로 숭배되고 있다.

또한 ‘일본서기’에는 무나카타 세 여신이 ‘미치누시노무치’ 즉 모든 길을 인도하는 가장 고귀한 신으로 추대받은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 문헌자료에 등장하는 여신들의 출현장소와 오늘날의 현지 기록과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나 무나카타의 세 여신이 일본 건국신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⑤무나카타타이샤 오키쓰미야 신사 요배소는 18세기까지 오키노시마 섬을 멀리서 참배하는 장소로 기능하였다. 마지막으로 ⑧신바루·누야마 고분군은 오키노시마 섬에 대한 신앙의 전통을 키운 무나카타 가문의 존재를 증명하는 분묘군으로, 전방후원분 5기를 포함한 크고 작은 41기의 고분이 있다. 오키노시마에는 성스러운 섬을 숭배한 일본인들의 세 여신 신앙 이외에도 다양한 금기사항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우선 섬 전체가 여신의 몸으로 성역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여성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또한 상륙을 허락받은 남성은 부둣가에서 바닷물에 몸을 담가 부정을 없앤 후에야 섬으로 출입이 허용되었다. 그리고 섬에서 보고 들은 것은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며, 나무·풀·흙 등을 가져가서는 안된다는 사항을 들 수 있다.일본은 ‘성스러운 섬 오키노시마와 무나카타 지역의 관련 유산군’의 탁월한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입증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추천 기준을 만들었다.  

①의 유적은 오키노시마에서 시작된 고대 제사의 변천으로 4세기부터 9세기 동아시아의 가치관의 교류를 나타낸다.②의 유적은 섬을 숭배하는 문화적 전통이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계승되어 온 물질적 증거이다. 특히 오키노시마는 1,500년 이상 신성한 섬으로 자리매김해왔다.③오키노시마 지역에서 무나카타 여신 신앙의 발자취를 전승하는 유산군은 해상안전을 기원하는 ‘살아있는 전통’(living heritage)과 명백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추천 기준을 설정한 추진위원회는 본격적인 신청 준비에 들어갔다. 곧 일본의 사례를 통해 월출산과 남해신사, 상대포 등에서 보이는 제사유적을 토대로 그것의 현재적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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