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철 / 군서면 모정리 출생 /전 현대택배(주) 전무이사 / 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심사위원
신순철 / 군서면 모정리 출생 /전 현대택배(주) 전무이사 / 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심사위원

서울 둘레길156.5km를 4월부터 걷는 일정에 따라 7.8월 폭염 속에서도, 세차게 내리는 폭우에도 비를 맞아가며 걷고 또 걸어서 9월엔 마지막 코스를 걸었다. 최종코스는 북한산과 도봉산을 연결해주는 북한산 둘레길인데 서울 둘레길과 겹치는 구간이다. 북한산 우이역을 출발하여 주차장을 지나 올라가니 도로변에 무궁화꽃이 만발해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무궁화는 수백년 전부터 한반도 전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꽃말처럼 끈기, 섬세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우리민족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꽃으로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법률이나 공식적인 규정으로 국화로 지정 되지는 않았지만 국민 모두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기고 있다. 마을을 지나 고개를 넘어 가는곳에 서울 둘레길 마지막 스템프를 찍는 우체통이 있다. 

그동안 27번의 구간마다 다양한 모양의 스탬프를 찍고 오늘은 마지막 빈칸에 28번째 스템프를 찍었다. 싱그럽고 평온함을 선사해준 자연의 섭리에 감사함을 느끼며 뜨겁게 가슴이 셀레인다. 한참을 오르락내리락 산모퉁이를 돌아 야산으로 내려오니 원당샘이 반긴다.

원당샘은 600여년 전 파평 윤씨가 일가를 이루어 원당마을 식수를 이용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그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2011년 서울시가 도봉구 문화 휴양 관광지구로 지정하여 복원 되었다고 한다. 원당샘 바로 옆에 서울시가 1968년 보호수 1호로 지정한 수령 600여 년된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다. 은행나무 앞 숲길부터 연산군 묘와 세종대왕이 가장 아꼈다는 둘째딸 정의공주와 사위 안명담의 묘가 있는 왕실묘역 길이다. 왕과 왕비의 무덤은 능이라고 하지만 연산군은 폐위되어 군으로 감봉되어 묘라고 하였다. 왕실묘역을 지나 가까운 거리에 우리나라 현대시를 대표하는 자유와 사랑을 노래한 김수영 문학관이 있다.

또한 도봉구에는 우리 시대의 큰 어른 민주 인권 사상가 함석헌 선생이 평생 살았던 집터에 세워진 기념관도 있어 도성 밖의 역사문화 자치구라고 한다.

산길을 걷는다. 숲길은 늘 상쾌하고 청량감을 준다. 도시의 답답함을 벗어나서 마음까지 넓어진 느낌이다. 붉으스레 한 몸통으로 하늘 높이 뻗어 오른 소나무 숲을 바라보며 걷다가 쌍둥이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 아래 쉼터에 걸터앉아 간식을 먹기로 했다. 각자가 조금씩 가져와도 펼쳐 놓으면 항상 푸짐하다.

한 친구가 특별히 오늘을 기념하여 자축하며 즐기고 싶다고 돼지고기 수육을 삶고, 맛있는 겉절이 배추김치를 감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왔다. 숲속 쉼터에서 구수한 돼지고기 수육에 막걸리 한잔의 맛은 보약을 마시는 기분이다.지척 간에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과 불암산이 바로 눈앞에 쫙 펼쳐진다. 이곳이 아니면 결코 볼 수 없는 황홀한 풍경이다. 모두들 사진을 찍으며 추억 쌓기에 바쁘다. 전망대에 세워진 당나라 최고시인 이태백의 산중문답을 읊는다.

묻노니,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가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숲길로 내려선다. 북한산 둘레길 방학동 둘레길과 겹친 부분을 지나 고개마루 왼쪽 길부터는 서울 둘레길이다. 좁은 골짜기를 따라 걸으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너른 들판길이 나오고 하천 위 세월교 다리를 건너선다. 이곳에서부터 도봉 옛길이 시작된다. 도봉산역으로 가는 길목에는 여러 시인의 시 표석과 쉼터가 있다. 자연생태 해설판을 따라 내려와 도봉산 탐방지원센터에서 서울 둘레길 인증서 신청서류를 작성하도록 안내를 받았다.

서울 창포원 안에 있는 둘레길 서비스센터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고 서울시장이 발행해 준 인증서와 기념배지를 받으니 무척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70대 중반 10여 명의 친구들이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서울 둘레길을 완주한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쾌거였다. 기분 좋은 기념잔치를 위해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가에 들어서니 천상의 세계를 떠나 시끌버끌 인간 세상에 들어선 느낌이다. 도봉산 입구 고향식당에 자리 잡고 오리백숙 진수성찬으로 늦은 점심을 하며 서로 간의 칭찬과 격려로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감사의 축배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꼭 가기로 약속했던 고향산천의 영암 둘레길 걷는 날을 기대하면서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며 힘들고 어려웠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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