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중 / 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김 기 중 / 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부쩍 추워진 날씨가 어느새 수능일이 왔음을 알린다. 전국의 사찰과 교회에서는 진즉부터 수험생들을 위한 기도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현대판 세시풍속이 되어 버린 소위 ‘수능대박’ 기도는 대입제도의 공정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강화된 수능시험이 입시경쟁의 정점에 서 있음을 웅변해준다. 결국 대학서열이 해체되지 않는 이상 입시제도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학생 변별 수단’을 벗어나기 힘들고, 이로 인해 올해도 입시경쟁은 완화될 수 없음을 아프게 실감한다. 지금 전국의 고3 교실은 모습은 어떤가? 9월부터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되고 수시전형에 3학년 2학기 성적과 출결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2학기 정상적인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면접 준비에,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수능에만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의 조사에 의하면, 중등교사의 97.92%는 대학서열에 따른 입시경쟁이 교육과정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응답하였고, 89%는 학생 변별을 위하여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를 출제하였다고 응답하고 있다. 대입으로 인한 고3 교육과정 파행 운영의 고백록인 셈이다.

현행 수능시험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도 배치된다. 이 교육과정에 의하면,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게 되어 있는 ‘고교학점제’가 2025년에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2025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2028년도에 대학에 들어가게 되며, 2028년 시행될 대입제도는 4년 예고제에 따라 2024년 2월 말까지 발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당장 지금부터 국민적 의견을 수렴해야 할 텐데,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은 이수해야 할 전체 교과학점의 절반 이상인 90학점을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하여 선택해야 하는 ‘자율이수 학점’으로 편성하게 되어 있어 이 부분이 현행 수능과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대학의 정시 비율이 30~40%에 이르고 재학생의 수능 지원 비율 또한, 2021년 기준, 78%나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일제식 수능시험이 학생들의 진로에 따른 개별화 교육과정으로 특징지워지는 고교학점제의 형식과 내용을 충분히 반영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교협 조사에서도,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0명 중 6명이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학생부 종합전형을 확대해야 하며 정시 비율도 20~30%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현행 수능 입시경쟁을 주축으로 하는 대입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과도한 입시경쟁은 대학서열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서열이 해체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신대학은 바로 학벌을 의미하며 학벌은 권력과 사회적 자본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과정이 대입에 종속·왜곡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학교 구성원, 지역사회의 이해와 욕구가 결합되어 입시경쟁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전반적인 대학의 모습은 어떠한가? 2024년 기준, 대학입학 정원(전문대 포함)은 47만 명인데 비해 대입 가능 인원은 37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 9월 15일 ‘대학 적정규모화 지원금’을 통해 전국 96개 대학의 입학정원 감축을 유도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비수도권 대학은 74개 1만4천244명(88%)인 반면, 수도권 대학은 22개 1천953명(12%)으로 참여 대학 수와 감축 규모에 있어 비수도권 대학이 수도권 대학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첨단학과 정원 확대 역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문제는 지방대 소멸이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져 결국 경제 양극화라는 커다란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는 데 있다.

이제 이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대안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 대학서열 해체를 위해 공동선발·공동학위의 대학통합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대학의 상향 평준화를 유도하여 대학 간 격차를 완화하고 대학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서울지역, 특정 대학에 대한 선호도를 현격히 낮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능 절대평가 및 대입 자격고사가 도입되어야 한다. 수능시험은 그야말로 ‘대학수학능력’을 검정하는 취지와 목적에 맞게 운용되도록 전 과목을 절대 평가화하고, 이후 평가단계의 축소를 통하여 대입 자격고사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가 하면 대학 무상화 실현을 위한 관련 법령들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교육경비의 공적 책임이 보장되지 않아 대학의 공공성이 크게 약화되었고, 지방대학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인재 또한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교육을 무상화하여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교육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학생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기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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