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동아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전라남도교육청 교육참여위원장
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동아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전라남도교육청 교육참여위원장

인권과 복지(사회권)는 한 몸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사회복지는 인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인가?’ ‘민주주의는 복지권(사회권)을 발전시키는가?’ 학생들은 대답을 주저주저한다.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불쌍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에서 행해지는 자선 행위나 국가적 차원의 은혜를 베푸는 것이 ‘복지’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있다.

인권은 크게 자유권의 인권과 사회권의 인권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권이라 하면 사상, 양심, 언론출판, 선거, 집회의 자유 등 자유권만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인권은 절대권력에 대항하여 오랜 투쟁을 통해 얻어낸 자유권이기에 소중하다. 법 앞에 평등한 자유권은 국민의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를 중심으로 한 자유의 보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하지만 자유권만으로 구성된 민주주의는 ‘반쪽짜리 민주주의’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은 시민권(인권)으로 자유권, 참정권, 사회권을 주창한다. 사회권을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권리에 포함시킨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빈부격차, 계급 불평등이 심화 되는 구조의 변화는 사회권을 통해서 민주주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사회권이며 복지권이다. 복지를 단순하게 개인 차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이나 사회적 차원의 자선 행위로 폄하하는 전근대적 시각에서 벗어나 인권과 복지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임을 인식해야 한다.

후퇴하는 사회권(복지권)적 인권 

19세기 산업혁명은 자유권을 기반으로 자본주의 경제성장이라는 거대한 성과를 이루었다. 신분 대신 ‘능력’이 중요해졌고 유능한 사람은 자유주의 방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능력(경쟁력)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정의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다수에 사람들은 시장과 자본의 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재산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유권의 확대로 사회적·정치적 지배권이 강해진다. 민주주의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 가진 자들 중심의 인권은 발전했다. 반면 자본과 권력에서 소외된 다수의 사람들은 먹고사는 일에 자유로울 수 없다. 빈곤층은 말한다. “우리는 먹고 살기도 바쁘다. 정치에는 관심 없어!” 사회정치적 권리를 요구하고 누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자유권은 발전시켰으나 경제불황, 세계전쟁 발발, 국제 금융위기 등 빈부격차에 의한 불평등한 세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사회권은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현실 저항의 산물이다. 기본적인 생존권이 보장되는 실질적 민주주의가 더욱 절실하다.

UN 인권선언은 1976년 국제법으로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도 가입하여 비준하였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포괄적 기본권으로 하고, 사회권적 기본권에 해당하는 조항으로 제34조 인간다운 생활권, 제31조 교육받을 권리, 제32조 근로권, 제33조 근로 3권, 제35조 환경권 등이 명시되어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인간다운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의미이다.

사회권이 주목하는 것은 돌봄, 소득, 의료, 교육, 주거 등 인간다운 삶을 보증하는 기본적인 것의 결핍이다. 결핍을 없애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사회돌봄, 사회수당, 공공주택, 의료지원, 소득보전 등의 복지정책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복지사회는 인권을 보장한다

복지사회는 사회권을 정당한 권리로 인식하고 이것을 조직된 힘으로 관철하는 사회적 행동으로 가능했다. 우리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선언적인 권리가 아니라 실질적 보장이 이루어지려면 제도적으로 구축되어야 행복추구권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고, 그런 사회는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독재정권으로 인해 자유권을 포함한 인권의 퇴행을 겪었으나,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1990년대를 거치면서 자유권과 정치권이 보장된 정치적 민주주의 체제는 발전했다. 문제는 사회권이다. 1960년대부터 산업화에 집중하고 4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경제성장을 자랑했으나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은 더 심각해졌다.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맴돈다. 자살률은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지금 우리 국민의 행복 수준은 매우 낮다. 그래서 사회권의 확대가 더 중요하다. 

국민 모두 행복한 복지사회는 인간의 존엄과 인권이 보장되는 특히 사회권(복지권)이 확대되어야 가능하다. 인권이 추상적 관념이라면 사회복지는 인권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과정이기에 사회복지가 없으면 인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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