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는 농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촌의 인력난은 심각하다. 농기계가 인력을 대신해서 로터리 작업을 하고 잡초 제거 작업을 하지만 섬세한 작업은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다. 일정한 시기에 맞춰 작업해야 하는 농촌 일은 제때 일을 하지 못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여파로 인건비도 크게 올랐다. 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람 구하기도 힘든데 인건비 상승은 농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가을철 농번기를 맞아 오르는 인건비는 농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농산물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상황일지 몰라도 농민들에게는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일이다. 인건비가 올라간 만큼 농산물 가격도 올라야 하지만 넘쳐나는 수입산에 밀리고, 때로는 공급과잉으로 값은 떨어지고 이상기후로 흉년을 맞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빚만 떠안은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농촌을 떠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우리의 밥상은 수입농산물로 채워질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식량 전쟁의 예고편이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위기감이 전혀 없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산으로 대체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 식량 전쟁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지만 농촌의 홀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쌀값 문제만 해도 그렇다. 최근 산지 쌀값은 80㎏당 17만9천400원 선이다. 이는 2018년 이후 처음 18만 원 선이 무너진 것으로, 지난해 10월 5일 80㎏당 22만7천200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쌀 가격 하락은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인 전남지역 농가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쌀 생산비는 매년 상승한 반면 폭염과 가뭄·태풍 등 잇단 기상이변으로 인한 생산 여건은 해마다 악화되면서 전남 쌀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더구나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쌀농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쌀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도 해마다 늘어나면서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쌀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주식으로, 에너지의 원천이자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은 물론이다.

어느덧, 농촌의 푸른 들판이 황금 들녘으로 변한 모습을 보면서 흔들리는 농업·농촌의 현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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