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27-마한은 대국인가, 소국인가(中)

지난 9월 30일 마한답사 프로그램에 마한의 심장인 시종면 부녀회원 30여 명이 마한 답사길을 찾아 나섰다. (재)한국학호남진흥원에서 주관한 전국대학생·대학원생 마한 학술경연대회가 같은 날 전남도청 김대중기념관에서 열렸다.
지난 9월 30일 마한답사 프로그램에 마한의 심장인 시종면 부녀회원 30여 명이 마한 답사길을 찾아 나섰다. (재)한국학호남진흥원에서 주관한 전국대학생·대학원생 마한 학술경연대회가 같은 날 전남도청 김대중기념관에서 열렸다.

오는 11월 3일은 전라남도가 주최학고 전남문화재단이 주관한 ‘2022 마한문화행사’가 시종면 마한역사문화공원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2019년 역사문화자원 정비와 관련된 특별법에 마한이 포함된 것을 기념하여 2020년 서울, 2021년 나주에 이어 2022년 영암에서 열릴 예정이다. 나주 다음으로 영암에서 마한 문화행사가 열려야 됨을 여러 차례 이야기하였다. 특히 올해는 국립마한센터 건립 등 마한과 관련된 논의들이 나오고 있는 터에 이러한 행사가 영암에서 열리게 되어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 특히 전라남도 마한문화행사와 함께 영암군이 주관하는 마한행사도 역시 11월 3일부터 5일까지 함께 열린다.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2년 동안 중단되었다 열리게 된다. 두 행사가 조화롭게 진행되어 시너지 효과를 이루리라 기대한다.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역사관광자원 구축, 구호로만 이뤄지지 않아

지난 호에 필자가 감정이 이입된 글을 썼다. 이 글은 여러 사람이 옮기며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주에 이와 관련된 일들이 약간 있었다. 먼저, 9월 30일 (재)한국학호남진흥원에서 주관한 전국대학생·대학원생 마한 학술경연대회가 전남도청 김대중기념관에서 열렸다. 이 행사 또한 ‘2022 마한문화행사’의 하나로 열렸다. 한반도 남부에 속한 여러 대학 학생들이 적지 않게 참여하여 마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심사위원 자격으로 이날 행사를 필자는 지켜보았다. 학생들이 투고하는 논문의 양과 질이 전년도 대회보다 크게 향상되고 있었다. 어떤 행사이든 대회이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였다. 이번 발표회에서 여러 학생 발표에서 최근 통계학을 고고학적인 자료를 분석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향성을 확인하였다. 곧 최근 연구 방향의 경향성을 학생들의 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고고학적인 자료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필자가 공부하던 1980년대 인류학 이론을 도입하여 한국 고대사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려 했던 것과 오버랩 되었다. 필자는 발굴 자료를 객관적으로 인식한 바탕 위에 새로운 이론을 분석의 틀로 삼으려는 시도는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고고학적 유물의 특징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사회과학 이론을 도입하여 기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지적하였다. 

이날 발표된 논문 가운데 필자가 주목한 글의 하나는 ‘역사교육으로 본 마한’이라는 주제였다. 발표자는 마한사 서술이 2015 교육과정에서 전근대사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축소되면서 마한사 관련 서술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이 시대를 공부하는 학자·역사교사 등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하고 있다. 곧 발표자도 이러한 인식 기반 위에 논지를 전개했다. 필자는 발표자에게 가야사 비중이 2015 교육과정에서 2009 교육과정보다 같은 비율만큼 분량이 축소되었는지 질문하였다. 발표자는 축소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야사 서술 비중은 늘어났다고 대답하였다. 발표 학생은 정확히 사실을 보고 있었다. 가야사 서술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곧 전근대사의 비중이 줄어들어 마한사 서술 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가야사의서술 비중이 늘어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필자는 이미 2021년 1월 본란 ‘교과서 속의 마한사 서술’이라는 글에서 이를 자세히 살폈다. 마한이 지닌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서술하고 이를 교과서에 등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한 바 있다. 필자가 목이 아프게 외치고 애를 태우며 울부짖었던 까닭은 2022년 올해 새로운 교육과정의 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올해가 마한사 서술의 타당성 있고 객관적 근거를 수립하여 2022 교육과정에 반영할 적기라고 생각하고 절박하게 외치고 다녔다. 하지만 누구 하나 필자의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럴듯하게 마한사를 교과서에 등재하겠다는 계획만 수립되어 있을 따름이다. 한 고고학계의 원로 학자는 현재 관련 인식을 하는 학자들이 모두 은퇴할 때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무책임한 소리다. 우리가 이렇게 패배적인 사고에 젖다 보니 가야사 서술 분량이 늘어나고 새로운 성과가 반영되고 있을 때 마한사 서술은 새로운 연구 성과를 수용하기는커녕 과거의 낡은 학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교과서에 수십 년간 그대로 남아 있고, 그조차 아예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누구에게 변명할 것인가! 

가야사는 세계유산 등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는 마한유산 세계유산 등재는 아예 꿈도 꾸지도 못하고 퍼포먼스나 계획하고 있을 따름이다. 필자가 본란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하였지만, 2021년 전라남도가 어렵게 만든 ‘마한역사기록보관소’라는 마한 아카이브가 있다. 이 아카이브 작업에 필자가 깊이 관여하였다. 여기에 실려 있는 내용은 가야·백제의 아카이브 보다 훨씬 많다. 여기에 나주, 영암, 함평, 해남 등 여러 지역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성과도 축적되어 있다. 다만 마한 유산의 국가 사적은 가야보다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적다. 국가사적이 적다고 마한 유산이 지닌 양적이거나 질적인 규모가 가야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지역이 국가 사적에 지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가야보다 발굴, 조사, 연구 등 준비를 게을리하였을 따름이다. 이제라도 지역의 역량을 동원하여 마한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그 유산의 세계유산 지정은 역사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중요하다. 결국 우리 지역 미래의 먹거리는 역사관광자원의 활용에 달려 있다. 역사관광자원 구축, 그냥 구호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체성을 찾으려는 숨은 조력자들

지난 9월 30일 영암군의 보조사업으로 추진한 마한답사 프로그램에 정말 뜻깊은 팀이 참여하였다. 마한의 심장인 시종면 부녀회원 30명이 마한 답사길을 찾아 나섰다. 연세가 지긋이 든 부녀회원과 젊은 부녀회원 등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있었다. 이들은 평소 보았던 시종의 쌍무덤, 남해신사, 국립나주박물관, 신촌리 9호분 등을 답사하였다. 사실 이들에게 ‘마한’은 쉽지 않은 주제였다. 하지만 이들 부녀회원은 본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고장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마한문화공원의 월지관이 공사 중이어서 부득이 영암문화원 강당에서 필자가 한 시간 가까이 마한특강을 하였는데 이들 부녀회원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였다. 이들의 모습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마한의 모습을 본듯하여 매우 반가웠다. 필자는 이들에게 당신들이 마한 역사를 지켜낼 주인공이고 주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다. 이들은 국립마한센터 영암 유치, 고분전시관 건립 등에 깊이 공감하고 인식을 확대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결의를 굳건히 하였다. 곧 쌍고분을 국가사적으로 지정하는 마지막 현장실사가 예정되어 있다. 국립마한센터 유치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애정과 관심이다. 

한편, 이들 부녀회원들은 11월 3일 마한문화행사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마한 미술대회에 참여한다, 이들이 손자뻘인 초등학생과 마한공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절로 기쁨의 눈물이 나온다. 이들이 마한 역사를 잊지 않고 지키려 할 때 마한 왕국 심장이자 영산 지중해의 중심지 영암은 역사의 주체로 거듭날 것이다. 이러한 행사가 나름의 성과로 거듭나는 데는 ‘마한 한끼 밥상’을 개발하며 이 지역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찾으려 노력한 마한 지킴이 노순금 부녀회장, 남해신사 제례를 주관하며 마한역사문화공원을 지켜온 김점수 위원장 등 모든 이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음을 기억한다. 이들이 있었기에 마한 역사는 화려하게 역사에 부활하여 ‘잃어버린 왕국’이 아닌 ‘고대 해상왕국 마한’으로 그 위용을 떨쳐 나갈 것이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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