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철 / 군서면 모정리 출생 /전 현대택배(주) 전무이사 / 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심사위원
신순철 / 군서면 모정리 출생 /전 현대택배(주) 전무이사 / 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심사위원

추석 명절이 되면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살고있던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고향을 찾아온다. 한자리에 모여 상봉의 기쁨을 나누며 햅쌀밥, 송편, 햇과일 등으로 차례를 지내고 조상님께 성묘를 한다. 필자도 10여년 전까지는 명절마다 온 가족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다. 서울 고속도로 입구 진입하기 전부터 정체되기 시작한 귀향길은 하루종일 달려 새벽녘이 되어서야 고향집에 도착했다.

핸드폰 전화기가 없던 시절 아버지, 어머님은 TV 뉴스 시간마다 호남 고속도로 정체 상황과 사고 소식을 들으시며 밤이 늦도록 마을 앞 정자나무 아래에서 걱정과 조바심으로 애타게 자식들을 기다리고 계시기도 했다. 지금은 두 분이 이 세상에 안계시니 명절이 되면 자식들을 기다리고 반겨 주시던 그 모습이 눈앞에 선하고 그리울 뿐이다.

필자는 고향을 떠나 있지만 다행히도 평소에 묘역을 잘 살펴주고 있는 고향 후배가 있어 참으로 고맙다. 올 추석에도 부모님 산소를 찾아뵙고 생전의 모습을 기리며 고향의 따뜻한 정을 가슴 깊이 새겨본다. 가뭄이 극심했던 올해에도 여전히 묘역 저 멀리 보이는 넓은 황금 들녘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이 풍년을 알리고 있다. 묘역 앞 산자락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려있는 대봉감들이 가을의 풍성함을 더해주고 있어 언제나 그리운 고향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한다.

TV 뉴스 시간마다 연일 폭등하고 있다는 배추, 무, 고추, 호박 등의 야채들이 밭고랑마다 가득히 자라고 있어 거두어갈 주인의 손길이 많이 부족할 것 같다.

부모님 성묘를 마치고 나니 다음 세대 후손들은 조상님들의 봉분 보존과 전통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인지 걱정과 함께 해결해야 될 큰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묘역 오솔길로 올라서니 시원한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동산의 나뭇잎이 흔들리고 도로변 여기저기에는 연분홍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반기는 모습이다.

오랜만에 고향길 도로변에서 정다운 친구를 만난듯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했던 꽃이라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 끝자락 코스모스 꽃동산으로 날아다니던 나비들을 쫓아다니며 손뼉 치고 장난치던 그 시절의 기억이 환하게 떠오르며 가을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해바라기를 닮아 한쪽만을 바라본다는 코스모스는 보는 이의 마음을 오래도록 머물게 한다. 한없이 가늘고 산들바람에도 크게 흔들리지만 쉽게 꺾이지 않는 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순결과 순정’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꽃의 유래나 평가가 독특하기도 하다.

코스모스란 ‘질서 정연한 우주’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외래식물로 100여 년 전 선교사들이 가져와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하천길, 모래 사장길, 건조한 땅이라도 양지바른 곳이면 잘 자라고 6월부터 10월까지 피고 있지만 언제부터인지 가을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지금은 전국 어느 한적한 오솔길 뿐만 아니라 지방 도로변 어느 곳에서도 번성하여 청순한 가을꽃으로 청소년들의 감정을 보듬어주고 어린 마음을 감싸준다. 

60~70년대에 유명했던 김상희 가수의 대표적인 히트곡이 되었던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은 50여 년이 훨씬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가을이 되면 애창되고 있다.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 갑니다.~~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 합니다.~”

코스모스 따라 걷는 필자의 고향길은 언제나 따뜻한 정으로 가득 찬 추억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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