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성복원과 함께 문화까지 살려
역사문화의 보고(寶庫), 읍성을 걷다
■ 충남 홍성군 홍주읍성

30여 년 동안 복원사업 추진

충남 홍성군은 고려 성종 14년(995년)에는 운주(運州)로 불렸다가 공민왕 5년(1356년) 홍주목으로 승격한다. 이는 공민왕의 왕사(王師) 보우의 고향이었던 덕분으로, 목(牧)은 부, 목, 군, 현 지방 제도에서 두 번째 높은 행정구역이며 이후 충청 서북부권의 행정, 교통, 군사의 중심지가 됐다. 조선시대 고종 때까지 1천여 년 동안 치소로 역할을 했다.

홍주읍성에 대한 공식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 에 처음 나오며 조선 초기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전국 고을 읍성을 대대적으로 축성하던 시기다. 성벽은 둘레 약 1.5km(4,856척), 높이 약 3.3m(11척)이며 문은 4개가 있고 안쪽은 옛 토성이고 바깥쪽에 석축을 쌓은 구조라고 기록돼 있다. 

동문인 조양문은 1975년 복원 전까지 옛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홍성군청 정문 옆 홍주아문(洪州衙門)은 조양문 건립 당시 함께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조 관아 정문 중 가장 크고 특이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옛 지도를 살펴보면 홍주읍성은 치소의 역할을 했기에 동헌을 비롯해 관아 건물이 35동이나 그려져 있으며 동문 조양문(朝陽門)과 서문 경의문(景義門), 북문 망화문(望華門) 등 문루와 아문과 22칸 목조기와 동헌 안회당(安懷堂) 등이 나와 있다. 

홍주읍성은 서해안 이양선 출몰이 잦던 구한말에 당시 최고의 축성기술을 적용해 대대적인 수축이 이뤄졌다. 하지만 성벽은 일제강점기 북서쪽 절반가량이 철거되고 남쪽 성벽 800여m만 무너진 채 남아 있었다. 현대에 들어서며 약 30여 년 동안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홍성군은 그동안 국비나 도비 지원에 의존해 복원사업 추진에 진척도가 떨어지자 2023년부터는 군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홍성군 관계자는 “군민의 숙원 중 하나가 홍주읍성 복원을 위해 조양문 주변 토지 건물 매입을 위한 보상비 약 82억 원의 군비를 반영할 계획이다”면서 “그동안 문화재청 예산에만 의존하다 보니 사업 진척이 늦고, 특히 전국에 홍주읍성과 유사한 사례가 300여 곳에 달한 상황이다 보니 1년에 최대 20억 원 정도 국비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특히 현 이용록 군수가 모든 군정의 역량을 집중해 속도감 있게 홍주읍성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고 군비가 많이 투입되더라도 복원사업에 열정을 갖고 복원 가속화를 추진하고 있다.

천주교 순교성지, 홍주읍성

홍주읍성은 구한말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을사늑약에 분노한 백성들이 홍주읍성에 주둔한 일본군을 격퇴시킨 사건이다. 1906년 항일의병은 일본군과 홍주성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는데 그때의 탄흔을 조양문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일제가 서문과 북문을 파괴할 때 조양문도 같이 없애려 했지만 읍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보존됐으며 이후 1975년 문루의 해체와 복원 작업을 거쳐 옛 모습을 되찾게 됐다. 홍주읍성 전투에서 희생된 수백 의병들의 유해를 모신 홍주의사총은 2001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 한창 발굴과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북문은 사형수를 처형할 때 목사(牧使)나 영장(營將)들이 문루에서 감시하던 곳이기도 했으며, 동학운동 때인 1894년 동학군이 여기서 처형되는 등 아픔을 간직한 장소이다.

홍주읍성은 천주교 순교성지이다. 내포 지방 신자들이 붙잡혀와 순교했는데 전국 두 번째로 순교자가 많았다. 읍성 안에는 형옥이 복원돼 있으며 신자들을 가두고 고문한 끔찍한 역사적 공간을 재현해 놓았다. 

홍주성 역사관은 이러한 읍성권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과거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자 조성됐다. 또한 전시된 유물들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예술적 요소를 통해 충남의 중심지였던 홍성의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홍주성역사관은 성우 나레이션 대신 홍성이 낳은 소리꾼인 장사익이 설명을 맡아 홍성의 역사와 홍주성에 얽힌 옛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방식을 택했고 입구에는 북이 떨어진 지형인 홍성을 표현하기 위해 북을 치면 ‘천고낙지의 땅 홍주’라는 주제 영상이 펼쳐진다. 

전시홀에는 1871년도 규장각 지도를 참고해 만든 ‘홍주성 복원 모형도’가 있어 당시 홍주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역사적 인물을 많이 배출한 고장답게 최영, 성삼문, 김복한, 이설, 한용운, 김좌진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또 ‘홍주와 부보상’(負褓商)이라는 주제 아래 부보상 유품들을 진열했으며 주막을 형상화한 공간에서 문창호에 비친 그림자들의 대화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불교, 동학, 천주교의 유입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홍주의병과 홍성의 독립운동 등을 구성해 조선말에서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홍성인들의 항일 정신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부보상 등짐장수(負商)와 봇짐장수(褓商)를 합성하는 행상(行商)이다. 부보상은 사람들의 살림살이와 사람살이를 음미하는 동시에 상도를 실천에 옮기면서 살았던 유무상통의 줄기세포였다. 농경사회에서 멸시받아 온 상인들은 스스로 직업의 신성성을 지키고 천시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 스스로 엄격한 규율을 정해 상거래 질서를 유지해왔다. 일제에 의해 그 의미가 축소되면서 보부상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읍성의 전통, 음식문화 활용

홍성군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홍주읍성의 역사관광 자원화를 위해 2019년 문화재 구역 토지매입, 북문 복원, 북문지~조양문 발굴조사 구간 성벽 이미지 구현, 수구유적 정비 등을 추진했다. 또한 7년 동안 총사업비 186억원을 투자할 ‘충청유교문화 홍주천년 양반마을 조성사업’도 본격화했다.

구 홍성읍사무소 일원에 자리 잡게 될 홍주천년 양반마을은 전통음식 체험 공간, 객사·향청 재현공간 등으로 테마 별로 구성될 계획이며 국비 6억원을 확보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옛 홍주읍성 일원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 브랜드화를 꾀하는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에 37억 원을 투자한다. 해당 사업은 시민, 전문가, 공공기관이 함께하는 문화적 거버넌스를 주축으로 진행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충청권에 널리 분포돼 있는 유교문화 자원의 발굴과 보존을 통해 영남유교문화권과 차별되는 문화관광사업이다.

특히 전통음식체험공간은 홍성읍 오관리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천724㎡ 규모로 조성된다. 지하는 사무실, 회의실, 공방 체험실로 주로 업무 공간이며, 지상 1층은 전통음식 체험, 시식, 특산품 판매소로 조성된다.

홍성군 관계자는 “전통음식 체험공간은 홍주읍성을 조망하면서 홍성군민의 특색있는 전통문화 전시와 체험장의 역할과 더불어 홍성의 전통음식을 개발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면서 “향후 충청권만의 전통음식 문화에 기반을 둔 다양하고 차별화된 전통음식 개발로 지역경제 소비를 유도하고 역사문화기반 관광 활성화로 원도심 활설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배근ㆍ김진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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