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 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김기중 / 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최근 영암교육지원청 주관으로 중3 학생과 학부모 대상 ‘내 고장 학교 보내기 고등학교 진로진학 설명회’가 있었다. 관내 여섯 개 고교(일반계고 4, 특성화고 2)가 알차게 준비하여 각자의 특장점을 잘 홍보했고, 예비 고교생들도 자신들의 진로를 탐색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각 학교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홍보 프리젠테이션을 한 다음, 2부 부스에서는 학생들의 꿈과 재능을 키워주기 위한 나름의 특색 교육활동들을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한 가지 변화라면, 일반계고는 대학 진학, 특성화고는 취업이라는 경계가 점차 옅어지면서 특성화고도 취업과 진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추세는 유·초·중등교육이 결국 대학교육과 더욱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는 소위 ‘SKY 대학’이나 ‘In 서울’ 경쟁이 엄존하는 현실 속에서도, 거기에만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삶을 개척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의 모습으로서, 결국 대학교육이 완전히 보편화되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대학도 ‘내 고장 대학 보내기 권역별 설명회’가 필요할 법도 하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한 지방대의 위기는 이제 최우선적인 해결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지역 산업·기업의 필요 인력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지방(전문)대, 직업계고에 대한 지원체계와 교육과정 등을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하여 지자체가 지역인재 육성을 주도하고, 지자체 연계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확대, 거점 전문대 평생교육 강화, 지역 수요에 맞춘 학과·교육과정 개편, 권역별 AI·SW 마이스터고 추가 지정 등을 언급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 개편 방향이 정부의 공교육비 투자는 줄이면서 반도체와 AI 등의 기술 인력 확보를 중심으로 한 자본의 노동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 인력 양성에 제한이 되는 대학의 규제를 제거하기 위해 ‘대학규제개선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초·중등 교육재정을 고등교육 쪽으로 돌리기 위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하며, 지자체 중심의 지역인재 육성을 추진하기 위하여 ‘지방고등교육위원회’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교육이 전 세계 기후 위기와 노동 존중 시대에 발맞추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면으로 역행되는 정책으로서, 교육을 마치 기업의 이익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지 의심된다. 유·초·중등교육과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부의 공교육비 투자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유·초·중등 교육재정을 삭감하여 고등교육 재정에 충당하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상한으로 줄여 교육의 질을 개선하려 하지는 않고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교사 수를 내년 당장 전국적으로 3,000명, 전남의 경우 초등 50명, 중등 276명이나 감축하겠다 하니 진보적인 교육·시민단체는 물론이고 행정 관청인 각 시·도교육청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는 것도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 퇴행에 대한 각 시·도교육청의 반발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감지된다. 소위 진보교육감 수는 줄었다지만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공교육을 지키기 위해 교육감들이 나선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제9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만 5세 입학, 교원정원 감축, 교육감 직선제 폐지, 교육재정 축소 등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내놓고 있다. 그는 교육부장관 사퇴로 이어진 만 5세 입학 정책을 예로 들면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교원정원 축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도 현 정부가 사전에 어떠한 소통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렇다면, 광역 지방정부 교육 수장인 각 시·도교육감들은 이제 유·초·중등 공교육지킴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대열에도 앞장서야 한다. 유·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이 따로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밀접하게 통합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돌파구는 무엇보다 ‘대학무상화·평준화’에서 찾아야 한다.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학벌 만능주의와 특권의식을 떨쳐내기 위해 지난 십수 년 동안 활동가들이 노력하여 지난해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가 출범하였다. 아직은 언론의 관심과 사회적 대화가 미흡한 상태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 퇴행과 맞물려 점차 그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층위가 존재한다. 대학 무상화, 대학 평준화, 입시경쟁 해소가 그것이다. 대학 무상화는 대학 평준화로 가는 전제 조건이며 대학 평준화는 입시경쟁 해소를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대학 무상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대학 평준화가 되려면 ‘대학통합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지역 연합대학 법인 설립 등은 결국 대학통합 네트워크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들이다. 마지막으로 입시경쟁 해소를 위해서는 현행 수능시험을 대학입학자격고사 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견해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대의를 위한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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