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영암 농민단체들이 군서면 동구림리 국립종자원 인근에서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으며 쌀값 폭락 규탄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농민들은 지난해 산 쌀 시장격리와 양곡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행사는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영암군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영암군농민회,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 주최로 열렸지만 멀리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대다수의 농민들은 이들과 한마음으로 동조했을 것이다. 벌써 수확기를 앞두고 있지만 추락하고 있는 쌀값은 멈출지 모르고 윤석열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출하된 햅쌀(조생종) 가격은 20㎏ 기준 4만3천원~4만5천원(도매가격) 선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출하된 햅쌀(5만6천원~5만8천원)보다 23.2%(1만3천원)가 떨어졌다. 

재고 쌀과 수요 감소로 인해 떨어진 쌀값이 햅쌀 가격까지 끌어내린 것이다. 올해 초부터 쌀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농협 창고에 쌓여 있는 43만톤(7월말 기준)이 넘는 재고 쌀을 방치할 경우 햅쌀 가격도 폭락할 것이라는 농민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국내 쌀 주요 생산지인 전국 8개 시·도지사들도 정부에 호소문을 냈다. 김영록 전남지사를 비롯 경기, 강원, 전북, 경남·북, 충남·북 등 전국 8개 도지사는 9월 7일 국회에서 정부를 향해 쌀값 안정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도지사들이 추석을 앞두고 국회를 찾아 대정부 호소문을 낸 이유는 쌀값 폭락과 생산 원가 상승으로 풍성한 한가위는커녕, 더이상 농사를 지속할 수 없다는 불안감으로 명절을 보내야 하는 쌀 생산 농가의 절박감을 모른 척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남지역 22개 시장·군수들도 최근 영암에서 모임을 갖고 우승희 군수의 제안으로 쌀값 폭락 방지 및 가격안정대책 마련 촉구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이처럼 수확을 앞두고 폭락하는 쌀값으로 기껏 구슬땀을 흘리며 키워온 농사를 포기해야 할지 걱정하는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가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는 과연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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