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쌀값 대폭락과 생산비 증가로 인해 농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영암군 농민단체들이 애써 가꾼 벼를 갈아엎고, 삭발을 하면서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에 나섰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영암군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영암군농민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 등 영암군 농민단체들은 8월 26일 오전 10시 군서면 동구림리에서 쌀값 폭락 규탄, 영암농민 총궐기대회를 연다고 한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영암읍에서 전남도청까지 차량 행진을 벌이고 오후 1시 전남도청 앞에서는 집단 삭발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16일에는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회장 한봉호) 주최로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위한 영암군 기관단체 간담회를 갖고 ‘쌀값폭락영암군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쌀값 하락은 바닥이 어딘지도 모르게 폭락하고 있다. 최근 쌀 가격은 지난해 수확기 대비 30%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벼 수확기가 벌써 닥쳐와 쌀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협은 창고에 재고가 가득 쌓여 올해 수매가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 의문이다. 쌀값 폭락에 따른 농협의 손실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당장 올해 수매 걱정부터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처럼 쌀값 폭락문제가 농촌에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부 당국과 대통령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못 심각하다. 얼마 전, 지역구 출신 서삼석 의원도 지적했듯이 지난 6월부터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4차례에 걸쳐 쌀값 문제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국회 농해수위 업무보고에서도 여야 모두가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대통령은 묵묵부답이고 농림부 장관은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지난 8월 16일 민주당 의원 169명 중 128명이 연명한 성명을 통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쌀값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농민, 농업, 쌀’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폭우로 물난리가 났을 때 부산을 떨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지 않는가. 농업·농촌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이란 단어는 20번 언급했지만, ‘농민’과 ‘쌀값 폭락’에 대해 전혀 언급조차 없었다는 것은 위기의식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농업 정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암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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