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성 발굴과 복원으로 역사문화도시 탈바꿈
 역사문화의 보고(寶庫), 읍성을 걷다
■ 충남 서천군 서천읍성 

전국 읍성 보유 지역의 읍성 및 역사복원과 그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영암에선 2021년 7월 영암읍성의 정밀 발굴조사가 이뤄지면서 군민들의 영암읍성과 관련된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다. 특히 을묘왜변 시 영암성대첩과 양달사 장군이 연결되면서 우리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여줄 역사교육과 역사문화관광 자원으로서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본지는 읍성 복원을 마치거나 진행 중인 곳을 찾아가 그곳 지자체가 어떠한 목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총 6회의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서천읍성
서천읍성

3곳 읍성 흔적 따라 발굴 복원

서천은 서천읍성, 비인읍성, 한산읍성 등 무려 3곳의 읍성이 공존하고 현재 각 읍성의 발굴과 복원, 역사적 조명을 통해 역사문화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읍성은 군이나 현의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행정적인 기능을 모두 지닌 성으로 서천의 읍성들은 고려말과 조선 초기에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고을과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안지역의 요충지에 축성됐다. 

서천읍성(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32호)은 서천읍 군사리에 위치해 있으며 고려 말부터 이어진 왜구들의 창궐과 노략질로 서해안 백성들의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자 조선 초 금강을 통해 내륙으로 침투하는 왜구를 막고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조선 세종 때 축성됐으며 이곳은 다른 읍성에 비해 역사적인 기록이 많이 남아 있어 스토리텔링 구성에도 용이한 점이 있다. 둘레가 1천300m이며 치가 14개, 문지가 3곳이 있다. 시가지의 동쪽 야산에 축조한 포곡식 읍성으로 성내에 1개 이상의 계곡을 포용하고 그 주위를 둘러싼 산줄기의 능선을 따라 성벽을 구축했다. 전설에 따르면, 여자 100명이 성을 쌓고 장사 1명이 홍여다리를 짓는 내기를 했는데 여자들이 성을 다 쌓고 즐거운 함성을 지를 때 장사가 급히 마지막 돌을 끼워서 똑같이 끝나 무승부가 되었다고 한다.
 

서천읍성은 2017년 동문지 발굴조사 이후 현재까지 총 5차례의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조사 결과, 치성 및 성벽 이외에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해자와 목책 혹은 사선목익 시설 등이 확인되는데 이는 당시의 획기적인 3단계 최첨단 방어시스템으로 밝혀졌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서천읍성은 약 70년 동안 그 실체를 간직한 채 땅속에 잠들어 있다가 정밀조사가 진행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2019년 동문에 대한 복원이 완료됐고 남쪽 성벽에 대한 복원도 진행 중이다.

비인읍성(충청남도 문화재자료)은 비인면 성내리에 있으며 세종 때 축성된 것으로 고려 중엽에 서천 해변을 침입하는 왜구들을 막기 위해 만든 토성 위에 다시 돌을 쌓아 축조됐다. 성벽 높이는 2m, 길이는 1천500m 정도다. 대부분 성벽이 훼손돼 명확한 전체 윤곽을 더듬기 힘들지만 동에서 북으로 약 500m 가량 남은 성곽이 읍성의 대략적인 형태를 추정하게 해준다.   

한산읍성은 기록상으로는 금강으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고 양민을 보호하기 위해 요충지에 축조된 성으로 조선 중종 대인 1506~1530년 사이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산읍성(충청남도 문화재자료)이 위치해 있는 한산면은 조선조까지만 한산군(郡)으로 큰 고을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면 단위가 되며 서천군에 편입됐다. 한산읍성은 서천읍성이나 비인읍성에 비해 해안에서 비교적 먼 거리에 위치해 있었으나 금강 지류를 타고 오는 왜구와의 잦은 방어전을 치뤘다. 가장 알려진 왜구와의 전투는 고려말 최무선 장군의 진포해전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화약무기를 사용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고려시대 토성이었다가 조선 초기 석성으로 수축했으며 길이는 1천233m, 높이는 3m이다. 해안에 위치한 타 읍성과는 달리 객사, 동헌, 대청, 서헌, 중대문, 외대문, 소중문, 내위, 행랑, 도재헌, 매화당 등이 존재했다. 2021년 남문 복원 현상변경 심의가 통과돼 남문이 복원되고 있으며 발굴과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서천읍성 종합정비계획안

서천군은 올해 전문가와 군 관계자가 모여 서천읍성 종합정비계획을 위한 보고회를 가지며 읍성에 대한 보존과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서천군은 서천읍성의 국가사적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이와 함께 군 청사 이전 후 역사문화 특화공원을 위한 문화거리, 도서관, 생태역사 정원을 추진하는 내용의 종합정비계획을 세웠다. 9월 신청사가 완공될 예정인 가운데 서천읍성은 동문과 동측 성벽의 경우 발굴 후 복원하고 남측 성벽은 발굴 후 경관조명을 설치해 산책하는 군민에게 아름다운 야경을 선보이고 성안마을은 도로 확포장과 주차장 조성, 주택개량과 빈집 정비 등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며 장기적으로는 국가사적 지정을 목표로 종합정비를 거쳐 서천읍성 전체를 역사문화 특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천군이 문화재의 보존과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가치를 우선하는 종합정비계획안을 발표하자 민간 전문가 일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국가사적 지정이 우선인지 역사문화관광 자원으로의 활용이 우선인지를 선택하고 복원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사적 지정 전에 성급한 복원공사는 문화재의 가치와 진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우선적으로 보여주기식의 문화관광이라는 욕심을 버리고 세밀한 계획을 세워 천천히 발굴과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국가사적 지정이 목적인지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우선적으로 활용할 것인 지에 따라 복원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적 지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문화재만의 진정성과 독특함과 유일함이 중요하고 그런 부분들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져야 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절차를 천천히 밟아가는 한편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전 1차, 2차 정비계획의 재판으로는 사적 지정과 활용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계획을 세워줄 것을 주문했다.

서천군은 지난해 충남도 도지정문화재 보수정비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15억원을 확보하며 15개 시·군 중 최고액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충남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확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천·비인·한산읍성의 발굴과 복원, 역사적인 조명을 통해 역사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문배근ㆍ김진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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