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23 -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의 당위성  

마한문화공원 / 영암군이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에 나선 가운데 마한 역사의 중심지, 시종 마한문화공원이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마한문화공원 / 영암군이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에 나선 가운데 마한 역사의 중심지, 시종 마한문화공원이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국립심혈관센터의 전철은 밟지 않아야 

최근 우승희 영암군수가 국비 예산을 확보하고자 국회를 방문하여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유치,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예산 재편성, 양곡스마트 저온창고 지원사업예산 재편성, 조선·해양구조물 스마트 운송관리 플랫폼 구축,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유치, 국도 13호선 영암교차로 개선공사, 영암 금정-장흥 유치국도 23호선 시설개량공사, 특별교부세 지역현안 및 재난 수요사업 등 현안사업 12건에 1천523억원의 국비 지원을 건의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가운데 영산강유역 마한역사문화권 중심지 영암의 독자적 문화체계와 국제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고대 마한문화 유적·유물의 체계적인 정비와 문화재 활용 등 가치확산 컨트롤 타워인 마한역사문화센터를 국가사업으로 영암에 건립해 줄 것을 건의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무척 기쁘게 생각했다. 

사실, 국립마한센터 유치 건립은 영암군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사업의 하나였다. 도의원 시절 마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알리기 위해 국회 포럼에 앞장서고, 지역방송에 출연하여 영암의 마한을 설명한 우승희 군수였다. 그러기에 이번 국회에 설명한 ’마한역사문화권 중심지 영암의 독자적 문화체계와 국제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고대 마한문화 유적유물의 체계적 정비와 활용‘ 방침은 앞으로 ‘영암 마한’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정확히 설정했다고 본다. 전라남도의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 논의 단계부터 참여한 필자이기에 이 사업이 지닌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라남도가 국립마한센터 건립을 대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려고 2021년 10월 말 마한행사에서 전남북, 그리고 광주광역시와 손을 맞잡고 국정과제 선포식까지 하는 퍼포먼스까지 하였다.

하지만 정작 선거가 다가올수록 국립마한센터 건립 계획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더니 슬그머니 국정과제에 빠져 있었다. 마한은 여러 지역에 걸쳐 있다 보니 이슈화되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러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나올 무렵 국립마한센터 건립이 대표사업이 아닌 세부사업의 하나로 포함되었다. 

필자는 국립마한센터 건립 유치운동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광주·전남의 3대 공통공약이었던 국립심혈관센터의 전철을 보는 듯하여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문 정권 5년 가운데 4년 차에 겨우 예산 40억을 편성하였지만 집행하지 않다가 5년 차에 ‘심혈관센터 건립 계획’이 문제가 있다 하여 정은경 청장이 있던 질병관리청에서 원점 재검토가 나온 ‘웃픈’ 상황이 나왔다. 5년 끌다가 나온 결론이었다. 그러자 장성군수가 군민들과 2021년 11월 말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겨울 청와대 앞에서 삭발 투쟁하고,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허겁지겁 나서고서야 원안 재추진이 나왔다. 이를 자랑스럽게 홍보하였다. 국립심혈관센터는 설치될 것인가. 솔직히 기대를 접은 지 오래되었다. 마한역사문화센터도 이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솔직한 필자의 느낌이다. 역사는 항상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헛다리 잡고 10년 낑낑대다 헛물만 켜다 말 것이다.
 
국립마한센터 건립이 왜 필요한가

마한 역사는 경기, 충청남북도, 전남북, 광주, 제주, 심지어 강원도 일부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마한 역사는 기원전 3세기 이전부터 6세기 중엽까지 한반도 중·남부를 관통하는 역사인 셈이다. 특히 변한·진한도 마한에서 갈라져 나갔고, 변한·진한의 왕을 마한 사람이 하였다는 사실과 백제도 마한 땅에서 국가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마한은 한국고대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 중심의 역사에서, 최근에는 가야까지 포함된 4국 중심의 역사에서 철저히 소외되었다. 그것은 마한사가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 올바른 인식을 하여 한국사의 중심으로 부각할수록 기존의 역사 인식에서 형성된 사관은 일거에 무너지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아는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자들은 마한사를 백제사의 극히 일부로 축소 왜곡하였다. 7세기 중국 기록을 보면 백제를 언급할 때 마한의 땅에서 건국하였다느니, 마한역사를 계승하였다느니 하는 표현이 자주 보인 반면 백제가 마한을 강제로 병합했다는 기록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이러한 사정을 엿볼 수 있다. 마한은 여러 지역에 연맹국가 형태로, 그리고 세력 크기 여하에 따라 대국과 소국으로 나뉘어 있었다. 영암만 하더라도 반남과 시종을 아우르는 내비리국이라는 마한의 대국과 영암읍 쪽에 일난국이라는 소국이 있었다. 대국은 시종이나 반남 일대, 그리고 나주 복암리, 해남반도에 분포한 거대 고분 및 기록을 통해 충분히 설명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한을 우리 스스로 ’대국‘이라 부르지 못하고 ‘소국’이라고 부르는 데 앞장서고 있는 데 대해 무척 유감으로 여기고 있다. 이는 결국 마한사를 주체적이면서도 연구하지 않은 탓이다. 

아울러 마한사를 대중들이 쉽게 알게 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필자와 같은 전문학자의 책임이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 영암군과 나주시처럼 마한의 중심지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야지역만 보더라도 가야와 관련된 많은 동화나 만화가 나와 있다. 우리 지역은 몇 년에 약간 이러한 시도가 있었으나 마한사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기에 많은 한계가 있었다. 국립마한센터 건립이 필요한 까닭이다.

국립마한센터의 모델은 아무래도 지난 봄 착공한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가 될 것이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지난 3월 착공식을 한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는 지상 3층, 지하 1층의 건축물로 2023년 완공하여 2024년도 개관 예정이라고 한다.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는 수장공간과 연구학술공간, 전시체험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장공간은 가야와 관련된 다양한 발굴기록과 보고서, 유물, 문헌자료 등을 보존 처리하고, 디지털화한 작업들이 보관될 예정이다. 연구학술공간은 연구업무와 학술대회, 시민강좌 등 대내외 행사를 개최하는 데 이용된다. 전시체험공간은 가야역사 문화자료를 열람하고 체험‧관람할 수 있도록 국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국립마한센터 건립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나주시가 이와 관련하여 용역을 추진하였고, 최근 해남군도 이를 염두에 둔 용역을 추진하고 있고, 영암군도 계획 중이다. 지난 4월 필자는 당시 문화재청장과 전남의 국립마한센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청장은 전남 여러 곳에서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염려하였다. 지나친 내부 갈등은 오히려 국립마한센터 건립을 원하지 않는 이들에게 빌미를 줄 뿐이다. 필자는 마한의 중심지인 전남에 국립마한센터 건립은 당연하고, 지역 내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확언하였다.  

타 지역의 선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지난 8월 18일, 김해와 관련된 뉴스가 인터넷을 달구었다. 하나는 지난 호에 언급한 지석묘 바닥돌을 깨끗이 세척하여 세계 유수의 지석묘 유적을 파괴하였다 하여 문화재청에서 김해시장을 고발하겠다고 한 것이다. 국제적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국립가야문화센터와 관련된 대구지역 국회의원의 비판적인 기사가 실려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국립가야역사문화 건립사업’이 무리한 예산 편성으로 부실집행 사업 표본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과정에 대통령의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예산 편성이 주먹구구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불용처리나 이월 금액이 많았다는 것이다. 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사업은 2020년 하반기 착공해 오는 2023년 개관 예정이었으나 2년여 가까운 기간을 끌다가 3월 착공에 들어갔다. 당시 문화재청이 설계 과정에서 거쳐야 할 행정절차에 최소 10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예상하지 못한데다 관계 부처 협의가 늦어졌는데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이유만으로 국회 예산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애초에 설계비만 반영했던 예산에 민주당 요구로 공사비와 감리비를 무리하게 포함시켜 불용처리를 반복하였던 대표적인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의원은 “가야 유적을 조사해 유의미한 발굴 성과를 이뤄낸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무조건 예산만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예산 편성은 오히려 사업의 부실을 더욱 악화시킬 수있다”고 지적했다. 지극히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건립 추진이 오래 걸렸던 이유는 센터의 성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도 아직은 전혀 움직임이 없지만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면 해묵은 논쟁이 나올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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