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동아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전라남도교육청 교육참여위원장
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동아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전라남도교육청 교육참여위원장

출산억제 시대 

딸이 깔깔거리며 TV예능프로 ‘미운 우리 새끼’ ‘혼자 산다’를 본다. 미혼자나 돌싱들(이혼 등으로 다시 혼자가 된 사람)이 출연해 혼자 사는 일상을 다룬다. 딸에게 한 마디 던진다. 저런 프로그램이 혼자 사는 문화를 조장하는 거 아니냐? 딸은 말한다. 재미 있잖아요! 아빠, 결혼은 선택입니다! 결혼과 자식 낳아 키우는 게 인생의 순리라는 아버지 세대와 결혼, 자녀 낳기는 현실적 조건이 따라야 가능하다는 딸 세대가 설전을 벌인다, 결혼과 출산으로 출발한 이야기가 직장, 결혼준비, 행복한 삶으로 확대되면서 복잡해진다. 보통 7~8명의 자녀들과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왔던 베이비붐(baby boom) 세대로서는 너무도 급격한 의식변화가 혼란스럽다. 

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의 평균을 ‘합계출산율’이라고 한다. 60년대는 6명, 70년도에는 4.5명이었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1960년대)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1980년대). 이들 표어들은 출산억제의 대표 구호였다. 당시에는 인구 4천만이 넘으면 일자리 부족, 교통지옥, 주택난 등 온갖 사회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자녀에게 가장 큰 선물은 동생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명 한 해 출산 아동 수 26만 명으로 1990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정부는 급기야 1994년부터 ‘자녀에게 가장 큰 선물은 동생입니다’라는 출산장려 정책으로 전환했다.

우리의 출산율은 OECD 꼴찌이다. 2019년 OECD 평균 출산연령은 28.3세인데 우리는 평균 출산연령 33.4세이다. 혹자는 ‘출생아 수 70만 명 시절에 태어난 1991~1995년생이 30대로 진입하므로 향후 출생아 수가 증가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현재 20, 30대의 혼인 출산 양육에 대한 생각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육아에 대한 제도적인 환경조성이 안 되었다고 한다. 

주위에 외동아이들이 많아졌다. 직장 구하는데 20대를 보내고, 결혼준비 하느라 결혼이 늦어져 아이는 하나만 낳기로 한다. 둘째 낳을 엄두는 내지 못한다. 직장과 자녀 양육, 교육 문제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끼니 걱정하는 시대에도 자녀 7~8명을 키웠노라 무조건 낳으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저출산은 우리 경제에 치명타로 돌아오고 있다. 2020년 373만 명이던 국내 생산가능 인구(만15~64세)는 2040년이면 285만 명으로 88만 명이 감소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부터는 계속 우리 경제가 정상적으로 발전해가는 능력인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규모의 베이비붐 세대는 고령 인구로 진입하고 아이 출산은 감소하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계속되면 경제성장이 멈추고, 노인복지 비용은 급격히 증가하는 사회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아이들은 사회의 복덩이, 지원책 확대해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출산장려 여건을 조성하고, 다자녀 가구를 위한 획기적인 지원정책을 해야 한다. 현재도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제도 출산장려금 지원 등 다양한 지원정책들이 있다. ‘첫만남이용권’은 모든 출생 아동에게 200만원을 국민행복카드로 지급하고, 영아수당은 출생부터 24개월까지 매달 30만원 통장으로 입금된다. 지역별 출산장려금도 양육수당을 5백만~1천만 원까지 지원하기도 한다. 그 외에서 전기통신료 감면, 주택입주 우선, 세금 감면 등 지원책이 있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증가하지 않고 있다.

자녀 양육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전쟁이다. 주거비 자녀 교육비 부담도 크다. 한 가정의 문제가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국가는 한 명 더 낳는 게 절실한데 젊은 부부들은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한다. 자식을 하나 더 낳는 것이 행복한 일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전쟁을 치르는 거라면? 저출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반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산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가 실시되도록 정착시켜야 한다. 육아휴직 기간에 부모에게 급여가 지급되고 직장에 복귀해도 경력단절이 없어야 한다.

복지선진국 노르웨이는 42주(330일) 휴가 기간에는 급여의 100%(자영업자는 65%)보전해 준다. 스웨덴은 임신상태에서 50일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출산 후 부모휴가 총 480일을 사용할 수 있는데 390일은 임금의 80%를 보전해 준다. 남편이 사용할 수 있는 휴가 90일은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스웨덴은 여성의 80%가 일하는 사회이다. 워라벨(Work-life balance,일과 가정 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하는 스웨덴 국가의 출산율은 한국의 두 배이다. 

자녀출생이 한 가정에 참 복덩이가 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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