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농업 선진지를 찾아서
■ 경북 경산시 - 영농조합법인 바람햇살농장(마지막 회)

바람햇살농장은?

경북 경산시 압량읍. 굽이굽이 흐르는 오목천 강변에 대추 과수원이 광활하게 펼쳐진 곳에 영농조합법인 바람햇살농장이 있다. 경산은 국내 최대 대추 산지이며 이 농장은 전통 재래종인 복조대추와 개량종인 사과대추를 생산하고 있다.

2006년 귀농해 바람햇살농장을 설립한 박도한 대표는 발달장애인,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 정규 교육과정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등을 위한 농업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귀농 후 2009년부터 농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대추를 생산해 가공하고 판매를 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농촌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경제·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후 6차산업 농장을 운영하면서 농촌교육농장에서 학생과 발달장애인을 만나게 되고 그때부터 치유농업, 사회적 농업과 같은 농업을 통한 농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 대표는 “6차산업으로 전환할 때 농업이란 단순히 농사만 지어 공판장 또는 도매상에게 파는 것이 전부라고 여기던 때였기에 생산-가공-인터넷 직거래판매, 체험 등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2011년 농산물 가공공장을 만들고 교육장을 만드는 등 시설 투자는 많이 했지만 경영이 여의치 않아 약 3년간 고전했다. 마침 2013년부터 6차산업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고 교육생과 체험객이 몰리고 농산물도 잘 팔리기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했고 이후 사회적 농업을 실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6차산업은 1차산업인 농특산물 생산 및 기타 유무형 자산, 2차산업인 가공과 제조, 3차산업인 유통판매·체험관광·외식·숙박·치유교육 서비스업종이 융합된 형태의 산업이다.

사회적농업의 시작

박 대표는 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면서 발달장애인과 가까워질 수 있었고 경산시 명예복지 공무원이자 마을 이장으로써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도움을 주기도 하고 대구구치소 교정위원으로 수감자들에게 농업인 교육을 실시해 사회적인 재활 의지를 심어 주는 등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적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농가형 6차산업 경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달라진 농촌환경에서의 농업 활동으로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사회적 약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넓히고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씩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회적 농업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지자체에서도 농촌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경제·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적농업을 통해 소외계층의 복지 증진과 농촌지역 소멸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 농장을 확대해 나가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립생활관 아이들과 발달장애인들이 본인들의 재배 작물을 잘 가꾸며 이야기가 늘어가는 모습을 볼 때 기쁘다. 우리 농장은 본인이 시작한 것은 본인 스스로가 관리하고 끝을 맺어야 하는데 이들이 농장에서 농업 활동을 하며 자신의 꿈과 삶에 대한 계획도 잘 세워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람햇살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과 ‘사회적농업 거점농장 육성사업’ 공모에서 경상북도의 2개 농장 중 하나로 선정됐다. 농업 활동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돌봄·교육·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필요한 활동 운영비로 연간 6천만원씩 5년간 지원받으며 권역 단위에서 사회적 농장에 대한 자문과 현장 교육, 농장 간 연결망 형성, 사회적농업 확산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연간 2억원씩 3년간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농장 프로그램

바람햇살농장의 프로그램은 대상자별로 활동 목적에 맞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농장경영과 6차산업화를 통해 구축한 프로그램과 시설물들도 교육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가공시설로 세척기와 선별기 등과 포장기가 있으며 대추홍보관, 한옥 등의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존 체험활동으로는 대추 인절미 만들기와 약밥 만들기, 한옥에서의 숙박과 마당에서 펼쳐지는 문화체험, 갓바위 투어 등이 있다.

자립생활관의 청소년들은 건전한 인성 함양과 자립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농업인 관련 직업 체험과 함께 미래농업교육과 작물 재배부터 수확,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교육받는다. 

발달장애인도 농업 활동의 난이도를 조절해 교육하고 있으며 경증치매 어르신들의 치매 증상 완화를 위해 농장에 조성된 허브정원 산책 및 허브심기로 ‘아로마 세러피’를 실천하며 2021년에는 대상자의 폭을 넓혀 코로나19로 지친 일반 시민과 의료인,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힐링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도 했다. 지역의 청소년 자립생활관, 치매안심센터, 양로원 및 노인복지시설, 병원, 교육지원청 특수학급팀 등과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해 협의하고 연계했다.

아로마 세러피(테라피)는 방향성 정유를 흡입제로 사용하거나 마사지에 사용하여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피부 증상을 치료하는 요법이다. 사람의 기분이나 행동에 변화를 주거나, 신체·정신·정서적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이용된다.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

지역 사회단체와도 연계한 농업교육으로 압량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2021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4주간 운영한 사회적농업 프로그램인 ‘슬기로운 농장생활’을 진행했다. 어르신들이 다양한 원예활동을 함으로써 스트레스 감소와 심리적 회복을 도모하고 사회적 연결을 통해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끼며 농업 활동을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매주 실시된 스트레스 검사 결과, 초기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만성 스트레스 수준의 수치를 보였지만 농업 활동을 할수록 점차적으로 스트레스 수치가 완화되는 결과가 나타나 ‘치유와 회복’의 사회적농업으로 우울과 불안의 요소들이 감소되는 것을 참여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었고 농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회적 농업은 단순한 농업기술 습득뿐만 아니라 신체와 정신 모두 건강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며 살아있는 동식물을 자원으로 하는 농업 활동은 인간적인 접근과 과학적인 접근이 동시에 가능하다고 한다. 농업·농촌의 농장과 마을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자연·문화적 자원들은 현대인의 웰니스 추구와 충족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배근ㆍ김진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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