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농업에서 치유의 해답을 찾다

 

‘돌봄형 사회적농업’ 행복농장 

행복농장은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돌봄형 사회적 농업’을 하는 곳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안는 사회통합을 하는 농업을 실천한다. 행복농장 창립 초기 사회적 농업이 대두되던 시기로 충남 지역의 사회적 배경에는 정신장애인 등록 인원이 5천290명인 반면 정신장애인 취업자 수는 229명으로 등록 인원의 5% 수준이었다. 만성 정신질환자는 재발 가능성이 높아 대인관계의 어려움, 일상생활 기술의 부족, 사회적 편견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특히 장애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사업장이 부족해 정신장애인에게 맞는 직업 재활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2014년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현 충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을 통해 정신장애인들의 사회진출 사업을 구상하면서 공동농장 모델을 구상하고 홍성군 장곡면 청년들의 젊은 협업농장을 찾았다. 마침 사회복지사로 농업을 배우고 있던 김수인 씨가 스텝이 되고 3천305㎡(1천평) 부지에 760㎡(230평) 규모의 시설 하우스 4동을 마련해 행복농장이 시작됐다.

광역센터 직영체제였던 행복농장은 2016년 협동조합으로 법인을 만들어 독립했다. 당시 충남광역정신건강센터장을 했던 안병은 정신건강 전문의가 이사장을 맡고 대표 실무자였던 최정선 씨가 상임이사를 맡았다.

행복농장 최정선 상임이사는 홍성의 생태 공동체 농업으로 유명한 풀무학교에서 5년간 청강생으로 교육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농업 활동을 계획했다. 행복농장이 추구하는 농장 본래의 원천적 기능과 함께 돌봄, 성장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사람과 지역이 함께 노력하고 그 결실로 ‘행복’이라는 열매를 거두는 터전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행복농장은 2018년부터 농식품부의 사회적농업 활성화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020년엔 농식품부에서 지정한 권역별 거점농장을 4곳 중 한 곳으로 지정돼 충남·경인·대전권역 거점농장으로 권역 내 농장들의 모니터링, 교육, 컨설팅, 연구 등 개별 농장의 지원업무 역할을 맡고 있다. 거점농장으로 학습모임을 월 1회씩 열고 있으며 이론만 아니라 사회적 농업의 경험을 같이 나누고 이슈가 되는 주제와 안건을 소통하며 사회적 농업의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해 신규 사회적 농업 농장을 지원하고 있다.

행복농장은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연에서 답을 구하다’는 ‘자연구시’의 기본과정, 홍성군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정신장애인, 홍성군 금마중학교 특수학급 발달장애학생, 장곡초등학교 특수학급 발달장애 아동 대상의 연중 ‘돌보는 농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농장 자립을 위한 농업

행복농장은 사회적 농업을 하고 있지만 자립을 위한 내부 경영적인 문제의 해결에도 농사가 기본이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농업 교육분야를 제외한 농업생산 매출이 60% 이상은 나오도록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다.

여러 프로그램은 잘 진행되었지만 조합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했다. 초기 작목을 부추로 정하고 홍성유기농에 납품하기로 했는데 경험 부족으로 매출이 너무 적었다. 젊은협업농장이나 마을주민 등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지역의 농업 스텝들이 더 합류했다. 

행복농장은 홍성유기농영농조합에 소속돼 친환경임산물꾸러미와 두레생협 등을 통해 재배한 허브와 꽃 등을 유통하고 있다. 2015년 당시 농사를 통한 첫 달 매출이 25만 원이었는데 현재는 월 250만 원 정도의 농산물 판매 실적으로 연 7천만 원 정도가 농업 매출이 됐다. 이는 성인 정신질환장애인이나 발달장애 청소년 대상의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기본인 농업을 통해 얻는 한 해의 매출이다.

최정선 상임이사는 “본격적인 농사를 2015년에 시작하면서 자본이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신장애인과 함께 농작업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겪었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극복해 나가면서 지금은 내부 경영적인 부분이 안정화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군 사회적농업 지역거점 농장

2019년부터 홍성군은 협동조합 ‘행복농장’을 사회적농업 지역거점 농장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해왔다.

홍성군의 사회적 농업은 기존 생산·가공·유통 등 6차 산업 시스템에 발달장애인, 지역 치매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치료와 힐링 외에 직업 재활훈련까지 연계하는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주민들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요리, 생활 돌봄을 통한 치유와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적 농업을 이해시키고 농업을 통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속가능한 사회적 농업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2020년에 사회적농업 선도농장인 장곡면 ‘행복농장’의 성과와 노하우를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매뉴얼 제작과 지속가능한 사회적 농업 기반조성을 위한 민관협업 거버넌스 체계를, 전국 최초 유기농업 특구인 홍동면과 장곡면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했다.장곡면 2030 ‘학습공동체’와 ‘오누이친환경마을협동조합’을 비롯한 6개 농장과 홍성군 장곡면사무소를 비롯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해 사회적 농업의 선도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돌봄을 통한 고용과 사회통합

행복농장은 실학에서 나온 ‘실사구시‘라는 사자성어에서 따온 ’자연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고 회복하자’는 뜻의 ‘자연구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연 1회 참여자를 모집하며 4박 5일 동안 농업에 대한 이론과 실습의 기본과정을 거치는데 참여 의지 등을 반영해 2~3주 동안의 심화 과정까지 마치면 행복농장이나 연계된 협업농장에서 4~6개월 간의 인턴 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고용된다. 

창업 당시의 농촌지역 장애인의 직업 재활은 바리스타 교육이나 파티쉐 등 농촌 지역과는 연관성이 적은 분야의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행복농장은 장애인들이 농업을 통해 지역의 구성원으로 역량을 키워 활동할 수 있는 농업교육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입지를 결정한 후엔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인식 개선 교육도 펼쳤다.

행복농장엔 주 5일 4시간씩 일하는 50대 중후반의 지적장애인 2명이 고용돼 있다. 이들은 프로그램 활동 중에 농장에 고용됐으며 7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예전에 자유가 제한된 시설에서 부자유스럽게 살다가 농장에서 농사짓고 지역민들과 어울리며 밝게 생활하며 농업의 힘과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어 행복농장은 더 많은 장애인 고용을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정신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농장이기 때문에 마을에 누가 되지 않고 마을주민과 상생하기 위해 마을 대소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마을 청소와 함께 마을 곳곳에 농장에서 키운 꽃으로 정원을 만들고 있다. 

정신장애 농민이 읍내에서 마을까지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자연과 농업과 마을주민과 정신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한 마을에서 살아가며 모두 함께 치유되는 것이 행복농장이 추구하는 길이다. 
       
문배근ㆍ김진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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