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동 현(영암신문 영암읍 명예기자)


요즈음 소리치면 힘 있는 사람들로부터 군밤 맞기 안성맞춤이므로 눈치 보기에 익숙한 힘없는 사람들끼리 입에서 입으로 이심전심 쌓여지고 있는 몇 가지 항간의 여론이 있다.

그 중 이해관계와 무관한 한 가지만을 과감히 소리쳐서 개선의 정 있기를 기대하며 하소연 한다.

요사이 어떤 행사장에 참석해 보면 행사의 식순 서두에는 으레 참가자 중 저명인사의 소개를 한다. 소개되는 이십여 명의 드높은 직분, 고고한 인품, 혁혁한 공로 등등 충실한 직무 수행으로 사회에 공헌한 나름대로의 공적은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고무 찬양할 만한 가치도 있을 것에 공감한다. 하나 훈작의 수여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지 더도 덜도 보태거나 깎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존귀한 저명인사의 인품이 이런 황당무계한 소개로 썩은 고깃덩어리처럼 변색해 보이는 무명의 참석 주민들의 눈은 어찌 생각하는가?

오적(五賊)의 저자 김지하 시인식으로 표현하자면 ○○○장, ×××회장, 소새끼장, 말새끼장, 개새끼장, 돼지새끼장 등등으로 이십여 명의 이름을 꼭 소개해야만 하는 진의는 무엇인가? “소개하지 않는 여타 다수의 주민 참석자들은 볼품없는 핫바지 새끼들이요!”라고 은근히 매도하는 허세를 꼭 부려야만 직성이 풀리겠는가? 소중한 시간에 그토록 할일이 없어서 주민을 우롱하는 악동의 장난치고는 너무 분통이 터진다. 어떤 행사이건 행사에는 그 행사 특유의 취지가 있을 것이다. 그 고유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성실하게 진행하고 모든 참석자들이 위화감을 갖지 않도록 공손히 손님 대접을 하는 것이 고금을 통한 행사 주최자의 기본 태도가 아니겠는가? 염세 철학자 ‘니체’는 “도덕은 힘 있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공중의 행사까지도 힘 있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라면 그 행사의 가치는 특권 계층의 사람들만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나머지는 들러리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개새끼장이나 핫바지 새끼들 모두를 위해 울려야 하지 않겠는가? 주민 생활의 평등과 화합을 위해 인위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시정하도록 간곡히 충언한다.

단지 이런 모순된 현상은 우리 고장만의 일이 아니며 또한 지금에 비롯된 일도 아니고 우리 사회의 어제와 오늘의 현상이었음을 명기하며, 이런 폐습의 재탕을 되풀이 하지말자는 뜻일 뿐이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