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역사가가 현재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항상 겸손한 태도를 지니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금의 인사청문회는 역사를 무시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인사청문회 근처에도 가보지도 못하고 자진 사퇴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본다. 

가야사 연구는 박정희 정부, 특히 김대중 정부시절 집중투자한 결과 ‘전남 가야사’ ‘전북 가야사’라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상대적으로 마한의 존재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 되었다. 그러나 가야사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본 식민사학자들이 주장한 임나일본부설의 해석을 둘러싸고 강단사학계와 재야사학계 사이의 충돌이 첨예화되고 있다. 특히 가야 유산의 세계유산등재와 관련하여 일본서기에 있는 ‘기문국’ 등의 명칭을 쓰는 것이 옳으냐 하는 주장은 일반 시민과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있다. 가야사 연구의 중요한 분수령인 셈이다. 

오는 10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시종의 마한역사문화공원에서 전라남도가 주관하는 마한행사가 치러진다. 스탬프 투어, 마한 그림대회, 마한 캐릭터 공모전 등 다양한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이 행사에 직간접으로 연계되어 있는 필자는 이번 영암에서 치러지는 마한 행사가 마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전남도민을 포함한 전국의 많은 이들에게 영암의 마한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호에 다루려 한다.

김해 대성동 고분군의 가치

지난 호에 소개한 백제, 신라, 가야의 역사 문화유산 정비사업에 들어간 비용과 신라, 가야 유물을 보존 연구하기 위한 박물관·고분전시관을 소개함으로써 마한사에 대한 현재 상황을 독자들이 느끼게 하였다. 본지를 본 독자들이 필자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기사와 함께 소개된 경남 김해출토 가야 유물을 보관한 대성동 박물관도 관심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김해 대성동 고분 박물관에 대한 검토는 가칭 ‘영암고분 전시관(박물관)’과 같은 마한 전시관을 건립하는데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리라 믿는다. 

김해는 금관가야의 도읍지로, 김수로왕이 건국하였다는 설화가 삼국유사에 담겨 있다. 특히 김수로왕의 왕비가 인도 야유타국 출신이라는 설화를 통해 금관가야의 활발한 해상세력으로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였다. 금관가야는 대가야와 더불어 가야의 중심국가로 발전한 모습을 고고학적으로 확인한 대표적 유적이 김해의 대성동 고분군이다.  
1990년부터 2001년까지 4차에 걸쳐 이루어진 발굴조사를 통해 대성동 고분군의 모습이 실체를 드러냈다. 이후 2009년부터 2020년까지 6차례 발굴조사가 이루어져 총 10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금관가야 중심 가야사의 성립과 전개, 성격, 정치, 사회, 구조를 해명하는데 절대적 가치를 제공해주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대성동 고분군 등 가야역사 문화자원을 활발히 개발, 조사, 연구, 복원하는 가야문화권개발 정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무려 1천2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되었다. 이는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미진한 고분 조사를 추가로 하면서 발굴된 고분을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정비계획을 수립하여 임기 안에 거의 마무리 지었다. 가야사는 김대중 정부의 가야문화권 개발정비사업에 힘입어 엄청난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는 가야사 연구자는 물론 가야 지역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에 힘입어 학문적으로 가야사 실체가 체계화되어 일부 가야사 전공학자들은 고구려, 백제, 신라에 가야까지 포함하여 ‘4국 시대’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성동 출토 유물과 자료들을 전시함으로써 금관가야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대성동 고분에 세워진 박물관이 ‘대성동 박물관’이다. 대성동 박물관의 건립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금관가야 문화의 산실, 대성동박물관 

1991년 1월 8일 대성동 고분이 국가사적 제341호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인 2001년 5월 대성동 고분군 정비사업이 승인되고, 2개월 후인 7월 10일 대성동고분박물관이 착공되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되었다. 그리고 2년 후인 2003년 7월 30일 대성동 고분박물관이 준공되었다. 그러니까 대성동고분박물관은 사실상 김대중 정부 때에 본격적으로 건립이 추진·준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기획전시관이 증축되었다. 곧 대성동 박물관에는 유물을 상설 전시하는 주 전시관인 상설전시관, 대형무덤 2기를 발굴 당시의 모습으로 야외에 전시한 노출전시관, 기획전시와 교육을 시행하는 기획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설전시는 일반인이 재미있게 관람하면서 쉽게 금관가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복원품과 모형품, 첨단의 영상 기법을 동원하였다. 주 전시관의 외형은 남성상을 표현한 국립김해박물관에 대비되게 여성상을 표상으로 하였고, 기획전시관은 가야 여성의 대표상인 수로왕비 허왕옥의 신행길을 참고하여 파도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대성동 고분정비 사업에 소요된 총 사업비는 다음과 같다. <표> 대성동고분군 정비 사업비 참조

대성동 고분군 정비에는 고분군 정비예산(50억)까지 포함하여 모두 133억이 투입되었다. 이 비용을 현재 기준으로 계산하면 훨씬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군비, 도비, 국비 등으로 예산을 나누어 집행한다면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되지 않는다. 소장 유물관리 현황은 다음과 같다. <표>소장유물 관리 현황 참조

모두 1만여 점의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발굴 조사된 영암출토 마한유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대성동 박물관은 전시 및 교육 등 기능과 더불어 김해지역의 가야유산 발굴, 연구, 조사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연 관람객이 2020년 기준으로 코로나19 상황임에도 6월까지 2만1천130명이 찾았다. 하루 평균 140여 명이 찾은 셈이다(주6일 기준). 주말에는 몇백 명이 찾았다고 하는 사실을 살필 수 있다. 적은 숫자가 아니다. 2020년에는 특별전시회도 11회나 하였고, 2020년 7월부터 코로나19로 박물관이 휴관하자 비대면 교육을 하였는데 900여 명이 참가하였다. 

김해에는 국립김해박물관과 더불어 2022년 3월 착공된 국립가야문화센터 등 가야 연구기관이 밀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호에 언급하였다시피 주요 고분군에는 그곳의 출토 유물을 전시, 활용, 연구하는 고분전시관이나 박물관이 셀 수 없이 많다.

오는 10월 6일부터 계획된 전남도의 마한행사와 마한축제는 영암 마한의 정체성을 드러내어 이를 토대로 국립마한센터를 유치하고, 마한 고분전시관을 건립하여, 궁극적으로 시종의 마한역사문화공원을 일본의 역사문화공원처럼 개발함으로써 국립공원 월출산의 비경(祕境), 구림의 왕인유적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 관광지로 만들 절호의 기회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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