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농업 선진지를 찾아서
■ 충남 공주시 공주아띠

 

‘공주아띠’ 창립자도 발달장애인 가족
자신의 아픔 있기에 남의 아픔 보듬어


공주아띠와 정영숙 대표

공주아띠는 충청남도 공주시 신풍면 평소리 광덕산 아랫마을 사랑골에 자리잡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발달장애인들과 그 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고 자립심과 사랑, 온정을 모아 농업활동으로 생명의 소중함과 기쁨을 맛보게 하며 인간다운 삶을 가꾸도록 헬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의 장으로 목적을 두고 창립됐으며 2020년 사회적농장으로 지정됐다.

정영숙 공주아띠 대표는 자신 역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로서 누구보다 이들 가족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잘 알기에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부모의 치유가 이뤄지는 터전을 만들고자 하는 꿈을 꾸었다. 이후 2015년 사회적 농업을 만나며 그 꿈을 실현했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발달장애인인 딸이 자립할 수 있도록 단순노동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가르치기 위해 땅을 마련했다. 부모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이러한 상황의 아이를 돌봐야 하고 부모 죽음 후에 남겨질 자녀의 삶을 걱정해야 한다”면서 “경제적인 부담과 심리적인 압박이 너무 많다. 나처럼 그런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해 작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나누다가 사회적 농업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과 부합하기에 사업에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사회적 농업을 하기 전부터 마음치유를 위해 심리상담 공부를 했는데 그때 느낀 것이 우울증을 겪는 주부들 상당수가 자신이 갖는 우울감과 울화가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햇볕을 쬐면서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우울증이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부모가 아이의 문제로 발생되는 우울감을 어떤 방법으로 해소해야 하는지 몰라 어렵게 살거나 자신의 삶을 망가뜨려 가족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가 주변에 의외로 많음을 알게 됐다. 

정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가족들이 농작업이나 심리 프로그램을 통해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고,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찾도록 돕는 것이 공주아띠의 설립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대표의 작은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농사를 전혀 몰랐으며 농업과 농장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큰 비용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당시 그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최선을 다해보지도 않고 그만두면 평생 미련이 남을 것 같아 귀농대학을 시작으로 숱한 교육을 받으며 길을 찾아 나섰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버틴 결과 사랑골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마을을 찾았고 아침 숲속에서 새소리가 들리고 사방에 피어나는 꽃들과 고요한 저녁이 있는 힐링의 농장을 만들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공주시장애인복지관과 세종시장애인보호센터의 발달장애인들이 각각 7회기 씩 농장을 찾아 농업교육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도모했으며 이들의 부모 또한 심리치유 강좌와 교육을 매달 진행했다. 또한 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은 연중으로 계속했다.

정 대표는 “농업을 배우며 변화되어가는 가족들을 보면 뿌듯하다. 처음에는 두려움으로 경계하던 사람들이 두 번, 세 번 방문하며 참여도 하고, 서로 말도 하고, 조금씩 자기 의사 표현을 해가는 치유의 과정들을 볼 때 감동을 받는다”면서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흙을 만지고, 동물을 만지고, 농작물을 접하며 심신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무한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역의 고령화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인들이 육체·정신·경제적으로 소외되며 자신의 삶과 죽음을 주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병·의원이나 요양원으로 옮겨진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정 대표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가 하루속히 보편화 되고 우리 마을에도 장애인들의 삶과 경제적 자립이 이루어지고,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부모들의 노후가 나라의 복지 시스템에 의해 보장되며, 장애인들의 노후까지 보장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사회적농업 가치추구와 미래계획

공주아띠는 농가공 등 간단한 농작업을 교육해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자연을 통해 마음치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우리에게 다가올 가까운 미래인 노후가 자기 주도적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노후의 안식처, 마음을 열고 이야기 나누며 서로에게 위로와 도움의 손길이 되어줄 수 있는 공동체의 삶, 힘들고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던 발달장애인 부모와 마음이 아픈 주부들이 자연 속에서 생활의 기쁨을 누리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소셜미션(Socail Mission)을 세우고 먼저 발달장애인의 안정된 노후 대비, 이주여성 및 한부모 가정 돌봄, 마을 어르신 일자리 창출, 마을단위 지역사회 통합 돌봄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며 사회적(치유)농업 특화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 사회경제네트워크, 농업기술센터, 주민자치위원회 등 각종 민관 지원단체 연계해마을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정부와 시도지자체의 각종 공모사업, 주민자치지원정책 등을 활용하여 지역사회 통합 돌봄 프로그램를 운영할 계획이다. 마을 병의원, 지역 한의원, 요양보호센터, 마을 보건소 등의 민간과의 교류협력을 확대 강화시켜 돌봄의 질을 높이고 학교의 자유 학년제, 현장학습, 진로체험, 정서심리발달, 유치원 등에 농업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미래를 준비 중인 공주아띠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장애인 농업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인 부모와 마음이 아픈 주부를 위한 심리 상담교육과 농가공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경증 발달장애인의 진로 탐색과 훈련, 생활교육도 함께하고 있으며 전통 발효식초 만드는 법과 청국장 제조를 전수하고 있다. 

한편 농업을 매개로 고령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사회 서비스나 자립 기회를 제공하거나 사회적 농장은 전국 12곳과 권역별 거점농장 4곳이 있다. 사회적 농장은 사회적 농업 활동 운영비와 네트워크 구축비, 시설 개선비 등으로 개소당 연 6천만원(국고 70%, 지방비 30% 보조)씩 최대 5년간 지원받는다.          

문배근ㆍ김진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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