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동아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전라남도교육청 교육참여위원장
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동아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전라남도교육청 교육참여위원장

사회적 경제 시대 열리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이 속담에는 여러 사람들이 협력할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 보다는 분열로 인한 실패를 강조하는 뜻이 담겨 있다. 치열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과 일사불란한 통제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는 학생 때부터 성적으로 줄 세우고 직장에서도 경쟁과 실적으로 출세하는 시대를 살아왔기에 협력보다는 승자독식의 문화에 익숙해 있다. 특히 합자나 협동을 통한 창업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큰 자본이나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창업을 할 수 없는 것인가?

이 시대에도 큰 자본이 없이 협동의 리더십이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다. 창업 전문가들은 ‘창업의 성공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라며 협력과 연대를 강조한다. 지금은 사회적경제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콩 한조각도 나누어 먹는다’ ‘개미가 절구통 물어간다’라는 협동과 연대정신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활동이 그것이다.

사회적 경제란 상호협력과 사회적 연대를 바탕으로 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한다. 현대사회의 양극화,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공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자본주의 시장원리는 돈이 되지 않으면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정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기에 사회적 약자들은 일자리, 주거, 육아, 교육, 돌봄 등 인간 생애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소외된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활동 영역과 공익을 우선시하는 국가의 공공 영역 사이에서 상생과 나눔, 협동의 방식으로 기업 활동을 한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의 힘과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자본시장에서 문제로 발생된 소득 양극화와 사회·경제적 불평 등을 극복하고자 민주주의와 협동의 원리에 입각해서 ‘따뜻한 사회’, ‘나눔 경제’를 지향하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농촌형 사회적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농촌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 인구 비율이 날로 높아지지만 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이나 시설, 전문 인력은 부족하다. 농촌특성에 맞는 사회적 경제조직을 통해 돌봄, 교육, 농업, 복지, 환경, 문화, 관광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경제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영암군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은 사회적기업 8개소, 마을기업 8개소, 사회적 협동조합 4개소, 협동조합 32개소, 자활기업 3개소 등 55개소가 운영 중에 있다. 여러 영역에서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활동하지만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다.

농촌형 사회적경제 기업의 사업대상은 농촌 지역의 모든 생활영역이다. 지역사회의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농촌지역 활성화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된다. 농촌지역 로컬푸드, 자연경관, 환경, 대안 에너지, 문화, 관광, 도농교류, 사회복지 등 생산물 유통, 기술개발, 정보제공, 컨설팅, 교육사업,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장애인, 노인, 빈곤여성, 이주민 등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농촌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 제공, 알선, 인력관리, 사회서비스 제공 등도 사회적경제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분야일 것이다.

농촌형 중간지원 조직 필요

지금 농촌지역은 고령화와 이농으로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협동 공동체인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필요하다. 농촌지역을 활동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대부분 사업 규모가 영세하고 사업역량이 미약한 수준들이다. 홍보마케팅, 시장 확대, 거래처 확보 등 유통 및 판로의 어려움과 운영자금의 부족, 시설 및 설비투자의 어려움 등 자금 관련의 어려움도 크다.

중간지원 조직은 경영 컨설팅, 조직 연대활동은 물론 농촌현장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이끌 혁신적인 역량을 갖춘 주체를 발굴•육성하여 교육을 해야 한다. 농촌에 청년층과 은퇴자들이 종사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많은 청년들과 은퇴자들이 농촌으로 귀농·귀촌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20~40대의 젊은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이들도 지역의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지역개발사업들이 다수의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성 사업이니 만큼 공익적 성격을 지닌 사회적 경제조직을 활용하고 위탁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지역주민과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지역 내에서 역량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정책들이 적극 도입됐으면 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이 사업의 우선권을 주며 농촌에서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유휴공간들을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창업으로 일자리들이 만들어져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지역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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