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장맛을 기다리며 치유됨을 느껴
사회적 농업 선진지를 찾아서

 

경남 최초 사회적 농업농장

수승대 발효마을은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 위치한 전통 장을 만드는 곳이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 자연이 주는 오묘한 맛의 조화가 이뤄질 때 비로소 제맛을 내는 장처럼 서두르지 않고 은근한 기다림으로 조금씩 치유와 돌봄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경남지역 최초의 사회적 농업 농장이다.

수승대는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황산마을 앞 구연동이며,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였다. 당시 백제와 신라가 대립할 무렵 백제에서 신라로 가는 사신을 전별하던 곳으로 처음에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하였다 해서 근심 수(), 보낼 송()자를 써서 수송대(愁送臺)라 칭했다. 그 후 조선시대 들어서며 수승대(搜勝臺)로 이름이 고쳐졌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 속에서 과거의 역사가 흐르는 곳에 자리 잡은 수승대 발효마을은 전통의 맛과 발효과학에 주목하며 치유의 길을 개척했다. 마을에는 기존에 수승대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거창수승대 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고 있었다. 관광객과 내외지 학생들에게 전통장 담기 등의 발효과학을 전수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시설과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사회적 농업 진출에 도움이 됐다.

2012년 결성된 수승대발효마을은 2019년 경남지역 최초의 사회적 농업농장으로 지정됐다. 콩을 재배하는 농가들과 죽염을 활용한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생산하며 달너미 약초원 농장 등 다양한 품목과 분야에서 일하는 농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태영 대표를 포함해 조합원 22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승대발효마을은 치매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에게 동식물과 농작물을 매개로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돌보는 농업을 추구한다. 우태영 대표와 회원들은 농업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마음의 안정과 치유와 힐링 효과를 군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있다. 또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는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해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태영 대표는 “2003년부터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서 전통장류 만드는 일을 해왔다. 2006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꿈속에서 장을 보관하는 장고(醬庫) 가비알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해와 바람이 직접적으로 드는 양장(陽醬) 개념의 장독대에서 장이 충분히 익고 나면 발효의 과정은 음장(陰醬)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항아리의 알 구조가 가진 과학적 이치를 장고에도 적용해 보고자 노력하다가 2016년에 드디어 장고를 완공하면서 마을 이름을 따 수승대발효마을로 이름을 지었다고 말헀다.

우리 전통 장을 배운다

수승대발효마을은 장독대, 장고 등 장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사회적 농업 활동으로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장학교를 열어 우리 전통 장을 10가지 정도 담아보고 소득 창출을 위해 장김치를 상품화하여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체험자들이 이곳을 찾아오기 때문에 이동 거리가 있어 총 5회에 걸쳐 장을 담근다. 이곳에서 교육받는 사람들은 임원경제지에 기록된 방법으로 우리 전통 장을 배움으로써 전통 식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고, 건강한 식문화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건강한 음식이 건강한 정신을 갖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퍼머컬처농장은 발달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는 덕유산 산림해설사 출신의 1급 종자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로 토종 종자를 수집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수업을 잘 이끌어 가며 자연이 가진 특유의 생명력을 통해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데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편안함을 느껴 교육 효과가 높다는 평이다.

비건 베이커리는 중증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과 치유 프로그램이다. 노인복지 관련 단체와 연계하여 텃밭을 가꾸면서 이곳에서 나오는 농산물로 요리를 진행한다. 소화가 어려운 어르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강사들이 직접 시설 등으로 찾아가 21조로 보살피며 진행하고 있으며 호응이 좋아 애초 정해진 정원보다 거의 두 배의 인원이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텃밭 요리 프로그램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협업농장에서 방과후아카데미로 텃밭 활동을 하고 있다. 모종 심기부터 가꾸고 재배해 수확한 후 요리까지 해보고 맛보는 활동으로 아이들이 직접 모든 것을 해보기 때문에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며 참여하고 있다.

우태영 대표는 프로그램별 협업하기와 수승대발효마을의 각 프로그램은 팀 체계로 꾸려서 진행하고 있어 보다 더 전문화되고 더 짜임새 있는 진행이 가능하다면서 여러 협업농장과 지역의 다양한 단체와 연대 협력하고, SNS와 회의를 통해 농장과 교육 대상자 간의 활동을 공유하고 배우기 때문에 서로의 활동 결과물을 나눌 수 있어 보람과 즐거움은 배가 된다고 말했다.

거창군과 연계한 치유농업

수승대발효마을은 사회적 농업을 위해서는 어느 한 개인 또는 단체가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농업을 이끄는 지역의 단체, 기관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상생 연계해야 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에 따라 거창군보건소 치매안심센터와 함께 농업군인 거창군의 지역특성을 적극 활용해 치매 어르신과 가족을 대상으로 사회적 농업과 치유농업을 연계한 치매치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은 우태영 대표와 강사들의 지도로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고추장 만들기와 그 장을 이용한 음식 만들기 체험을 통해 인지기능 유지와 증진을 목적으로 행복한 기억을 지켜내기 위한 두뇌건강 교육이다.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가마솥에 직접 장작불을 지피고 손과 팔로 작업을 해 조청과 고추장을 만드는 것은 온몸을 이용한 활동으로 치매 어르신의 뇌를 자극해 인지기능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한편 잊고 있던 지난 기억들을 채워주고 체험을 통해 공동체 의식이 높아지는 기대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치유농업은 농업을 통한 치유와 돌봄, 정서적 안정,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이 포함된 의미를 갖는다면서 치유농업으로 치매진단과 동반되는 우울감 증대에 따른 정신질환에 대한 선제적인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농업과 연계한 치유 치매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승대발효마을 자체적으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워크숍을 열어 사회적 농업은 장애인, 이주민, 소수자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또 불리한 여건에 있는 사람의 재활, 교육, 돌봄 등을 촉진하거나 아동, 노인 등 특정 집단에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영농활동임을 각 기관과 시설에 알리고 연대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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