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경과 나눔 통한 복지와 사회적 문제 해결

 

여민동락은?

영광군 묘량면에 위치한 여민동락(대표 이은경)은 2007년 노인돌봄을 위주로 하는 ‘노인주간복지센터’에서 출발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이동하는데 불편함을 알고 생필품 구매를 쉽게 하기 위해 이동식 ‘동락점빵’을 운영했다. 2009년에는 모싯잎떡 공장을 설립했다. 지역 내 노인 돌봄 서비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 사회적 농장, 공동체적인 복지마을로 탈바꿈했다. 

농촌복지로 시작한 여민동락 공동체는 농촌 소멸위기 지역인 영광군 묘량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농촌 노인들의 신체·정서적 건강 유지 활동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귀농인 및 학생들의 농촌적응 훈련을 통해 마을공동체 유지와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주요사업은 고령노인의 농업활동을 위한 농작물 재배 및 교육활동, 일자리 창출, 치매 노인들을 위한 노인주간복지센터의 치매 어르신의 정기적인 농업체험, 초등학교 인근 텃밭을 활용한 농부학교, 도시 청년이 농업체험 활동에 참여하는 귀농귀촌 도시청년 돌봄사업 등이다.

여민동락은 노인 일자리 제공, 복지 제공 등 사회적 농업을 통해 쇠퇴한 농촌지역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농촌 노인들은 노후에도 농업 분야에서 일할 능력과 경험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으며 소득에 대한 욕구가 높지만 사회의 공적인 부문에서 해결 불가능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은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노인들이 노동과 경제활동에서 제외돼 단순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다가 치매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되도록 만들고 있다. 

여민동락은 이에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할머니 손 모싯잎떡’ 공장을 세워 모시 농사와 떡가공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들은 농작업과 가공업으로 적당한 노동을 통한 소득과 건강 관리를 하고 여민동락은 노인복지센터를 세워 의료복지를 일정 부분 제공하고 거동이 어려운 경우 방문 서비스도 하고 있다. 또 이동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동락점빵’이란 이동식 가게를 만들고 생필품을 주문받아 배달하는 이동장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멈추지 않고 마을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는데 쉬운 농작업으로 할 수 있는 야생화 재배를 하고 있다.

공동체적인 복지사업

여민동락의 노인복지센터에서는 마을 노인 100여 명에게 매일 점심과 간식을 제공하고 건강 체조와 그림 그리기 등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화비 걱정 없이 타지에 사는 자녀들과 통화가 가능하도록 ‘사랑의 도깨비 전화’도 설치했다. 주민들 누구나 들러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동락찻집도 운영하고 있다. 찻값 대신 형편이 되는 대로 오이나 호박 등 직접 키운 농산물을 기부하면 된다. 복지센터 입구에는 10원만 내면 되는 자판기를 설치해 주민들이 부담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자립형 노인복지센터를 표방하며 후원으로 모든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진정한 복지를 위해선 노인들의 경제적 독립이 필요한데 아주 건강한 노인, 비교적 건강하지만 품을 파는 정도의 노동이 가능한 노인, 마실은 다니지만 노동은 어려운 노인, 치매·중풍이 있는 노인 등으로 구분하고 비교적 건강한 노인들 중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찾아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민동락 할매손 모싯잎 송편공장’이 바로 그것이다. 2009년 농협에서 6천만원을 대출받아 만들어졌으며 현재 마을 노인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일부는 공장에서 떡을 만들고 나머지는 작목반을 꾸려 모싯잎과 콩 등을 생산한다. 지역 내 떡 공장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초기엔 후원자를 대상으로 떡을 판매했지만 쇼핑몰을 만들고 지역축제에 참가하면서 전국으로 판로를 확대했다. 연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1년 시작한 마을기업 ‘동락점빵’은 묘량면의 대중교통 쇠퇴로 인한 주민 이동의 부자유로 인한 생필품 구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이다. 버스도 하루 3번 정도만 오고 면 소재지에 있던 유일한 구멍가게가 문을 닫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물건을 사려면 군청이 있는 읍내까지 가야 할 상황에 빠졌다. 여민동락은 이에 따라 ‘이익이 없어도,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을가게’라는 간판을 걸고 동락점빵의 운영을 시작했다. 트럭을 개조해 이동식 점빵도 운영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묘량면 마을 42곳을 돌며 노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고 이를 구매해 필요한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지역학교 살리기에도 나서 폐교 위기에 몰린 묘량중앙초등학교를 살려내며 농어촌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든 이 학교는 2009년 통폐합 대상이 됐다. 공동체의 젊은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교 살리기에 나서 외부로는 작은 학교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내부로는 학교 운영에 참여해 교사, 학부모, 학생이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승합차를 동원해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왔고 교육 과정을 짜는데도 머리를 맞댔다. 가야금, 바이올린, 피아노 등 다양한 방과후 학교수업도 개설해 졸업 후엔 누구나 악기 한 개씩을 다룰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의 열정으로 학교는 2011년 12명이었던 학생 수가 5년 만에 약 2배로 늘었다.

자립과 자치의 헌법

여민동락은 국가보조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지갑부터 열어 먼저 나누자는 원칙, 스스로 농민이 되어 밭 한 평이라도 노동하고 경작하자는 소신, 복지 안에 갇힌 복지가 아니라 지역민의 일원이 되어 지역사회에 완벽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지역 일체형 공동체를 만들자는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여민동락 관계자는 “국고 보조금이나 기업후원은 원칙적으로 확대돼야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지원’일 뿐 창조적 ‘생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립은 외부지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부경작과 생산, 개미 후원과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서 가능할 때 진정한 자립이며 그러한 경제적 자립이 실천의 자유성과 독립성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민동락은 자립과 자치를 위해 협동조합의 원칙을 구현한 헌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여민동락 공동체는 첫 시작부터 협동조합의 원칙과 취지에 맞게 설립됐으며 현재 그 헌법대로 조합원 간의 신뢰와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활동하고 조합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첫째 노동과 생산을 통하지 않은 모든 외부의 기부와 후원은 반드시 그 십분의 일을 쪼개, 더 가난하고 후미진 지역과 단체와 시설에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둘째 국가의 보조금과 인건비 지원을 받지 않는다. 다만 국가의 보조금과 인건비는 재정적 독립과 경제적 자립을 완벽하게 이룬 뒤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규모의 감당 가능한 자금만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셋째 아이들을 도시로 유학 보내지 않는다. 마을공동체 활동의 기본은 지역에 ‘사는’ 것이고, 동시에 지역사회의 작은 시골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주민들과 더불어 함께 교육과 문화를 살려가야 온전히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뜻을 실천하는 것이다. 

넷째 농촌주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밥을 먹으며 농부로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마을활동가 혹은 지역운동가라 자칭하면서 주민들 속에서 ‘헌신’만 하는 게 아니라 이웃으로 함께 살며 주민들의 살림 모양을 닮아가고 농민들에게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면서 온전히 마을구성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부분들은 공동체로서 지속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돈 있는 사람은 돈을, 관계가 풍부한 사람은 관계를, 행정 능력이 있는 사람은 행정 능력을 출자하면서 시작했으며 도시 젊은이 여섯 명의 최초 출자가 이제는 18명의 대식구가 됐다. 

여민동락 관계자는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구성원 간의 절대적인 ‘신뢰’이자 끊임없는 ‘학습’이며 이는 오래된 관계의 축적을 통한 신뢰로 이것이 없으면 공동체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월요학당을 통해 매주 학습하고 성찰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공동체는 늘 갈등과 반목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조절 통제하고 신뢰로 승화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학습과 성찰의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배근ㆍ김진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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