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순 / 영암군농업기술센터  학산·미암상담소장
김용순 / 영암군농업기술센터  학산·미암상담소장

“김소장! 올해는 칠일득신(七日得辛), 팔용치수(八龍治水)가 들어있네. 나락 수정이 길어지고 비오는 날이 느슨하지는 않을 것 같아! 문고병, 흰빛잎마름병, 이삭도열병에 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학산면 상월리에서 매년 벼농사 150마지기를 60년 이상 지어오고 계시는 올해 79세 배국선 어르신이 상담소를 들어오시면서 말씀하시는 2022년 책력 해설이다. 

예로부터 우리의 조상들 중 농업의 대 선인들은 매년 연초가 되면 책력을 펴 놓고 십간과 치수, 십이지를 가지고 그해 농사를 예견하곤 했다. 십간(十干)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로 표현한다. 치수(治水)는 그해 물을 다스린다 하는 용(辰)의 날을 표현한다. 십이지(十二支)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로 표현한다.

십간 중에서 신(辛)은 금(金)에 해당하여 벼의 개화를 관장한다고 하여 득신(得辛)이라고 한다. 그해 정월 초에 신일(辛日)이 며칠이냐를 두고 득신을 붙였다. 삼일득신이면 벼의 개화 기간이 삼일이라는 뜻이고 십일득신이면 벼의 개화 기간이 십일이라는 뜻이다. 벼는 개화 기간에 따라 작황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화 기간이 짧거나 길어도 좋지 않다. 벼의 적정 개화 기간은 4일에서 6일 사이로 오일득신이 가장 좋고 사일득신과 6일득신도 괜찮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그 외에 삼일득신과 칠일득신은 평년작이고 이 외에는 흉년이 든다고 선인들은 표현한다. 

득신을 설명하면, 올해에는 정월 초이렛날이 신일(辛日)이라 칠일득신이라고 한다. 벼의 개화 기간이 칠일이니 4득신, 5득신, 6득신에 비해 좋은 날씨는 아니라고 예측한다. 해석을 해보면 벼의 개화기가 칠일이 걸려 적정개화기 4, 5, 6일에 비해 다소 길어 질 것으로 예상되어 개화기 때 좋은 날씨는 예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치수를 설명하면, 용(龍)은 물을 다스린다고 하여 치수(治水)라 한다. 정월 초하룻날에 십이지 중에서 용날이 언제 들었는지를 보고 치수를 붙였다. 용이 많을수록 비 오는 날이 많고 적을수록 비 내리는 날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용이 많으면 화합이 되지 않아 서로 미루다가 비를 적게 내릴 수도 있고 용이 적으면 방심하거나 제멋대로 하기도 한다고도 하였다.

작년에는 초열흘에 용 날이어서 십룡치수라 하여 열 마리의 용이 물을 다스리니 비와 바람이 좀 많았으나 후기 9~10월 기상이 좋아 풍년이 들었다. 올해에는 초야드레가 용날이어서 팔룡치수라 하여 여덟 마리의 용이 물을 다스리니 비와 바람이 작년보다는 적을 것이나 평년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후기날씨가 좋아야 할 것 같다.

이런 점을 예상해 볼 때 올해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질소질 비료 시용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 검정을 하여 시비 처방서를 받아서 토양의 성질과 성분을 알아 내 토양에 알맞게 시비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에는 표준시비량(10a당 질소 9kg)만이라도 지켜서 토양시비를 하면 가을에 수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높아 더 좋은 농업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에 풍년이었다고 올해에도 질소질 비료를 과용하면 출수가 늦을 뿐만 아니라 벼 흰잎마름병, 이삭도열병과 잎집무늬마름병, 흰등멸구, 혹명나방의 피해가 심할 것이다. 또한 작은 비바람에도 쉽게 쓰러져서 농사에 큰 피해를 볼 것이니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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