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동아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전라남도교육청 교육참여위원장
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동아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전라남도교육청 교육참여위원장

선거 후 스트레스 심하다

선거가 끝난 후에 많은 사람이 집단적으로 경험하는 불편과 불안을 흔히 선거 후 스트레스 혹은 선거 후 집단 트라우마라고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트라우마는 예상하지 못한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충격을 경험한 이후 정신적 불편감으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치열했던 대선이 끝나고 우리 지역민도 텔레비전 뉴스를 보지 않고 정치 얘기는 하지도 않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데 지방선거까지 과열되어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선거 후 모든 사람이 선거 스트레스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의 승리는 지지자 집단 전체의 승리감으로, 패배한 후보와 지지자들은 박탈감과 좌절감에 휩싸인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라고 하는데 민주주의의 주인인 군민들은 즐겁게 우리들의 대표를 선택했는가?

선거판이 벌어지면 지지자나 정당을 중심으로 집단 정체성이 형성된다. 집단 정체성은 선거운동의 동력이 되지만 그 집단 정체성이 흔히 편가르기로 나타난다. 치열한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 가장 가까이서 생활하는 마을주민, 친목단체, 사회단체, 직장 내에서도 내 편이냐 반대 편이냐로 분리장벽을 치고 경쟁한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혐오감으로, 분노로 커져가면서 서로가 상처를 주고 받는다. 선거 트라우마가 잘 치유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결과 후 선거패배의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은 위로받지 못하고 상처로 남는다. 

어느 마을 어르신들의 지혜

후보자들이 정책 대결로 정정당당하게 싸우기보다는 비방과 무차별적인 폭로, 인신공격 등이 난무하다 보니 지역주민들은 비방에 대한 진위 여부를 모른 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후보자 간의 공방은 주민들 간의 다툼으로 번진다. “너 두고 보자”는 식으로  벼르게 되고 서운한 감정과 분노가 마음속에 깊게 남는다.

지방선거, 농협조합장 선거가 끝나면 이제는 지역이 화합해야 한다고 구호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깊게 패인 골로 인해 철천지 원수처럼 사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한 마을에서 긴 세월 함께 살아온 주민들이 껄끄러워진 관계로 서로 피하고 어떤 일도 함께 하지 않는 사이로 지내게 되는 것이다. 

어느 마을 어르신들의 말씀을 소개하고자 한다. 단합이 잘 되었던 이 마을도 선거 때만 되면 마을 사람들이 분열되어 마을의 공동체가 깨지는 아픔을 자주 경험하였다. 이 마을 어르신들이 택한 방법은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마을에 젊은 후보가 인사 오면 ''그래요 젊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일을 해야지요''라며 칭찬한다. 군수나 관료출신 후보가 인사 오면 ''구관이 명관이여, 정치는 경험이 있어야제''하고 박수쳐 준다.

여성후보가 오면 ''요즘은 여자들이 꼼꼼하게 지역을 챙기며 정치를 잘해''라며 박수로 환영한다. 

줏대가 없는 마을일까? 그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 사람 각자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한다. 각자의 지지후보가 있지만 ''우리마을에 온 손님이니 칭찬하고 격려해야지 불편하게 하면 안되지요?''라고 말한다. 

갈등과 분열, 잘 치유해야

어쨌든 요란스럽고 치열한 선거는 모두 끝이 났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가슴속에 남아있는 앙금을 훌훌 털어내고 서로 화합해 모두 동참하는 일이다. 선거가 끝났으니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상처가 치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개인적으로는 등산이나 운동, 독서나 음악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 하면 신체적 건강만을 생각하지만 정신적, 사회적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군수나 지방의원 당선자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상처를 치유하고, 갈라진 민심을 아우르고 추스르는 것이다. 선거기간에는 표를 얻기 위해 정당, 혈연, 지연, 학연, 취미집단, 사회단체 등 모든 인연과 친분을 동원하여 운동하였다. 지역사회는 이런 사회적 관계가 거미줄처럼 서로 엮여 지역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주민들의 삶의 기본인 지역공동체가 분열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면 치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당선자들은 지방자치의 부작용이 측근이니 실세니 하는 사람들의 전횡에서 비롯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월출산, 영산강을 활용한 지역발전, 대불산단 활성화, 농업·농촌의 발전, 주민복지 등 지역경제의 활성화, 복지증진을 위한 정책 결정에 주민이 참여하고 협력하도록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정책이라면 상대 후보의 공약도 수용하는 포용력이 중요하다.

군민들의 행복한 삶의 질을 높이는데 지역주민과 철저하게 함께하는 모습을 보일 때 주민들은 상처가 치유되고 박수를 칠 것이다.

우리 군민들이 그 많은 입후보자 중에서 왜 자신을 뽑아 주었는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군민들도 군수나 의회로 입성한 당선자들이 제대로 영암군 발전을 위해 혼신의 정치를 펼 수 있도록 성원해 주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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