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원 영암읍 회문리生 전 부천시교육청 관리국장 경기도 용인시 거주
김 명 원 영암읍 회문리生 전 부천시교육청 관리국장 경기도 용인시 거주

아호 월출(月出) 조수현(曺守鉉)은 고향 후배다. 한마을 회의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형제처럼 허물없이 살아왔다. 나와는 10년 나이 차이가 있고 내 동생(명용)과는 중학교 동창이다.

며칠 전 이 아우로부터 ‘다운 문예’와 ‘시숲의 시향기’라는 책자 두 권을 우편으로 보내와 받았다. ‘다운 문예’는 인천시 소재 시인들의 시 문학 활동을 하는 계간지(季刊誌)다. ‘시숲의 향기’는 ‘다운 문예’ 회원들의 시를 모아 편집한 책자다.

내용을 살펴보니 책 속에는 월출 시인의 시가 9편이 실려 있다. 책 속에는 거액의 금원이 들어 있었다. 깜짝 놀라 전화를 하니 받질 않는다. 문자 메모를 보냈다.

“月出 詩人 아우님! 전화를 안 받아 바쁘신 것 같아 문자를 남기네. 보내준 ‘단운문예’ ‘시숲의 시향기’ 잘 받았네. 고향집 대문 사이로 외 9편의 시 잘 읽었네. 이제 저명 시인이 다 됐구려…. 어쩌면 그리 진솔하고 소박하며 정감이 넘치는지…. 찬사가 절로 나왔네. 

무슨 거액의 금원을 동봉했는가? 반송하고자 하니 구좌를 알려 주시게 등기로 보내려면 복잡하니 꼭 메모해 주게. 그리고 여건이 좋아지면 만나세.”하고 문자를 보냈다.

얼마 후 전화가 왔다. 바둑을 두다 전화를 못 받았다며 많은 이야기를 한다. 어릴 적, 고향 마을에서부터 친형님처럼 존경해 왔고 인천에 와서도 신세를 많이 지고하여 친 형님과 같이 느껴져 용돈을 보냈다는 것이다. 과거 이야기를 하며 울먹거리면서 진정어린 마음으로 많은 사연을 이야기한다. 금원을 반송할 기회를 억제하면서 마음을 돌릴 겨를을 주지 않는다. 간곡한 애정에 거절한 생각을 아예 못 하게 호소한다. 하는 수 없이 고맙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간곡한 뜻을 받아들이고 전화를 끊었다. 이러한 경우는 처음 겪는지라 한참을 생각하며 그 고마운 우정을 깊이 받아들이고 차후에 애정을 베풀 생각을 다지게 되었다. 90 평생 살아오면서 이러한 감정을 느껴 보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나를 존경해 왔고 닮아가려고 노력해 왔다니 진정어린 애정에 고맙고 감사했다. 그래서 그 감정을 글로 표현해 본다.

우리 사회는 많은 인간관계로 이어져 살아간다. 사악한 일도 있고 애정 어린 일도 있지만 이렇게 고마운 우정으로 이어진 삶이 기쁘게 느껴진다. 한편의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월출 시인의 등단 시 한 편을 실어 본다.(다운 문예 2020. 15호)

고향길 뒷산 송사리

오랜만에 뒷산 골짜기 냇가에 발을 담근다
시원한 동심으로 돌아간다.

멱 감다 가만히 앉아 있노라니
냇가의 송사리 발가락 사이를
‘콕콕’ 쪼으며 간지럼 준다 

‘간질간질’ 손장난을 친다.
가만히 더 있으려니
한 마리 두 마리 모여든다.
맑은 물속 송사리 열심이다
혼자서 웃음반 기쁨반 동무되어
송사리와 놀았다
저녁때가 훨씬 지났다.
 
글 밑창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되었다.

조수현

전남 영암출생
경인교육대학교(학사), 인천교육대학원(석사), 안양교육대학원(석사)
인천약산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만수신협 이사장,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인천바둑협회 이사, 인천 남동구 바둑협회회장, 아마바둑 5단 등단,
작곡 작사 인천 건암초교 교가, 이밤이 반가외 다수, 소통의 글쓰기 다수

내가 인천에서 교육청에 근무 당시 조수현은 영암농고를 나와 놀고 있었고 당시 경기도에는 인구 증가로 학교를 증설하여 초등학교 교사가 많이 부족하였다. 충원을 위해 초등교원 양성소를 설치하고 일정기간 교육을 이수하여 교사 발령을 주었었다. 그때 그 아우에게 권유하여 교사가 되도록 연락해 준 적은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뜻밖의 대접을 베풀어주어 과분함을 느끼고 있다. 현직에 있을 때는 형편에 허용되면 고향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선해 주기도 했지만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적은 없었다. 더군다나 90이 다된 지금의 세월에 이런 대접을 받고 보니 뜻밖의 일이었다. 어쨌든 진솔하고 깍듯하게 접근해온 그 우정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언젠가 보답하려는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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