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철 / 군서면 모정리 출생 /전 현대택배(주) 전무이사 / 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심사위원
신순철 / 군서면 모정리 출생 /전 현대택배(주) 전무이사 / 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심사위원

자연을 벗삼아 아름다운 생태, 역사, 문화자원을 배우고 체험하면서 걷는것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고 상큼하게 해준다.

제주도 둘레길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지방자치 단체들이 지역의 특성을 살려 각양각색의 둘레길을 조성하였다. 우리 고향 영암도 풍부한 관광자원과 문화유적 등을 감상하면서 빼어난 자연의 풍치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영암의 둘레길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필자는 그동안 코로나 장기화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동네에서만 맴돌던 일상에서 벗어나 체력증진을 위해 칠십 중반이 된 정 많은 옛고향 친구들 10여 명과 함께 금년 10월까지 서울 둘레길을 완주하기로 했다.

서울 둘레길은 서울시가 서울을 한 바퀴 휘감아 돌면서 서울의 자연 생태계와 문화자원을 걸으면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총연장 156.5㎞의 길이다. 수락·불암산(1) 코스, 용마·아차산(2) 코스, 고덕·일자산(3) 코스, 대모·우면산(4) 코스, 관악·호암산(5) 코스, 안양천·한강(6) 코스, 봉산·영봉산(7) 코스, 북한·도봉산(8) 코스로 나뉘어 코스별 난이도에 따라 선택하여 남녀 누구라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숲길’ ‘하천길’ ‘마을길’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 둘레길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우체통을 재활용하여 총 28곳에 스템프 시설을 만들어 두고 둘레길 지도에 표시하여 안내를 해주고 있다.

필자 일행 10여 명이 동행한 수락·불암(1) 코스를 출발하기 전 기념 스탬프를 찍고 1만6천여 평에 붓꽃원, 약용식물원, 수생식물원, 습지원 등 12개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 ‘서울 창포원’ 입구로 들어섰다.

서울 강북의 끝자락인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에 세계 4대 꽃 중에 하나로 꼽히는 여러 종류의 붓꽃이 가득하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약용식물 대부분을 한자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수 식물원이자 생태공원이다. 붓꽃은 매년 5~6월에 화려하게 꽃을 피우며 연초록색 잎은 그 자체 만으로도 참 아름답다. 넓고 넓은 대지 위에 환상적인 식물들이 자라고 꽃피우는 창포원을 가로질러 숲속 도로를 따라 걷는다.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징검다리를 건너 갈림길마다 설치되어있는 이정표를 따라 숲길을 한참 오르락 내리락 하며 걷다 보니 산릉길 중턱에 식탁 3개가 있고 쉼터가 있다.

각자가 준비해온 간식과 홍어회에 막걸리까지 챙겨온 친구들 덕택에 잠시 휴식시간이었지만 정답고 흥겨운 전라도 고향 분위기를 만끽했다. 다시 길을 재촉하여 능선을 타고 내려오니 꽤 넓은 수락골 계곡을 지난다. 수락산(638m)은 거대한 화강암 암벽에서 물이 굴러떨어지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산악인들의 암벽 훈련장소로 인기가 높은 산이다. 수락산 계곡은 푸른 바위와 안개가 자욱한 계곡이란 뜻으로 백운동 계곡이라고 부르며 서예가 이병직이 바위에 새긴 ‘백운동천’의 글씨가 있다. 수락산 등산로는 계유정란 이후 수락산에 숨어 살았던 김시습을 기념하여 ‘김시습 산길’이라고 한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길 능선을 따라 내려오니 노원길이다. 노원길 골짜기 아래는 넓은 평야에 갈대가 많아 노원평야라 불렀고 말이 뛰놀아 마들이라고 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인 마들농요는 노원평야에서 부르는 농요이다. 이곳 노원골은 ‘귀천’으로 유명한 시인 천상병이 한때 살았던 곳으로 노원구에서 수락산역과 노원골 사이에 시인 천상병 공원을 조성하였다. 서울의 노원구는 노원골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수락산 남쪽 불암산(508m)자락과 북한산(836m)이 보이는 쉼터 전망대에서 멀리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수락산이 파괴되고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자 수락산을 떠났다는 거인 발자국 바위와 60~70년대 수락산 바위를 깨뜨려 석재를 토목공사에 공급했다는 채석장 터를 지났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면서 하산을 서둘렀지만 당고개역 고향 아줌마 집에 예약했던 오리능이 백숙 점심시간을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모두들 오랜만에 힘든 수락산 둘레길 나들이였지만 반주를 곁들인 점심으로 즐겁게 뒤풀이하며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우리가 다 함께 건강을 잘 관리하고 보전해서 서울 둘레길을 완주하고 내년쯤에는 고향 영암둘레길을 다녀올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다 함께 건배를 하고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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