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찬형 / 학산면 독천리 출생/연합뉴스TV 보도국장/전 연합뉴스 정치부장·국제뉴스2부장·통일외교부장/전 연합뉴스TV ‘맹찬형의 시사터치’ 앵커
맹찬형 / 학산면 독천리 출생/연합뉴스TV 보도국장/전 연합뉴스 정치부장·국제뉴스2부장·통일외교부장/전 연합뉴스TV ‘맹찬형의 시사터치’ 앵커

요즘 주요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뉴스 중에서 인공지능(AI)이 작성하는 기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경우 날씨와 지진 같은 자연현상에 대한 기사는 인간 기자가 아닌 AI가 쓴다. 기상청에서 온도와 습도, 예상 강수량, 지진파에 관한 데이터를 보내면 AI 기자가 실시간으로 이를 분석해서 글 기사로 써낸다. 인공신경망이 데이터에서 얻은 규칙을 토대로 기사 작성 능력을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문장은 더 깔끔해지고 기사는 단정해지게 마련이다. 인간 기자는 마지막 단계에 전체 기사의 흐름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는 역할만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언론사의 업무 환경이 달라지면서 기자라는 직업이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말도 농반진반으로 나오는 시대다. 2년 전쯤 필자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 학생이 바로 그런 질문을 했다. "AI가 기사를 쓰는 시대인데 기자라는 직업은 없어지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이다.

내 대답은 이랬다. "그렇지 않습니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 기자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편파·왜곡·과장 보도는 사람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이다. 물론 농담이었는데, 객석에 있던 학생들 사이에선 웃음소리가 터졌다.

언론의 편파·왜곡·과장 보도의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런 현상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서 1인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유튜버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유튜브 같은 매체는 특정한 편향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마음에 드는 정치 유튜버의 채널을 구독하고 '좋아요'를 누르면 인공지능이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비슷한 색깔을 가진 유튜브 채널을 계속 추천하고, 그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들의 틀 안에 갇히게 되고, 반대되는 의견에는 눈과 귀를 닫게 된다.

신문, 잡지, 방송 같은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가 팩트 체크를 적극적으로 해서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지만, 일부 신문·방송은 오히려 왜곡과 편파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게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사회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올바른 길을 찾으려면 미디어 수용자 스스로 반대되는 의견에 귀를 열어두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다.    

자신이 철석같이 옳다고 믿는 원칙과 사실에 대해서도 늘 의심을 거두지 않는 것이 지성인의 기본적인 자세다. 쉽게 말해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듣기 싫은 얘기에 귀를 막고 보고 싶지 않은 사실에 눈을 감으면 사회 전체가 비지성적 상태에 빠져들게 되고,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쪼개져 갈 길을 잃는다.

사회 분열이 심각하고 극단적 주장과 언론 보도가 난무하는 요즘 새삼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정치부 기자 시절, 동교동 취재를 담당했기 때문에 DJ 퇴임 후 사저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DJ의 퇴임을 전후해 모 유력 일간지가 리모델링한 동교동 사저가 '실내정원'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으리으리하다는 식의 보도를 집중적으로 한 적이 있는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서 실제로 동교동에 취재하러 가서 '실내정원'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리 넓지 않은 거실 한 편에 유리 벽이 쳐진 반 평 정도 공간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심겨 있었는데, 이걸 두고 동교동 사저를 실내정원이 있는 아방궁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건 심한 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측은 해당 언론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점잖게 해명은 했지만, 언론중재위 제소나 소송 등 법적 대응은 하지 않았다. '실내정원'이라고 비판받은 공간도 따로 꾸미지 않고 끝내 아담한 나무 한 그루를 화분처럼 심어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억울했겠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바로 그런 태도가 지금까지도 DJ를 품이 넓고 여유 있는 정치인으로 추억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