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09 - 지역균형 발전과 국립마한센터 건립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 조감도 / 가야 유산의 체계적 수집·관리를 위한 시설인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가 2024년 하반기 개관예정으로 지난 3월 18일 김해시 현장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마한 유산의 보고(寶庫)인 영암에도 ‘국립마한센터’ 건립이 시급하다.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 조감도 / 가야 유산의 체계적 수집·관리를 위한 시설인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가 2024년 하반기 개관예정으로 지난 3월 18일 김해시 현장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마한 유산의 보고(寶庫)인 영암에도 ‘국립마한센터’ 건립이 시급하다.

마한 역사는 한국고대사의 원류

“마한은 기원전 2세기 이전부터 한반도 남부에 역사를 남겼다. 마한에서 변한, 진한이 갈라져 나왔고 마한 사람이 진한, 변한의 왕을 하였다. 마한 역사가 한반도 중남부의 역사인 셈이다. 북쪽에 고조선·부여가 있었다면 그 남쪽에 마한이 있었다. 마한의 역사는 6세기 중국 ‘양직공도’에서 확인되고 있다. 8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한사가 한국고대사의 원류이자 본류임을 말해주고 있다. 견훤이 후백제를 건국할 때 마한·백제의 부활을 강조하였다. 마한 정체성이 9세기 말까지 이어졌음을 알려준다. 마한 역사를 규명하는 것은 한국고대사의 원형을 찾고 우리 민족사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다.”

필자 ‘박해현의 새로 쓰는 마한사’의 서문의 첫 글이다. 이 글은 고고학적인 유물·유적과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된 것이다. 곧 실증사학의 토대 위에서 정리한 것이다. 이 주장을 입증하는 유적·유물로 천년고도 경주의 대릉원(大陵園), 둘레 50m가 넘는 수십 기의 대형고분군, 금동관, 금동신발, 대형 옹관, 엄청난 양의 구슬 등이 확인되고 있다. 이들 유적·유물은 각각 마한 유산의 OUV(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마한은) 우마(牛馬)를 탈 줄 모르고 장례를 치를 때에만 우마를 쓴다”라고 하여 마한의 장례 풍습을 언급한 중국 기록이 복암리 1호 고분의 소 매납 유구에서 확인되고, “(마한 사람은 구슬을 재보(財寶)로 삼아 옷에 매달아 장식을 달거나 목이나 귀에 매달지만, 금·은과 비단 자수는 보배로 여기지 않는다”라 하여 구슬(玉)을 중시하였다고 하는 것은 옥 유물이 시종 쌍무덤, 복암리 정촌고분 등 영산강 유역에서 대량 출토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영산강 유역이 곧 마한의 중심지이자 마한 문화의 시발점을 말해주고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800년 넘는 마한 역사를 꽃피웠다. 2021년 보물로 지정된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은 찬란한 ‘문명’을 일구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마한 역사는 역사적으로는 한국고대사의 원류이고, 지역적으로는 전라도의 정체성의 토대였다. 우리가 마한사를 주목하려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마한사는 4세기 후반 백제에 병합되었다는 이병도의 주장이 60년이 넘은 지금까지 꿈쩍 않고 있다. 그동안 이병도의 주장을 부정하고, 중국 문헌에 나와 있는 마한의 실체를 입증하는 유적·유물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한사는 한국사에서 잊혀 있거나 백제 일부로 기억되고 있을 따름이다. 마한사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마한 유적·유물을 복원하여 일반인이 마한의 역사에 쉽게 다가서게 하려는 노력도 부족하였다.

세계유산등재 눈앞에 둔 가야유산 

하지만 가야사는 김해의 금관가야 중심의 연구에서 김대중 정부 들어 대가야 지역 연구에 집중적인 지원이 이루어져 교과서 서술이 한 쪽 분량으로 늘어나고, 금관가야 뿐 아니라 대가야 유적군까지 정비되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가야사 복원사업이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아라가야 등 다른 지역 가야사 연구, 복원 정비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바탕 위에 가야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눈앞에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가야 유산의 역사문화자원의 체계적 수집·관리를 위한 시설인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를 국정과제에 넣어 추진하였다. 지난 3월 18일 김해 관동동 452-3번지에서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이하, 가야센터)’ 착공식이 있었다. 가야센터는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이며 연 면적은 1만95㎡이다. 2023년 건축 공사를 마무리하고, 2024년 하반기에 개관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부는 유물·문헌 자료·발굴기록·보고서를 보관하는 수장 공간, 연구를 수행하고 학술대회 등을 여는 연구·학술 공간, 관람객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전시·체험 공간으로 나뉜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추진된 ‘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은 2018년 타당성 조사 이후 2020년부터 진행된 기본계획 수립과 설계 절차를 거쳐 2022년 3월 첫 삽을 뜨게 됐다. 준비 기간이 길고 관련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그 지역사회에서 부실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역사문화센터’는 흩어져 있던 가야 관련 자료가 한곳에서 관리되고, 가야사 연구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가야 지역에서는 그들의 역사를 교과서에 서술 분량을 늘리고, 유산의 연구·복원·정비·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세계유산에 등재 및 국립 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을 때 정작 한국고대사의 원류이자 전라도 정체성의 상징인 마한의 중심지라고 애써 강조하는 우리 지역에서는 세계유산 등재는 물론 국립마한센터 건립 등을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가야사 중심으로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려 할 때 전라남도와 영암군이 앞장서 ‘마한사’도 포함시켜 마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마련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전라남도는 2020년 서울에서 마한행사를 대대적으로 한 이후 작년에는 나주, 올해는 영암에서 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도 중요하지만, 착공된 가야센터처럼, 마한 유물·문헌 자료·발굴기록·보고서를 보관하는 수장 공간, 연구를 수행하고 학술대회 등을 여는 연구·학술 공간, 관람객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전시·체험 공간인 ‘국립 마한센터’ 건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한센터 건립은 작년에 전라남도의 국정과제에 포함하여 추진하겠다고 하였으나 이후에 진행 과정을 알 수 없다. 거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 있겠으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경구를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시급한 ‘국립마한센터’ 건립

전라남도에서는 여전히 국립마한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진정성 있고, 절박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가야센터도 그 지역 출신인 대통령의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2018년에 시작되었지만 4년이 지나 겨우 착공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광주전남 3대 국정과제인 ‘국립심혈관센터’는 대통령 임기가 사실상 끝났지만 착공했다는 이야기가 없다. 

전라남도지사는 4월 6일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해 윤석열 당선인과 면담하고, 당선인의 전남발전 8대 공약과 8대 지역현안 핵심과제, 25개 과제를 국정과제로 건의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8대 공약과 8대 지역현안 핵심과제에는 국립마한센터는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알지 못하는 25개 과제에는 이 문제가 당연히 들어 있으리라 믿는다. 

이른바, 마한특별법 제정에는 전라남도와 영암군, 특히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여러 차례 달려간 영암군민의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마한사가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겨 있다. 체계적인 마한유산 연구가 중요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영산강 유역에서 출토된 많은 마한유산을 전시할 공간은 물론 체계적인 연구기관이 없다. 국립마한센터 건립이 필요한 까닭이다. 가야 지역에 국립가야문화센터가 건립된다면, 당연히 마한 지역에 국립마한센터 건립은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하여 필요하다. 한국고대사의 원형인 마한을 버려두고, 마한에서 파생된 신라, 백제, 가야사를 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립마한센터 건립은 외형적인 지역 불균형은 물론 역사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국립마한센터 건립은 당선인의 지역균형 발전의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사례의 하나가 되리라 믿는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국립마한센터 건립을 단순히 지역 이기주의 차원으로 무조건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려는 운동을 무리하게 전개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각 지역이 지닌 마한의 역사성, 지역적 특성, 활용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나주와 더불어 가장 마한의 역사성을 담보하고 있는 영암은 국립마한센터 후보지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한유산의 보고(寶庫)인 영암에는 연구기관은커녕 전시공간도 없다. 지역균형 발전에서 마한센터의 영암지역 유치가 필요한 까닭이다. 영암은 우리나라 유일의 마한역사문화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그곳에 있는 옹관 고분군, 해양신앙의 상징인 남해신사, 거기에 제사유적이 가득한 월출산의 빼어난 자연경관, 인접한 나주 반남 고분군과 나주 박물관 등 마한의 역사성 및 자원을 관광 자원화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나주와 영암을 중심으로 영산강 유역의 마한 문화권을 엮어내는 지혜와 역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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