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신사에서 바라본 남해만 간척지 / 남해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중심지로 기능했던 고대 마한왕국이 눈앞에 펼쳐 보이는 듯하다.
남해신사에서 바라본 남해만 간척지 / 남해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중심지로 기능했던 고대 마한왕국이 눈앞에 펼쳐 보이는 듯하다.
시종 일대의 고분군은 묘제의 변화, 배치 방식, 주거지, 출토 유물 등을 통해 마한문화의 성립과 발전, 소멸의 전 과정 및 마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물적 증거임을 이배용(사진) 전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장은 밝히고 있다. 
시종 일대의 고분군은 묘제의 변화, 배치 방식, 주거지, 출토 유물 등을 통해 마한문화의 성립과 발전, 소멸의 전 과정 및 마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물적 증거임을 이배용(사진) 전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장은 밝히고 있다. 

관련 지자체 함께 힘을 모아야

최근에 우리 영암과 관련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어 간단히 소개하고 본론에 들어가고자 한다. 3월 중순 필자는 우리 지역 소장 학자들과 영암의 역사 유산을 답사하였다. 그들에게 영암 답사는 처음이다. 필자는 영암 이야기를 할 때 ‘마한의 심장, 영암’ ‘독립운동의 성지, 영암’과 ‘고대 한국의 제사 신앙이 깃든 영산(靈山), 월출산’의 경관을 함께 이야기한다. 영암처럼 인문환경과 자연환경이 오롯이 갖춘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답사에 동행한 미술사 전공학자는 시종 일대의 마한 고분군과 남해신사에서 바라본 남해만, 그리고 시종·도포 일대를 둘러보며 인공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자연 상태가 그대로 보존된 경관을 갖추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는 마한역사문화공원을 마한테마파크로 조성하여 마한역사문화를 지역발전의 토대로 구축하려는 영암군의 시도가 방향성을 올바르게 잡았다고 생각하였다. 이를 실현해 나가는 것은 영암군과 영암군민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3월 21일 영암군교육지원청에서 새로운 교육자치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 ‘영암 미래 교육지구’ 선포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필자는 행사 전에 잠깐 교육장 집무실을 방문한 바 있다. 교육장실에 영암 전도(全圖)가 걸려 있었다. 그때 같이 참석한 김한남 문화원장께서 지도를 가리키며 영암의 모양이 거북이 모양임을 이야기하였다. 정말 거북이 형상이었다. 삼호가 거북이 머리 부분에 해당하였다. 곧 대양을 향해 나아가는 미래의 영암을 보는 듯하였다. 삼호에 조선소가 있고, 해군 3함대 사령부가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남해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중심지로 기능했던 고대 마한왕국이 눈앞에 있는 듯하였다. 

가야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빠르면 올해 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마한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말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지자체 가운데 영암군만 세계유산 등재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그것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하나 인접 지자체의 소극적인 행보로 인해 주춤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는 해당 지역이 모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마한 유산 관련 지자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다만 어느 지자체가 그것을 주도하면서 다른 지자체의 역량을 결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눈치를 보거나 미뤄 타이밍을 놓칠 염려가 있다. 같은 마한문화권이라는 인식 아래 주인의식을 지니고 함께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OUV를 갖춘 마한문화 

오늘은 마한 유산이 세계유산 등재의 기준에 해당되는가에 대한 지난 연말 영암에서 열린 세계유산 학술세미나에서 이배용(전 이화여대 총장·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장·현 한국의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이사장의 강연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발표 내용의 핵심은 본란을 통해 이미 간단히 소개한 바 있지만, 이미 한국의 서원과 한국의 사찰을 세계유산에 등재한 경험을 지닌 이배용 이사장의 판단과 안목은 아무리 경청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이사장은 세계유산의 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 기준은 10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ⅲ)항과 (ⅳ)항이 마한문화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ⅲ)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여야 한다. 
 (ⅳ)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건조물의 유형,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 또는 경관의 탁월한 사례

그는 마한 유산이 위 기준에 해당이 된다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종합 요약> 고대 한민족의 54개 부족국가 연맹체인 마한은 삼한의 기간(基幹)으로서 가장 넓은 지역에 걸쳐 있었다. 그 범위는 한강 유역(경기도)으로부터 충청도·전라도에 퍼져 있었으며, 목지(目支)·백제(伯濟) 등 54개국이 지역적 연합체를 이루고 있었다. 후에 부여 등 북방계 유이민을 중심으로 형성된 백제(百濟)가 마한세력을 통일했다.

마한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 있던 삼한(三韓) 중 가장 큰 정치 집단으로, 54개 소국의 통칭이다. 마한은 서해에 접하고, 동쪽은 진한(辰韓), 남쪽은 변한(弁韓)에 접해 있었다. 한강 이남 서울 남동부를 중심으로 했던 나라 등 54개국의 지역적 연합체를 이루고 있었다. 이 마한의 54개 부족국가는 지금의 경기도·충청북도·충청남도·전라북도·전라남도에 해당하며, 그 외에도 강원도 서부와 황해도 남부까지 세력권으로 하였다.

마한인은 정주민이며 농업 중심이다. 이와 더불어 마한지역에서는 그 당시 한반도 동남부 변한이나 진한의 초기 철기시대(세형동검문화단계) 유물과 비교해 청동기 유물이 풍부하게 출토되고 있다. 이 시대부터 대두되고 있던 선진적인 정치 집단의 존재를 반영하고 있다. 철기가 유입되기까지 이들은 청동기의 제작과 교역을 통하여 중남부 각지의 세력 집단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등재기준의 타당성> 신청 유산은 고분의 입지, 묘제의 변화, 배치 방식, 주거지, 출토 유물 등을 통해 마한문화의 성립과 발전, 소멸의 전 과정 및 마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물적 증거이다. 마한은 해로와 수로, 육로와 연계된 체계적인 교역 시스템을 갖추었다. 이 유산은 이러한 교역 시스템을 바탕으로 대등한 수준의 여러 정치체제가 상호 교류하면서 성장한 마한의 독특한 사회구조를 보여준다. 마한 고분군은 동북아시아의 보편적인 묘제 흐름을 반영하며 위계가 반영된 고분의 배치 방식과 부장품을 통해 마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완전성에 대한 기술> 신청 유산은 전체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입증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유산구역에 포함된 고분군의 규모와 봉분 등은 중심 고분군의 등장과 확산, 발전의 전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유산구역과 완충구역은 모두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엄격하게 보호받고 있다. 정부는 문화재보호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과 규정에 따라 각 고분군에 대한 보존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따라서 신청 유산은 개발이나 방치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으며 그 주변 경관과 함께 효과적으로 보존되고 있다.

<진정성에 대한 기술> 신청 유산은 형태와 디자인, 재료와 물질, 입지와 주변 환경, 정신과 문화적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신청 유산은 매장문화로서의 과학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구조가 확인되고 있다. 고분은 문화재청과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정비되고 있다.

마한지역 고분군은 주민들에게 선조들의 무덤이 있는 신성한 공간으로 오랜 기간 동안 인식되어 왔으며 그로 인해 현재까지 크게 훼손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유산을 보존하고 학술 연구를 하며, 시민 홍보를 위해 박물관을 건립하고 운영함으로써 유산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보호관리 요건> 신청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정책은 적절한 기준에 따라 엄격히 시행되고 있다. 각각의 구성요소는 모두 국가 사적으로서 문화재보호법 및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조례 등을 통해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신청 유산의 경계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조치들을 포함한다.

신청 유산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주변 지역의 토지 이용과 개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며 유산구역은 대부분 국가와 지방정부에 소유권이 있다. 따라서 개발 및 환경압력 등 현재까지 신청유산을 위협하거나 신청 유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극히 적다.

신청 유산 내의 조사와 정비는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과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엄격히 제한된다. 단, 유산 보호를 위해 조사와 정비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먼저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학술적인 타당성을 확보한 후에 시행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시종 고분과 출토 옹관 등 유물, 남해신사 등 해양 유적에서 확인되고 있는 마한 유산의 OUV의 특성을 비교연구를 통해 명확히 함과 동시에 등재 절차를 서두르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유산추진단 구성이 시급한 까닭이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