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문화공원 / 시종면 남해당로에 조성된 마한문화공원은 영산강 유역에 널려있는 고대 옹관 고분을 이해함으로써 영산강 유역의 독자성이 가득한 고대사를 조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마한문화공원 / 시종면 남해당로에 조성된 마한문화공원은 영산강 유역에 널려있는 고대 옹관 고분을 이해함으로써 영산강 유역의 독자성이 가득한 고대사를 조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3월 23일 전남의 한 지자체가 삼한시대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한역사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지자체는 최근 전문가를 포함한 마한역사 복원 전담팀을 구성하고 마한 관련 문화자원을 통합·관리하고 개발·복원하는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한다. 전담팀에서는 산재한 유적 시굴·발굴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각종 문헌 고증과 마한 민속발굴, 국제학술대회 개최 등 마한사 복원과 역사 관광지 개발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국립마한센터 유치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필자가 이미 본란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2020년 제정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관련 시군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암은 나주와 더불어 마한문화의 중심지이자 발상지에 해당하는 곳으로, 시종의 대형 고분군과 남해신사·월출산 신앙 등 마한의 제사유적 등 우리나라 고대문화의 원류에 해당하는 마한의 특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마한유산

이에 따라 영암군과 지역의 뜻있는 주민들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마한역사문화연구회’를 결성하여 마한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지역발전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이러한 군민들의 마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 전남의 어느 시군보다 앞장서게 하였다. 영암군과 지역 주민은 마한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세계유산에 등재함으로써 마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하였다. 곧 영암군은 전남 도내에서 가장 먼저 마한축제를 개최하고, 한 해도 빠짐없이 마한 학술대회를 열어 마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학술적인 토대를 갖추려 하였다. 2021년부터는 마한유산 답사프로그램을 영암군의 지원으로 추진함으로써 군민들이 마한유산의 특징을 체험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이웃하는 나주와 더불어 영암이 마한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일반 대중은 물론 학계에서도 점차 느끼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궁극적으로 영암을 중심으로 한 마한유산이 세계유산이 지향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녔음을 밝히려는 데 있다. 

‘한양도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했을 때 진정성, 완전성, 보존관리계획 등은 충분한 요건을 갖추었지만, ‘OUV’를 충족하지 못하여 등재 신청을 철회한 데서 알 수 있듯이 OUV는 세계유산 등재에 매우 중요하다. 2021년 12월 영암군의 지원으로 마한역사문화연구회가 주관한 ‘마한문화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영암’이라는 국제학술 세미나에서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 위원장을 지낸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과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배기동 한양대 명예교수 등은 마한유산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OUV는 비교사를 통해서 그것의 특성이 드러나므로 이를 드러내는 학술 연구가 중요하다. 아울러 마한유산의 고분문화는 그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만을 가지고 OUV를 말할 수 없다. 옹관 등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하거나, 남해신사와 같이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해양신앙을 연결지어 마한유산의 특질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마한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하여 큰 걸림돌의 하나가 일본의 오키노시마 해양신앙처럼 마한의 전통이 오늘까지 이어져 온 것이 잘 드러나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필자는 현재 온전히 남아 있는 남해신사와 월출산 제사신앙의 특질을 찾고, 마한 전통의 특질을 찾아내 복원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유산 선정 기준에는 그 유산의 현재적 가치를 주민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도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는 영암군민들의 의지는 더욱 중요하다. 다행히, 마한축제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마한 전통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작년 가을에 열린 남해신사 제례 때 옛 용왕신에 제의를 올리는 의식을 복원하려고 시도를 하였다. 중국 기록에 보이는 마한 춤을 현대적 의미로 재구성하고, 마한 웹툰 등 마한을 소재로 하는 여러 작업은 필요하다.
 
마한 전시관 건립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이러한 마한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영암군의 노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많은 성과를 냈지만, 영암에 마한유산을 전시할 독립공간을 확보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마한 전시관은 영암에서 출토된 마한유산을 관람하고 연구하는 센터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전남의 마한유산 발굴, 연구를 총괄하는 전남문화재연구소와 국립마한센터까지 시종의 마한문화공원에 유치한다면, 영암·나주를 중심으로 이웃한 함평, 무안, 해남 등 영산강 유역의 마한유산을 연구하는 중심지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마한문화공원을 일본의 요시노가리 공원과 같은 세계적인 역사공원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영암의 마한유산을 다른 전남지역의 지자체와 비교하다 보면 고분유적이 대부분을 차지할 뿐 당시 마한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생활유적이 상대적으로 적음을 알 수 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에서 영산강 유역 마한역사문화권 1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확인・정리된 유적을 파악한 결과 총 2천567건의 유적이 조사되었다. 이를 유형별로 구분하면 지석묘가 1천654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고분 581건, 주거지 254건이 차례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고대산성 51건, 토기 가마 27건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사・연구 후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관리되고 있는 영산강 유역 마한역사문화권 지정문화재의 유형별 수량은 총 74건 가운데 고분 48건, 지석묘 19건, 패총 2건, 주거지 1건, 요지 1건, 복합유적 3건으로, 조사・연구 대상 유적의 총괄 현황과 비교할 때, 지정문화재의 유적 유형별 비율과 조사・연구 대상 유적의 유형별 비율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마한유산의 지표조사 필요

이 가운데 영암은 총 224건 유적이 조사되었는데 지석묘가 162건, 고분이 52건, 주거지 7건, 고대산성 3건으로 고분과 비교해 주거지 유적이 현저하게 적으며, 지석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적인 유적 현황 가운데 토기가마 유적이 없다. 영암은 시종 일대에 대규모 고분군이 있다. 경주나 김해, 고령 등에 있는 고분군보다 적지 않은 고분이 있다. 그리고 고분에서 대형 옹관을 비롯하여 옹관이 많이 출토되고 있다. 옹관과 더불어 토기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러한 수요 욕구를 채워줄 나주의 오량동 유적과 같은 가마터가 없을 리 없다. 영암도기박물관이 이를 알려주고 있다. 마한유적 지표조사를 할 때 이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영암군의 동쪽 경계가 되는 월출산 자락을 따라 서쪽 사면에 지석묘가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양상을 보이며, 영산강 지류인 삼포천 동측의 시종면, 미암면과 서호면의 경계를 이루는 망월천변의 학산면 일대에는 고분이 밀집 분포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영암군 시종면 일대에는 내동리 쌍무덤・옥야리 방대형 고분・신연리 고분군・태간리 자라봉 고분・옥야리 고분군 등 문화재로 지정된 대규모의 옹관 고분군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나, 고분 외에 확인된 생활유적이 극히 적어서 고분군이 밀집한 구릉지와 영산강 및 삼포천 사이의 저평지에 분포할 것으로 추정되는 생활유적의 조사・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마터와 더불어 마한유산의 정밀 지표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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