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이후 13년만…진도 장례의식 다뤄

13년 전 ‘워낭소리’로 이름을 알렸던 서호출신 이충렬(53) 감독이 이번에는 ‘매미소리’라는 극영화로 돌아왔다.

이충렬 감독은 늙은 소와 농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3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면서 다큐멘터리 사상 유례없는 흥행을 거뒀던 작품 ‘워낭소리’를 연출했다.

2월 24일 개봉한 ‘매미소리’는 진도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진도의 무형문화재 ‘다시래기’를 소재로 했다. 서남해안 섬마을 곳곳에서는 장례식 전날 밤에 광대와 상여꾼, 마을 사람들이 상가에 모여서 노래와 춤을 추며 상주를 위로하는 장례문화가 있다. 진도에서는 이를 ‘다시래기’라고 부른다.

이충렬 감독은 1990년대 중반, 진도를 찾았다가 ‘다시래기’를 보고 큰 감흥을 얻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르지만 30년 전만 하더라도 진도는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광대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며 마당극 처럼 놀이를 한다.

이충렬 감독은 망자의 명복을 빌거나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의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해서 ‘다시래기’와 ‘죽음’이라는 소재를 접목시켜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광대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져 자살 중독자가 된 ‘무명가수 딸’이 20여 년 만에 고향인 ‘진도’에서 재회하면서 지난 상처와 갈등을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진도 출신 트로트 가수 송가인도 특별출연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충렬 감독은 “워낭소리와 매미소리 모두가 소리를 주제로 한 시리즈다. '워낭소리'가 유년의 추억을 소환했다면, '매미소리'는 유년의 트라우마를 불러온다. 다만 두 영화의 다른 점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라는 장르적 차이뿐”이라며 소리라는 소재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영화적 관점을 전했다. 

이충렬 감독은 서호면 성재리가 고향이며, 서호북초-서호중-광주 대동고-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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