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00) 영암의 마한유산 관광 자원화 방안(上)

 마한을 상징하는 옥을 비롯한 수많은 유물·유적들은 백제, 신라, 가야에 버금가는 소중한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이다. 사진은 학생들이 시종 쌍고분과 인근 나주박물관에서 현장답사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한을 상징하는 옥을 비롯한 수많은 유물·유적들은 백제, 신라, 가야에 버금가는 소중한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이다. 사진은 학생들이 시종 쌍고분과 인근 나주박물관에서 현장답사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고대사의 뿌리 찾기 6년

2017년 7월 본지에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라는 제하에 글을 연재한 지 햇수로 벌써 6년, 200호가 되었다. 마한 중심으로 한국 고대사를 살펴야 한다는 관점과 교류·융합을 통해 새로운 마한 르네상스를 형성한 영산 지중해의 중심지가 영암임을 실증하려 하였다. 본지에 연재된 글은 2021년 ‘박해현의 새로 쓰는 마한사’라는 제목으로 이미 출간되어 여러분의 사랑을 받았다. 이제 ‘영암의 마한사’를 다룬 단행본을 마무리하면 마한사에 대한 1차 작업은 마무리되리라 믿는다.

신문에 장장 6년째 글이 연재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마한을 사랑하는 영암군민의 관심과 격려 덕분이다. 영암신문 문배근 대표님의 배려 없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연재를 일반인에게 생소한 마한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갖는다. 

필자는 마한을 통해 전라도의 정체성의 특질을 밝혀내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마한사가 한국 고대사의 뿌리이고 나아가 전라도, 영암 정체성의 토대라는 사실을 찾았다. 우리가 마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백제의 일부로 마한사를 인식하려는 인식은 아직도 강고하다. 마한의 중심지에 있는 전라도가 한국 고대사의 큰 줄기를 형성해왔음에도 우리는 늘 중앙의 부속된 존재로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체인가, 아니면 객체인가.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대학 정원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고, 지역 대학만 정원을 줄여야 하는지 우리는 물어야 한다. 지역 소멸은 우리의 뿌리가 없어짐을 의미한다. 마한사를 주체적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난해 영암군의 도움으로 ‘마한 문화권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 세미나’가 있었다. 세미나에 참여한 학자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마한의 중심지인 영암에서 열린 세미나에 직접 발표자, 토론자로 참여함으로써 마한사에 대한 우리 지역의 관심을 확인하고, 마한의 관점에서 한국 고대사를 살피는 기회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필자는 큰 성과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쌓일 때 마한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이루어지고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믿는다.

‘가치관광 시대’의 전환 

2021년 12월 29일 열린 2차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동신대 김영미 교수는 ‘마한 역사문화관광 활성화 제언’이라는 주제 발표를 하였다. 김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관광전문가이다. 마한 유산을 관광 자원화하여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명제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필자의 인식에 적극적으로 동의한 김영미 교수의 관련 주제 발표는 공감하기에 충분하였다. 김 교수의 발표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김영미 교수는 마한유산을 관광 자원화하려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최근의 관광 트랜드가 ‘가치관광 시대’로 바뀐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관광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 개막과 마한의 역사적 가치가 일치했다는 것이다. 뉴노멀 때는 떠들썩한 단체 패키지여행, 과소비·향락 위주의 전통적 관광과 과감히 결별하고 가족여행, 청결하고 안전한 안심 여행, 생태관광, 웰니스 관광 분야가 새롭게 각광을 받았다. 개인의 감성을 위로하는 힐링과 감성 치유에 초점이 변하고 있는 시점과 타이밍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새로움과 복고풍을 합친 뉴트로(Newtro) 대열에 진입한 ‘역사문화관광’이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는 ‘역사문화관광’이 현대인들에게 편리함 못지않은 느림의 소중함을 선사할 뿐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 자연스러운 위안과 치유를 누리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건전한 관광 콘텐츠 재구축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미 교수는 어느 분야보다 타격이 큰 코로나19로 인한 관광 시장의 동향을 주목하였다. 한국의 경우 관광업계 피해액이 16조6천억원으로 2019년 매출액 대비 62%, 관광수입 12조원, 방한 관광객 86%가 감소했다고 한다. 2021년 상반기만 보더라도 관광수입이 5조7천억원으로 2019년 대비 53% 감소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2020년 관광산업 피해액이 9천억∽1조2천억 달러에 달했다는 통계를 인용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 관광의 어려움이 완전히 회복되는 시기는 2023∽2024년 쯤으로 보았다. 최근의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오미크론의 변이 코로나 예에서 보듯이 2023년까지는 국제 관광객 수가 펜더믹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주목을 하고 이에 따른 관광산업의 양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보았다.

코로나19는 관광을 바라보던 시각을 완전히 바꾸었는데, 그 이전까지만 해도 관광산업은 고용과 성장의 희망이자 미래 주력산업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은 2019년 세계 경제포럼(WEF) 관광 경쟁력 평가에서 16위를 차지할 정도로 저력이 있는 관광국가였다. 

그러나 현재의 관광산업은 완전히 빈사 상태에 빠져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교실에서도 대면 대신 비대면 수업이 이루어지고, 각종 회의도 화상을 연결한 ZOOM 회의가 일반화되다시피 하였다. 코로나 위기가 종식된 후 우리 사회는 원상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갈 것이라고 김 교수는 전망하였다. 따라서 그동안 소외되고 외면받아 온 열악한 지방 관광부터 활성화하여 무너진 관광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하였다.

웰니스 관광시대의 도래

현재의 관광 트랜드는 국외보다 국내를 찾는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막연히 외국 여행을 부러워했던 인식을 벗어나 새로운 관광의 양태가 나타났다. 웰니스 관광과 생태관광, 역사문화관광이 그것이다. 웰니스(wellness)는 건강(well-being)과 행복(happiness)의 합성어로서 웰니스 관광이란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평안을 동시에 추구하는 관광을 말한다. 웰니스 관광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떠오르는 관광 블루오션, 의료 관광과 맥이 닿아 있으면서도 좀 더 포괄적이고 차원이 다른 새로운 관광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과 치유 목적으로 관광을 하면서 스파와 마사지, 뷰티, 휴양, 명상 체험과 자연 치유를 함께 하는 복합 관광을 의미한다. 

생태관광(ecotourism)이란 환경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여행을 말한다. 단순히 풍광을 보고 즐기던 과거의 관광에서 벗어나 날로 오염되는 지구 환경의 심각성을 깨닫고 생태계 보호를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해외여행이 완전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여행 수요를 충족하고 가족 단위 관광객의 핵심 콘텐츠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역사문화관광이라고 김 교수는 보았다. 이 분야는 종전의 겉핥기 수학여행을 탈피하여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현장 학습의 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살폈다. 이러한 점에서 마한 유산이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영산강 유역에서 그동안 꾸준한 고고학적 발굴 조사를 통해 찬란한 마한 유산이 출토되었다. 독무덤의 고장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형 옹관을 사용한 영암 시종의 독무덤, 아파트형 고분으로 유명한 복암리 고분, 교류·융합의 특징을 보여준 옥야리 방대형 고분과 마한 왕국의 실체를 확인한 신촌리 9호분 출토 금동관과 시종 쌍고분 출토 금동관 편, 보물 2125호로 지정된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 마한을 상징하는 옥을 비롯한 수많은 유물 들은 백제, 신라, 가야에 버금간다고 관광학자 김 교수는 단언하였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