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철 / 군서면 모정리 출생 / (주)금호 서울지점장 /  현대그룹 통합물류팀 이사 / (주)현대택배 택배사업본부장(전무이사)
신순철 / 군서면 모정리 출생 / (주)금호 서울지점장 /  현대그룹 통합물류팀 이사 / (주)현대택배 택배사업본부장(전무이사)

내가 어린 시절 동지섣달이 되면 힘들었던 농사일을 끝마치고 온마을이 월동기에 접어든다. 

부녀자들은 안방에서 길쌈(베틀에서 베 짜고 옷감 만드는 일)을 하고 남정네들은 사랑방에서 일손 모아 새끼꼬며 가마니를 짰다. 자급자족을 위해 모두들 열심히 살아가신 어른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노처녀 노총각들은 한 해가 저무는 섣달그믐을 넘기지 않으려고 이 마을 저 마을을 수소문해서 중매쟁이를 찾는다. 중매쟁이를 통해 가문, 인품, 궁합 등 정보를 주고받아 남녀 양가에서 혼담이 이루어지면 양가 부모님들이 신랑 신부의 선을 본다. 당사자들은 얼굴을 보지도 못한체 남자 측에서 청혼서를 보내 여자 측에서 혼인을 허락하는 전갈을 보내면 혼인이 추진된다. 

신부집에서 허혼 편지나 전갈이 오면 신랑 측에서는 사주와 납채문(약속한 혼인을 받아 들이는 일)을 써서 홍색 보자기에 싸서 보낸다. 신부 집에서는 신랑 신부의 사주와 운세를 가늠해보고 길일을 택해 결혼식 날자를 신랑 측에 통지한다. 신랑집에서는 보통 결혼식 전날 신부용 혼수와 혼서(장가들 때 드리는 글) 및 물목을 넣은 혼수함을 보내는데 이것을 납폐라고 한다.

그날 아무리 눈보라 치는 엄동설한 일지라도 신부집 마당에 덕석(멍석)을 깔아놓고 일가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처마 밑 마당에 체일을 치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전통혼례식이다.

신랑이 신부집 앞에 당도하면 기러기 모형을 들고 기럭 아범이 앞장서서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집례자의 진행순서에 따라 진안례, 교배례, 합근례 등 결혼식이 진행된다. 결혼식이 끝나면 축하객들이 덕담을 해주고 대례상에 차려져 있는 밤, 대추를 던져주며 먹고 아들딸 많이 낳고, 쌀을 뿌리며 재산복을 많이 받고, 팥을 뿌려 액운을 막아 준다는 축복 속에 우접(집사) 의 안내에 따라 퇴장한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자료를 참고하여 그 시절 결혼식을 개괄적으로 회상해 보면서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린다.

할머님 치마폭을 붙잡고 잔칫집에 따라다니던 어린 시절 혼례식 마당에 멍석을 깔고 벌어지는 피로연 잔치엔 노소를 막론하고 왁자지껄, 박장대소하며 노래하고 춤판이 벌어지는 마을 축제였다. 푸짐하게 차려 놓은 잔치 음식을 배불리 먹고도 남아 찰밥, 산자, 전류 등을 손수건에 싸가지고 가시는 할머니들이 많으셨다. 우리 할머니께서도 항상 손자 몫을 별도로 챙겨주셔서 가난한 시절 실컷 배를 채울 수 있던 혼인 잔칫날이 너무 좋았다.

이러한 옛 전통혼례식과 풍속을 더욱 잘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과 효용 가치에 대하여 우리 영암군에서 연구해볼 과제로 건의해 보고 싶다. 마침, 우리 영암군에서는 2022~24년까지 110억원 예산을 투입해 기찬랜드 내에 트로트 아카데미 2차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통 혼례예식’ 사업도 포함시키면 어떨까?

우리 영암을 중심으로 호남에서 유래되었던 전통혼례식을 역사적인 고증을 거쳐 부활시키고 뒷풀이로 가야금 산조 등 국악과 어울려 신나는 마당놀이를 마련하면 전국적인 관광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고 타 지역과 차별화시킨 전통문화가 되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더불어 우리 고향 영암에 살고 계신 부모님들의 칠순, 팔순, 구순 등 생일잔치를 ‘전통 장수잔치 축하연’ 뒷풀이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외지의 자녀들이 보람 있고 값진 효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실비로 제공하고 권장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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