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 홍  / 서호면 몽해리 / 전 목포시 교육장 / 전 전남교육청 장학관
이 기 홍  / 서호면 몽해리 / 전 목포시 교육장 / 전 전남교육청 장학관

유시(有始)이면 유종(有終)이라 했던가. 금년 시작이 바로 어제만 같은데 캘린더 12월이 마지막 잎새처럼 남아있다. 원불교 대종사께서는 한 생각 일어날 때가 유시이고 한 생각 마칠 때를 유종이라 했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해가 저문다. 금년의 끝자락을 붙들고 1년을 마무리해보자.

다사다난이란 말을 금년에도 또 되뇔 수밖에 없다. 코로나 광풍 속에서도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로 정치가 소용돌이치고, 토지주택 공사와 대장동 의혹으로 부동산 민심에 불을 질렀으며, 반도체와 요소수 공급 대란으로 경제가 위협받기도 했다. 그런 속에서도 윤여정과 방탄소년단, 오징어 게임 등이 세계를 파고들어 문화 한국의 위상을 높였고, 80%가 넘는 국민이 접종을 완료하여 불안한 가운데서도 코로나 이후를 설계 할 수 있게 됐다. 헤엄 귀순, 부사관 여군 성추행 사건은 국가안보와 군의 기강 문제로 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어느 때보다도 싸늘하게 해 주었고, 12.12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이 한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 한 시대의 마감과 함께 인생무상을 실감하게 했다. ‘내 명을 거역한 것’이란 시대착오적인 말에서 촉발한 제일 야당 대통령 후보 결정은 국민이 기대하는 권력의 모습과 권력자 스스로가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고 있는가의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돌아보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

한 해가 저무는 세모를 맞으면서 한 번 더 이웃을 돌아보게 되고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세모는 좀 더 깊은 고민을 요구하는 제5의 계절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금년 한 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고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할까? 적심(積心)통장에 사랑과 봉사, 이해와 용서, 감사와 인내를 얼마나 많이 넣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졸업시즌이 다가온다. 영어로 졸업을 컴먼스먼트(Commencement)라고 하는데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졸업은 배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다. 졸업을 한다는 것은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시작인 것이다. 졸업주간이 다가오면 새로운 출발로서의 졸업관이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추억을 공유하고 출발을 기약할 수 있도록 어울 한 마당, 꿈 단지 묻기 같은 프로그램을 권장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 6년 혹은 3년 동안 쌓아놓은 공든 탑이 며칠사이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교육을 생각할 때마다 벼룩 이야기를 음미한다. 벼룩은 자기 키의 몇 십 배나 되는 높이를 뛰어 오를 수 있으며, 몇 백 배나 되는 거리를 건너 뛸 수 있다. 이런 벼룩을 유리병에 넣으면 몇 번은 높이 뛰어 오르다 병마개에 부딪치고 결국 포기해 버린다. 어느 날 부터인가는 아예 뛸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벼룩을 유리병에서 꺼내 밖에다 두어도 멋쩍게 조금 뛸 뿐 높이도 멀리도 뛰지 못한다. 우리 교육이 이런 일을 자행하고 있지나 않는지 항상 반문해본다. 교육은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의 타고난 재능을 계발해주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항공기 무게에는 최대 이륙중량과 최대 착륙중량이라는 것이 있다. 보잉747-400기의 최대 이륙중량은 388.7톤이지만 최대 착륙 중량은 285.7톤이다. 이륙중량에서 착륙중량을 뺀 103톤이 쿵하고 랜딩기어가 땅에 닿을 때의 충격 값인 셈이다. 비행기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최대 착륙중량 이하로 무게를 줄여야하는 데, 이를 위해 때로는 탑재한 연료를 상공에 버리기도 한다.

1월 1일, 이륙한 금년 한해를 연착륙시켜야 할 시점에서 우리 또한 비행기처럼 어둡고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마음을 갖자. 용기와 희망, 결의와 기대로 우리의 마음을 밝고 가볍게 변화시키자. 금년 1년 우리 주변은 일도 많고 탈도 많지만 모두가 유정한 이 땅, 번영된 조국에서 일어난 일로 도약을 위한 산고이다. 그래 금년 신축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보자. 분명 끝은 새로운 시작인 임인년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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