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195) 영암지역 마한유산과 세계유산 등재(中)

지난 12월 10일 기찬랜드 트로트가요센터 공연장에서 열린 ‘2021 마한 문화권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유인학 마한역사문화연구회장이 ‘마한문화유산 가치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국사편찬위원회 이준성 박사는 마한유적의 보존·관리·조사 현황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월 10일 기찬랜드 트로트가요센터 공연장에서 열린 ‘2021 마한 문화권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유인학 마한역사문화연구회장이 ‘마한문화유산 가치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국사편찬위원회 이준성 박사는 마한유적의 보존·관리·조사 현황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가 본보 연재 글을 쓰고 있을 때 전남의 마한 유산을 총괄하고 있는 전라남도 전남문화재연구소에서 ‘뿌리 깊은 마한’(2021) 책자를 보내왔다. 전남문화재연구소(소장 이범기)는 영암 시종 내동리 쌍무덤 발굴 조사기관으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이 책은 전남문화재연구소에서 2021년 마한역사문화 교육총서 시리즈로 펴낸 것으로, 2021년 1년 동안 6회에 걸쳐 실시되었던 ‘마한역사문화교육 전문가 초청강연’을 통해 도민들에게 영산강 유역의 독특한 마한문화를 소개하고 발굴현장에서 일어난 다양한 이야기들과 지역 문화유산의 활용 방향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필자도 이 기획 시리즈에 참여하여 무안·영암 두 지역의 마한을 소개하였다. 어느 지역은 원고를 준비하였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어 행사가 폐지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마한

그런데 ‘뿌리 깊은 마한’에 영산강 유역의 여러 지자체 관광지 가운데 도시민들이 가보고 싶은 곳을 조사한 통계가 있었다. 마한 문화재가 보관 전시된 공간인 국립나주박물관, 마한 유적·유물을 연구하는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복암리 유물 전시관 등 마한 관련 기관이 집중된 나주의 경우 국립나주박물관이 나주에서 가보고 싶은 곳 7위에 있다. 영암에서는 왕인박사유적지가 9위이고, 마한문화공원 고분이 43위에 올라 있다. 이 통계 시점이 어느 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영암의 마한 유산이 대외적으로 알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마한은 우리 고대사의 원류이고 전라도 정체성의 뿌리이다. 영산강을 중심으로 대륙과 해양문화가 교류·융합하며 새로운 마한 문명이 창조되었다. 이러한 마한역사 문명의 발상지이자 중심지가 영암·나주 중심의 영산강 지중해 일대이다. 이 지역에 흩어져 있는 마한유적의 특성은 세계유산 등재 가치가 있다고 지난 12월 10일 열린 ‘마한문화권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 세미나’에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필자는 지난 주말 전남교육청 연수프로그램으로 순천을 다녀왔다. 순천은 순천만 국가정원 및 갈대밭 습지를 관광 자원화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관광객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마한의 역사 유산과 역사가 담겨 있는 월출산, 영산 지중해의 중심지 남해만을 연결하면 훌륭한 관광지의 조건이 갖추어진 셈이다. 여기에 영암, 나주, 함평, 무안을 중심으로 한 마한유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이곳의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공인되어 관광객 증가는 명약관화하다. 마한유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중요한 까닭이다.
 
홈페이지 구축, 영암 마한의 전기

그러면 세계유산 등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우리지역 마한유산의 특성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다. 배기동 전 국립중앙박물관이 강조한 OUV(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지역과 비교를 하여 우리지역 유산의 특성을 밝혀야 한다. 다음으로 과거의 유산을 현재에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하고 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마한에 관심을 민·관이 진정으로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얘기가 이번 세미나에서 배기동 관장은 물론, 우리나라 서원 및 사찰 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한 이배용 전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장(현, 한국의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영암군이 인터넷에 ‘마한축제 홈페이지’를 구축한 점은 마한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군의 정책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제 ‘마한축제 홈페이지’가 마한의 정체성과 영암을 널리 알려 국내외에서 우리 지역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유적의 보존·관리·조사 점검해야

다음은 12월 10일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한 국사편찬위원회 이준성 편찬연구사의 얘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준성 박사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저술을 집필하는 등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하여 국내에 손꼽히는 전문가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준성 박사는 먼저, 관련 유적의 보존, 관리, 조사 현황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유산 지정을 추진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물론 해당 유적을 잘 보존하고 조사 연구하기 위함이라는 전제하에 ‘마한문화유적’의 경우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자 하는 시점에 있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해당 유적이 현재 어떻게 관리, 보존, 조사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본보를 통해 필자가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준성 박사는 문헌이나 고고학 기초연구와 더불어 관련 유적들(비지정 유적 포함)의 관리현황과 함께 주변의 편의시설, 방문여건 등을 포함한 현황이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됨을 강조하였다. 특히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해당 지역의 공간구조 등에 변화가 생긴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이와 관련된 중장기적인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노력도 추진단계부터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신축 아파트가 왕궁의 전망을 가로막아 세계유산 등재에 탈락될 염려가 있다고 이미 건축된 아파트 철거 명령까지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순천만 습지를 보존하려 할 때도 개발이 안 된다고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곳이 관광지가 되어 오히려 주민들이 그 부가가치를 오롯이 누리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비교 유산의 심층 분석, OUV 

다음으로 비교 유산에 대한 심층 분석을 강조하고 있다. 비교 유산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마한문화유적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찾고 제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정이다. 이 박사는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울산시의 경우 2019년 12월 문화재청에 ‘세계유산 우선 등재 목록’ 선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이듬해 2월 심의에서 보류 결정이 내려진 후 이와 비교할 수 있는 세계유산 30여 곳의 등재 신청서, 평가서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하면서 ‘반구대 암각화’의 OUV를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등재 추진 초기 과정에서 이러한 비교연구를 선행함으로써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코로나의 엄중한 상황에도 OUV의 중요성을 이해한 영암군과 군의회가 이러한 영암의 마한 특성을 찾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데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연속 유산 추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 박사는 마한문화유적은 가야 고분군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유산 신청 추진 과정에서 연속유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하고, 나주시뿐 아니라 광주광역시, 무안군, 함평군 등 전라남도의 지자체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로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군이 주도적으로 나가면서 함께 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눈치 보다 시간이 흘러버린다. 가야 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할 때 우리 지역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지 스스로 반문해보아야 한다. 이러한 일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이 구성이 시급하다. 영암군이 마한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사업이 영암의 미래발전 전략과 관련하여 중요함을 인식하고 추진단 구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다행으로 여긴다. 그러나 마한역사에 대한 영암군민 나아가 전남도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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