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0일 오후 영암군, 전라남도관광재단 전남문화재연구소, 마한역사문화연구회가  공동 주최하고 마한역사문화연구회가 주관한 ‘2021 마한문화권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세미나’가 월출산기찬랜트 트로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당초에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종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변종 코로나까지 등장하는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여 12월 10일, 12월 29일 오후 양일에 걸쳐 하기로 변경하였다. 

이번 세미나는 ‘영암지역 마한 유산과 세계유산 등재’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린 학술세미나였다. 12월 10일 세미나에 8편, 12월 29일 세미나에 4편 등 모두 12편의 논문이 발표되거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12월 10일 열린 세미나는 아무리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영암지역의 마한 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고자 하는 군민들의 뜨거운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엄수하여 거리두기를 시행한 트로트센터 대공연장을 가득 메운 세미나는 방청객의 열기 만큼 발표 내용도 격조가 있었다. 이날 발표를 통해 영암지역 마한 유산이 지닌 가치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실증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에는 이날 기조발표를 한 배기동 한양대 명예교수의 ‘마한 문화의 세계유산 전략과 과제’라는 발표 원고를 요약하고자 한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 고고학계를 대표하는 학자일 뿐아니라 직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하는 등 역사고고학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이날 발표내용 가운데 마한의 현재적 위치 및 세계유산을 준비해야 하는 구체적 전략 등이 담겨 있어 마한 유산의 세계유산을 준비하는 우리 영암의 입장에서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의 주장의 상당 부분은, 필자가 본보를 통하여 여러 차례 강조한 내용도 들어 있어 독자들이 읽기에 크게 부담이 가지 않으리라 믿는다. 다음은 그의 발표문을 요약한 것이다.
  
마한 역사의 가치, 옹관묘와 장제(葬制)

우리 민족사 연구에서 관심을 덜 받은 분야의 하나가 바로 마한의 역사와 문화이다. 마한사는 고대사 연구에서 국가적인 과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며 이번 세계유산 등재 노력은 그 가치의 재인식과 세계사적인 입장에서 마한사, 즉 한반도의 지역사로서 마한사를 세계화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한이라는 정치집단은 삼국사기 등 한국 역사서에서도 나타나지만 중국 사서에서도 기록이 남아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고고학적인 조사연구에서 마한과 관련된 자료가 적립되고 또한 분석 연구되어왔다. 그래서 적어도 마한 문화의 특징이나 그 범위 그리고 시대적인 변천과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는 마한 제국들의 존속기간을 짧게 보았으나, 오늘날 고고학적인 증거로 볼 때 상당히 후대에 이르는 시기까지 백제와는 독립적인 위치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가야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정치체가 독립적 내지는 반독립적으로 백제와 통합되는 시기까지 공존하고 있었음을 볼 수가 있다. 

마한의 고고학적인 문화의 범주는 경기와 호서지역 그리고 호남지역에 분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 문화적인 특성은 결국 세형동검으로 대표되는 초기 철기시대 이래의 한반도 남부의 문화적인 계통의 하나로 볼 수가 있다. 마한 지역은 마한의 고유한 문화를 보여주고 있고 또한 그 형성과정 역시 한반도의 다른 지역과는 차별되는 점이 있다. 

마한지역의 문화는 주로 고분에서 출토되는 유물자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주거지나 대규모의 취락의 흔적이 보이지만 아직도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마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고분의 양상은 바로 옹관묘일 것이다. 원래 남방문화로 이해하고 있는 옹관묘는 신석기시대 이래 주로 사용되었지만, 널리 사용된 것은 바로 철기시대 이후의 일이다. 광주 신창동 옹관공동묘지일 것이다. 

세골장(洗骨葬) 등의 2차장으로 장제가 이해되는 옹관묘에서 마한의 후대가 되면 대형 옹관묘가 큰 봉분으로 만들어지는데 마한 지역에서 독특한 분구묘에서 유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마한지역에서 보이는 소위 장고분의 경우에는 일본의 전방후원분과 그 형태적인 유사성이 지적되고 있고 또한 주변구에 보이는 분주토기들에서 그 장법 역시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일본 장묘문화와의 연관성과 일본 열도의 서부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를 주목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과는 다른 독특한 점들이 있어서 이러한 다양한 장제-분묘 문화의 기저에 마한 고유한 문화가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비교사를 통한 OUV 전략 필요 

마한문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은 아마도 가야문화에 이어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학습적인 효과가 전략을 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마한문화가 어느 점에서 세계유산이 지향하는 뛰어난 보편적인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가지고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하고 전략의 핵심은 그러한 선정된 가치가 어떻게 세계적으로 유례를 보기 드문 가장 대표적인 문화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표성을 가지는 유적들을 선정하고 보존상태가 적합한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사적으로 지정된 유산들은 대체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지만 역사경관의 문제는 사회적인 합의가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대형 옹관묘의 제작기술이나 장제(葬制) 등은 세계에서 그 유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마한문화를 세계유산화 하는데 가장 유효한 문화요소가 될 것이다. 그런데 옹관의 경우에는 세계 각지에 발견되기 때문에 여기의 옹관이 어떤 문화적인 가치에서 세계적인 보편가치를 가지게 될 것인지는 앞으로 비교문화적인 연구를 통하여 확고하게 확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옹관문화와 함께 다른 장제 또는 그러한 문화와 관련된 종속적인 문화인자들에 대한 연구 역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세계사적인 흐름에서 한반도에서 북쪽으로부터 흘러오는 장제분묘 문화의 대표적인 것으로서 적석총이나 석관묘 등의 분묘와 남방계라고 할 수 있는 옹관묘가 한반도에서 어떻게 문화융합을 이루어내는지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유라시아 인구이동사에서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에 대한 넓은 시각에서 연구와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중국 화남지방-한반도 남부-일본의 서부를 잇는 문화적인 흐름과 공유관계에 대해서 국제적인 담론을 구체화하여 마한지역 남방문화의 특성이 지역적인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에서 문화적인 역동성의 한 증좌로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군민의 적극적 참여와 관심도 중요

세계유산으로 가는 길은 많은 기대가 있지만 하는 과정은 지난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사회의 큰 성과이고 경제적으로도 좋은 결실을 가져올 것은 틀림없다. 그동안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과정을 보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경쟁적으로 등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두 가지는 마한문화의 특성을 세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고 실제로 그 가치를 발현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산의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내의 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작업을 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한국은 국력이 크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인정해 주는 면도 있지만 당연히 내용에서 철저함이 중요한 것이고 국제화가 중요하다. 여기에는 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제저널에서 논문들을 생산하는 것도 포함되는데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한 지원체제의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결국 대중들의 참여이다. 문화적인 내용의 세계적인 가치에 대한 인지의 범위가 넓어지고 또한 대중의 참여에 의한 가치의 확산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는 지방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행정조직을 구성하고 문화재청이나 관계기관 그리고 대중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세계유산 본부에서도 평가 지표에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사전에 전략을 수립하고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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