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 홍 /  서호면 몽해리 전 목포시 교육장 전 전남교육청 장학관 전 목포석현초 교장
이 기 홍 /  서호면 몽해리 전 목포시 교육장 전 전남교육청 장학관 전 목포석현초 교장

일장기를 태워 일본을 이길 수만 있다면 우리 모두 일장기에 불을 지르자. 일본을 욕해 우리가 평안할 수만 있다면 오천만이 떼창으로 날이면 날마다 일본을 욕하자.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일본에 대해 정도 이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다른 나라라면 간과할 일도 지나치지 못하고, 그것에 대해 냉정한 사람에게는 친일파니 매국노이니 하는 광기를 부려왔다. 

일본은 우리가 그렇게 함부로 대하고 그렇게 과소평가해도 아무렇지 않는 국가가 아니다. 경제력이나 기술 수준,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의 위상을 생각하면 우리가 너무 무모함을 알아야 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일본인들의 고조부모나 증조부모가 우리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해서 그들에게 증오를 퍼붓고 그들에게 반성을 강요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반문도 해보아야 한다. 조상님의 뼈다귀나 팔아먹고 사는 것이 코미디라면 조상님의 잘못으로 주눅들어 사는 것 역시 코미디다. 우리는 일본을 다른 강대국에게 그리하듯 여러 가지를 고려하며 대해야 한다. 그것이 국제사회의 질서이고 우리가 나아갈 길이다. 일본인 스스로 그리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더 이상 지난 날 저지른 빚 청산을 강요하지 말자.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이 일본인과 자유롭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넓고 푸근한 마당을 마련해 주자.

우리들이 긍지로 생각하고 카타르시스까지 느끼는 명량해전을 파헤쳐보자. 명량해전 다음 날 벌어졌던 실상은 통쾌함을 상쇄한다. 국가라는 존재를 믿을 수 없어 하루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 이순신 장군 휘하에 몰려들었던 300여 척의 어부들과 상유 십이라 기록되며 청사에 길이 빛나는 이순신 장군 휘하 수군 역시 젖 먹던 힘까지 보태 고군산 열도까지 피신했다. 명량해전의 치욕을 씻기 위해 광풍이 몰아치듯 반격해 온 왜군들의 전력은 이순신 장군의 전략전술 못지않게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자랑스러운 역사는 침소봉대 됐을 수 있음을 짐작하고, 치욕스러운 역사는 봉대침소 됐을 수 있음도 의심해 봐야 한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우리와 일본을 비교해 보자. 일본은 4개의 큰 섬과 7천여 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됐다. 인구는 1억 3천만으로 우리의 2.6배이며, 국토는 38만 ㎢로 남한의 3.8배이다. 후지산은 3천776m이며 2천m 이상의 산이 500개나 된다. 시가총액이 10조 이상인 기업체 수가 우리는 29개인데 일본은 115개이다. 대외 자산이 우리는 1천614조인데 일본은 1경 124조로 28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에 확보된 토지를 보면 우리가 30만 ㏊인데, 일본은 1천200만 ㏊로 일본 국토 크기의 3분의 1 정도다. 남미에 대규모 농장과 광물 채광권을 다량 확보하고 있다. 군사적인 면을 보면 군인 수는 우리가 62만, 일본이 25만이지만 우리에게 없는 공중 급유기도 6대나 가지고 있고, F 35기도 147대로 우리의 40대보다 3.7배다. 이지스함은 일본은 8척인데 우리는 3척이다. 노벨상 수상자 수를 보면 우리가 1명인데 일본은 29명이고 그 중 20명이 이공계다. 유엔에 우리가 6천3백만 달러 정도의 분담금을 내는 데 일본은 2억3천8백만 달러 정도이다. 일본의 엔화는 미국의 달러화, 유럽연합의 유로화와 함께 세계 3대 기축 통화이다. 

이러한 통계를 토대로 일본의 국부는 우리의 약 20~25배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미국·중국 다음으로 세계 3위의 강국이다. 더 이상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언행으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말자. 냉정히 생각하고 후손들에게 누를끼칠지도 모르는 자세는 버리자. 결국 우리의 아이들은 좋건 싫건 간에 일본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래 과거만을 들추지 말고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로 나아가자. 

우리 주변에 반일 감정을 조장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있다면 그 의도를 의심해 보자. 반일로 이익을 취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위 반일을 사고파는 장사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안중에 어찌 우리의 미래가 있겠는가. 일본을 욕해 후련할 수만은 없다면 이제 일본에 대해 평상심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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