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 농민들이 다시 트랙터를 앞세우고 거리에 나섰다. 전국에서 모인 농민들이 11월 17일 서울 도심에서 총궐기대회를 갖고 농민이 주인되는 새 세상을 농민들의 힘으로 만들어 가자고 외쳤다.

이에 앞서 한국농업경영인 영암군연합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영암군연합회 등 영암군 농민단체들도 11월 9일 오후 영암군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한국전력공사 영암지사를 거쳐 영암군 통합RPC, 시종 터미널까지 트랙터를 몰고 행진을 벌였다.

본격적인 투쟁을 선언하며 거리로 나선 농민단체들은 적폐 농정을 갈아엎고 농민기본법 제정, 식량주권 실현, 공공농업으로 전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의 외침이 더욱 절절히 다가온 것은 농촌의 현실이 갈수록 녹록치 않다는 사실이다. 이상 기후로 냉해, 태풍, 장마 등 자연재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농업은 언제부터인가 이상 기후의 최일선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믿었던 재해보험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것이 되어 버린 지 오래고, 겨우 자연재해를 피해 정성들여 키운 농산물값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생산물량이 많으면 자동 시장격리를 해야 하지만 외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쌀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고, 농민들의 조합인 농협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해방 이후 최초로 정부 예산에서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3%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 대응을 핑계로 농업예산은 해마다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농업 홀대를 넘어 농업 포기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농사를 짓던 땅에 하나둘 생겨나던 태양광은 어느덧 수많은 농지를 잠식하고 있다. 농민들은 더 많은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위해 공기업인 한전이 변전소 건설을 강행하며 농민들로부터 농지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마침, 지난 11월 10일 영암군 농정혁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그동안 지역 농업발전을 위해 애써온 관련 단체 대표들이 위원으로 위촉돼 앞으로 영암농정의 주요 현안 의제와 정책을 발굴하고 실현 방안을 공동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에 발족한 농정혁신위원회가 영암군 농정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고 농민 중심의 정책이 추진되어 영암 농민들만이라도 칼바람을 맞으며 거리 투쟁에 나서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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