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부산 영도구는 일제강점기 해양수산업의 중심지이자 근대 조선 및 수리산업의 기지라는 역사·문화·산업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한때 이곳 항구에는 거대한 배와 기술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각종 화물이 모여드는 보세창고 옆에는 어묵, 두부 등 해양식품 제조업 상권이 발달했다. 조선업 등의 산업시설 폐쇄와 주변 부산시청사 이전 등으로 인구가 유출되면서 원도심 전통골목상권이 쇠퇴하고, 폐·공가가 급속히 늘어났다.

2019년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영도구는 전국 광역시 도심 중 소멸 위험도에서 부산 동구, 광주 동구, 대구 남구, 대구 서구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인구도 줄고 빈집이 대대적으로 늘고 슬럼화가 진행되면서 원래 살던 사람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악순환이 펼쳐지며 도심이 시골보다 붕괴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영도구는 2019년부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경제 활성화, 청년 일자리 창출, 문화관광·주거환경 개선 등 여러 분야에서 국토교통부, 부산시와 함께 대형 도시재생사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경제기반형인 ‘근대 조선산업의 1번지’ ‘대평동 해양산업의 혁신기지로의 전환’ 등의 사업명으로 선정돼 도시재생을 진행하고 있으며 쇠락한 근대 조선산업을 기반으로 해양산업 혁신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더불어 문화적 도시재생으로는 영도문화원이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를 테마로 설정하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각종 사업을 진행했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는 근대 조선산업의 1번지였던 대평동 일원을 해양산업의 혁신기지로 2025년 말까지 6년간 국·시비와 민자로 2천억원을 들여 선박부품 데이터화(3D 스캐닝) 및 시제품 제작지원 등 수리조선 혁신센터를 구축한다. 또 수리조선 기술센터에서는 수리공정 가상체험(AR·VR)과 장인기술 전수교육이 이뤄지고 주변에는 지역산업 복지센터와 행복주택 등도 건립된다. 이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5천7백억원, 일자리 창출효과는 6천963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부산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협약을 맺고 노후 공업지역이었던 청학동 일대를 산업혁신 공간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 일대는 해양 신산업 기능과 상업·업무·주거 기능 등을 갖춘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2단계로는 문화 콘텐츠, 정보통신기술, 메카트로닉스, 에너지 클러스터 등 연관산업도 조성한다.

민간기업 참여한 ‘대통전수방’ 

영도구는 2015년에 선정된 중심 시가지형 도시재생사업으로 영도구 봉래동 일원에서 ‘대통전수방(大通傳受房)’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대통전수방’의 ‘대통’은 운수대통(運數大通)에서 가져온 의미로 지역 내 역사와 문화, 그리고 기술을 크게 전승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사업은 2021년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지만 현장지원센터를 운영한 ‘(사)삼진이음’은 해체되지 않고 계속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실시한다는 점이 타 도시의 재생사업과는 다른 차별점이다.

삼진어묵은 비영리 사단법인 ‘삼진이음’을 만들어 주민 창업을 지원했으며 주변에는 어묵뿐만 아니라 두부, 국수, 양복점 등 50년이 넘은 전통 상점이 많은 것을 활용해 장인들의 기술을 청년들에게 전수하며 지역 전통산업을 부활시켰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통전수방’은 크게 5가지 카테고리로 전수창업지원프로그램 전통산업 통합 프리존 조성, 프리마켓(M마켓), 공간활용대학, 주민대학, 상인대학 등으로 운영됐으며 사업기간 동안 총 8만5천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또 참여한 인원 중 2천634명이 각자의 분야에서 지역을 변화시키는 주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전통산업 통합 프리존 ‘프리마켓(M마켓)’은 ‘대통전수방’을 통해 창출된 대표 컨텐츠로 영도 내 전통산업 기업과 장인, 부산 내 젊은 창업가들이 참여하는 지역대표 프리마켓으로 자리매김했다. 누적 방문객 수는 8만5천여명, 참여 셀러는 651명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눈에 띠는 성과를 거뒀다. 누적 매출은 약 5억원을 기록하는 등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소상공인 창업 플랫폼인 AREA6는 오픈이후 영도의 신생 핫플레이스(인기 장소)로 자리잡았다. 이곳에는 (사)삼진이음의 컨설팅을 받아 리브랜딩에 성공한 지역 브랜드 ‘희희호호’ ‘인어아지매’ ‘부산주당’ ‘송월타월’이 입점하여 소비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빈집 없는 ‘베리베리 굿’ 봉산마을

조선산업 침체로 빈집이 늘어난 봉산마을은 2018년부터 뉴딜사업으로 ‘빈집 없는 베리베리 굿 봉산마을‘을 진행하며 노후화된 폐·공가들을 생명이 충만한 활력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빈집을 사들여 공동작업공간(코워킹  스페이스), 도시 스마트 농장 조성, 마을 꽃길 조성 등 환경개선을 실시했다. 

일을 통해 주민들이 블루베리 등 농산물을 스마트 농장에서 수확해 가공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청소년들의 견학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주민 공동협의체가 마을 내 폐·공가 관리 및 집수리 플랫폼 등을 구성하고, 지역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봉산마을에서는 사업의 성과를 활용해 2019년에 ‘봉산마을 골목정원 축제, 모여라 꽃봉산’을 개최했다. 봉산마을의 지역역량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첫번째 축제로 지역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꽃봉산 영화제와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또한 골목 정원과 주민 가드닝, 다양한 작품을 마을 골목에 전시하거나 공가·폐가를 활용한 갤러리를 운영하고 골목 투어와 스탬프 투어도 진행해 관광객들이 마을 곳곳을 둘러보는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

영도구 대평동은 1887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인 ‘다나카조선소’를 시작으로 여러 조선소와 수리 조선소가 들어선 곳으로 해방이후 우리나라의 자체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대평동은 1970~80년대 수리 조선업의 중심지가 됐다. 이후 원양어업이 활황세를 띄며 대평동은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다가 점차 쇠퇴했다.

오랜 조선산업과 관련된 문화적 유산을 활용한 대평동 ‘깡깡이 예술마을’은 해양문화수도를 목표로 삼으며 영도 도선(나룻배) 복원, 퍼블릭 아트, 마을박물관, 문화사랑방’, 공공예술페스티벌, 깡깡이크리에이티브 등 6개의 핵심사업과 19개의 세부사업을 통한 도시재생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소금, 성냥, 해산물, 솥, 로프(줄), 간장, 양조, 레코드, 석유 등 9가지 특산물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마을 이름 ‘깡깡이 예술마을’은 일제강점기에서 20세기 초중반 근대산업화 시절, 녹쓴 배 철판을 망치로 내리칠 때 이 동네 일대에 울려 퍼지던 소리 ‘깡깡’에서 유래했다. 조선소에 근무했던 여성 노동자를 깡깡이 아지매라고도 불렀다고도 한다. 

이 사업은 마을이 선사하는 풍광과 독특한 정취에 감탄한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의 문화기획자들이 공모에 참여하자고 제안했고 대평동마을회, 영도구청, 영도문화원이 함께 힘을 모았으며 2015년 ‘예술상상마을’ 사업 공모에 대평동이 최종 선정됐다. 영도구청은 사업예산 관리·운영, 기관 협력과 행적 지원을 담당했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은 사업을 기획·진행하고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했다. 대평동마을회는 주민 대표로서 마을공동 재산을 직접 관리·운영하고 마을해설사를 통해 외부 방문객들에게 마을을 소개하고 알렸다. 영도문화원은 산업예산 분배와 관리 추진협의회를 맡았다.

특히 마을공동 자산이 있는 대평동마을회의 존재는 주민들이 공동체성을 잃지 않고 주민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을 이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후 영도문화원이 구성한 ‘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은 마을회 사람들, 식당 주인, 공업사 사장, 깡깡이아지매 등 다양한 마을의 구성원들을 인터뷰하고 도시재생의 밑그림을 그렸다. 우리나라 근대조선산업의 발상지라는 역사성과 부산의 문화 원형을 바탕으로 마을브랜드를 개발했다. ‘바다를 건넌 사람들, 산을 오른 사람들’, ‘북항과는 차별화된 남항의 재창조’, ‘원도심과 절영도를 연결하는 관문’이라는 세 가지 기본 방향을 설정했다. 해양, 재생, 커뮤니티 중심의 항구도시 부산의 원형 재창조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예술상상마을을 구현하고자 했다.

영도문화원 관계자는 “문화적 재생사업을 통해 최근 근대역사와 산업유산, 해양문화로 마을의 매력이 재발견되면서, 마을 곳곳에는 전에 없던 활력들이 돋아나고 있다”면서 “그렇게 깡깡이예술마을은 새로운 시간들과 건강한 기운들, 그리고 삶과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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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배근ㆍ김진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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