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이주단지의 구도심 

성남시는 우리나라 최초로 서울의 위성도시로 개발된 곳이다. 구도심은 주택가로 1960년대 서울 청계천 주변 철거민의 정착을 위해 성남시 주택단지 경영사업이 실시됐으며 1970년대에는 서울특별시의 불량주택 철거에 따른 철거민 이주단지 일부를 경공업 산업단지로 조성했다. 

당시 무계획적으로 택지조성 공사도 거치지 않고 산에 그대로 집을 지어 길이 경사가 심하고 좁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980년대부터 분당구에 신도시가 들어섰다.
성남시는 수정구와 중원구의 쇠퇴원인을 60~70년대 구릉 및 산 지역에 철거민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주택 노후화와 과소필지 밀집으로 주거와 생활환경이 쇠퇴하고 분당·판교·위례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줄고 상권이 침체된 것으로 분석했다. 2010년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와 도시계획 규제, 경사지 및 과소필지 밀집 등으로 개발 사업성이 낮아졌고 종합적인 환경개선을 위한 정비사업도 난항을 겪게 됐다. 또한 신도시의 노후화 진행과 함께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으로 대규모 유휴지가 발생했다.

성남시는 2017년 본 시가지와 분당 신 시가지의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각각의 도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생에너지 공유를 통한 지역격차 해소를 가장 큰 목적으로 하는 도시재생 전략을 세웠다. 시 전반을 어우르는 도시재생 전략계획의 비전을 ‘공감과 이음을 통한 삶터와 일터의 재창조, 공감 터전 성남’으로 설정하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3가지 전략을 제시하며 도시재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숨’ 

마을에 문화와 예술을 입힌다는 문화예술가, 문화기획자들이 뭉친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숨’은 2003년 비영리민간단체로 출발해 2011년 성남시의 문화공동체 만들기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마을재생사업에 뛰어들었다.

‘문화숨’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같은 과거 굵직한 하드웨어적인 사업들과 달리 문화와 예술을 마을에 덧입히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다. 성남시 수정구 수정로에 위치한 ‘문화숨’ 사무실에는 마을을 새롭게 가꾸는 일에 몸을 던진 3명의 정예 멤버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 외에도 ‘문화숨’은 개별 프로젝트에 따라 투입되는 문화예술 분야의 후원회원까지 50여명에 달한다. 사업은 크게 아카데미, 커뮤니티 공간조성, 커뮤니티 문화기획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아카데미는 인력양성(공동체 리더, 코디네이터 강사), 마을계획 수립, 커뮤니티 워크숍과 컨설팅, 시민 문화예술교육 등이다. 커뮤니티 공간조성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고 공공미술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커뮤니티 문화기획은 커뮤니티 디자인(대상지역 총괄 디자인),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 축제와 이벤트 등 행사 대행이 포함돼 있다.

‘문화숨’ 관계자는 “요즘 도시재생 패러다임이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이다”며 “옛날에는 길을 넓히는 등 하드웨어만 있었다면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특히 주민참여가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된 도시재생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숨’은 마을 계획수립 아카데미를 통해 경기도, 경기도문화재단과 함께 지역재생에 관심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마을 탐색단을 꾸려 마을의 풍경, 공간, 사람 등을 탐색해 책으로 엮어 마을사람들과 공유했다. 또 경기도, 경기문화재단과 함께한 지역맞춤형 문화재생 모델 개발인 ‘보이는 마을’을 통해 태평2동 오거리 일대를 변화시키기도 했다.

‘문화숨’이 태평동에서 한 일들

‘문화숨’은 사회적협동조합이 고개를 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수년 동안 문화예술을 통해 마을을 회복시키는 일들을 시작했다. ‘문화숨’이 새롭게 디자인 한 대표적인 마을 중 한 곳은 성남시 태평2동 커뮤니티 디자인으로 공간디자인, 축제디자인, 관계디자인을 실시했다.

우선 공간디자인으로 다복경로당을 마을 여러 세대가 공유하는 장소로 변화시켜 남녀노소가 이용하는 활력있는 ‘다복마실’로 리모델링 했다. 다복마실의 현판과 다복정원의 글씨를 다복경로당 이사가 직접 썼고 공사 중 경로당 어르신들과 밥을 먹으면서 함께 공간을 조성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남겼다. 인상적인 성과로는 관계디자인으로 ‘마을학교 사이공방’을 꾸린 것으로 도자기, 액세서리, 캘리그라피, 바느질, 뜨개질 등 다양한 솜씨공방을 통해 마을 주민들 간의 관계 형성을 이끌어 낸 것이다.

양말목 리사이클링 공방은 태평2동에 밀집한 양말공장에서 버려지는 양말목을 가지고 차받침이나 방석 등을 짜는 체험 프로그램인데 마을 양말공장 사장이 전달해준 각양각색의 양말목이 차받침이나 인형으로 재탄생했으며 참여한 마을 사람들의 우애도 돈독해졌다.

‘문화숨’ 관계자는 “주민들이 가진 지혜가 많더라. 건설 노동자 출신 주민들이 많은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마을에 공유하는 지혜공방을 8월에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공동체적으로 엮이는 관계 맺기가 중요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 마련도 필요하다. ‘문화숨’은 앞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마을재생과 공동체 형성을 위해 다양한 상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잠든 골목길을 깨우다

‘문화숨’은 도시 노후화로 침체된 태평오거리 길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누구나 놀이시장’이라는 행사를 기획했다. ‘누구나 놀이시장’은 청소년, 마을상인에 관계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주체 운영단체가 프로그램의 기획이나 실행을 일임하는 여타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비교해 ‘누구나 놀이시장’은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가면놀이터, 물총싸움, 골목 드로잉 등 ‘놀이학교’ 팀원들이 직접 구상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놀이체험 존’과 ‘벼룩시장 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벼룩시장의 수익금 중 10%는 마을기금으로 적립된다. 좋은 취지로 진행되는 행사는 태평2동의 상인들 뿐만 아니라 주민센터와 복지회관, 경로당의 어르신들까지 다도와 연필꽂이 만들기 체험, 핸드메이드 수세미 판매 부스를 운영함으로써 ‘누구나 놀이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기타 버스킹 공연과 트로트 가수의 초대 공연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남녀노소 함께 즐기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문화숨’ 관계자는 “문화숨의 프로그램이 참가자뿐 아니라, 마을에 사는 여러 주민들에게 널리 공유되었으면 한다”면서 “태평오거리의 길을 모두 활용하여 더 많은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문화숨’은 성남 시민들과 함께하는 사회적경제의 선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2011년도에 창립한 이래 꾸준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문화숨’은 지역사회 문제해결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예술적 역량으로 뭉친 조합원들의 노력으로 성남을 문화적 공동체로 숨 쉬게 하고 있다.

문배근ㆍ김진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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