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들녘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벼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풍요로움이 넘실댄다. 하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쌀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이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나락 값이 제대로 형성되지 걱정이 태산이다. 장사꾼들이 나락을 싸게 매입하기 위해 올해 나락 값이 낮게 형성될 것이라는 헛소문을 퍼뜨리면서 장난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관내 4개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영암군통합RPC가 올해 수매 나락의 우선지급금을 6만3천원에 결정하고 이후 변경하지 않겠다는 소식에 농민회를 비롯한 영암군 농업인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농업인단체들은 통합RPC가 나락 값이 올라도 변경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그동안 우선지급금이 해오던 가격지지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나락 장사꾼들이 헛소문을 퍼뜨리며 장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통합RPC가 나락 가격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은 농협의 주인인 농민을 배신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업인단체들은 현재 정부의 공공비축미 물량이 14만 톤에 못 미치고, 정부가 올해 공공비축미 10만 톤을 추가 매입할 것을 발표한 점, 그리고 전북과 충청 등 일부 지역에서 수해 등으로 인해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점 등 여러 요인으로 올해 나락 값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통합RPC가 우선지급금을 6만3천원에 묶어두고 나락 값이 올라도 변경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자칫하면 나락 가격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르려는 나락 값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농촌에는 수도작 위주의 농업이 주류를 이루면서 농촌경제를 이끌고 있다. 따라서 벼 수매가는 농업인들의 생명줄과도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년 농사의 근간이 되고 있는 벼 수매가는 결국 농촌가정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을 떠받치는 젊은이들이 없는 현실에서 농업·농촌을 살리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 가을 수확철을 맞으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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