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나눔 문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학산면 덕수마을 백흥운(94) 옹은 올해도 추석 명절을 맞아 독거노인, 조손가정 등 저소득층과 경제적으로 어렵고 소외된 주민들에게 햅쌀 200포대를 전달,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구순을 훌쩍 넘긴 ​백 옹은 지난 2006년부터 해마다 추석 명절엔 손수 경작한 논에서 수확한 햅쌀을 덕수마을은 물론, 이웃 마을에도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전달했다. 마을회관 건립기금으로 500만원을 기부하고 여자경로당 에어컨 설치비 200만원을 지원해주는 등 마을발전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또 봄철 마을노인들에게 관광비 전액을 부담, 효도 관광을 시켜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09년에는 서호면 몽해리에 있는 논 10여 마지기를 마을영농회에 무상으로 이전해줘 자신의 사후에도 계속하여 햅쌀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백 옹은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이 같은 선행을 꾸준히 해왔던 것이다. 주민들은 수년 전, 백 옹의 뜻을 기려 공적비를 세워 보은했다.

한 촌로의 십 수년간 이어진 이웃사랑은 이 시대의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성공한 사람들의 나눔과 사회적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공동체 구현을 위해 그들의 부와 재능을 나누는 고귀한 활동이다.

다시 말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주체가 성공한 사람들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라면, 이 촌로는 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의 할아버지일 뿐이다. 그럼에도 해마다 잊지 않고 어김없이 독거노인, 조손가정 등 저소득층과 경제적으로 어렵고 소외된 주민들에게 햅쌀을 나눠줘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백 옹은 “이제 나이가 많아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살아있는 한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조그만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지역사회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이 시대의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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