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출신 이숙자 씨(숙자 리-피셔·70)가 이민자들을 위한 보금자리 KCI(Korea Center for Immigration)를 세워 지난 8월 27일 개원했다. KCI는 이민자들을 위한 센터 역할을 맡아 도움을 주는 곳이다.

대표 이숙자 씨는 40여 년 전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였다. 그곳에서 일하던 중 지금의 남편 파울 게하르트 피셔(Paul-Gerhard Fischer) 씨를 만났고, 결혼해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은퇴 후 고국에 살고 싶은 마음으로 어릴 적 고향인 영암읍 송평리 평장마을에 새 둥지를 틀었다. 다행히 남편도 이숙자 씨의 그런 바람을 이해해주었고, 잘 따라주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오고 초반에 그가 겪은 고충과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국은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의 언니들도 그가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있어서 그랬는지 마치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모국어인데도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적당한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제가 바보처럼 느껴졌죠.” 당시의 심경을 그는 이렇게 술회했다. 

어렵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 있는 성격은 아니었다. 해결해야 할 일들,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 같았던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녔다. 그러다 세종로에 있는 글로벌 센터를 찾게 되었고, 그곳 소장에게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그곳에서 봉사하기 시작했다. 그의 영민함을 알아챈 소장이 그를 채용한 것이다. 일년 중 절반은 영암에서 절반은 서울에서 생활하게 된 배경이다.

그는 지난 5월 ‘세계인의 날’에 법무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민자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애써온 그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한국에서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된 그는 37년 동안 통·번역사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국제통·번역사무소를 운영했다. 그리고 수수료를 내기 힘든 한국 유학생들과 재독 한인들에게 무료 통·번역 봉사를 했다. 그의 봉사 정신은 독일에 파견되던 순간부터 발휘되어 타국에 있는 한국인들을 위해 이어지다가 돌고 돌아 고국인 한국에서 다시 꽃피우게 된 것이다. 

“처음에 독일에 갔을 때, 제가 이방인으로 독일에서 겪었던 어려운 점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독일 정부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덕분에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었고, 빨리 적응할 수 있었죠. 낯선 나라에서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이때 느꼈던 고마움을 모국에 돌아와 이주민과 외국인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었어요.” 

이숙자 대표가 KCI를 설립하게 된 이유다. 자신이 처음 독일에 갔을 때 느꼈던 고립감과 막막함, 그리도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느낀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 한국이라는 사회에 낯선 이민자들이 그런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이숙자 씨의 마음과 정신이 담겨 있다. 

지난 8월 27일 KCI 개원식에는 각 나라의 대표 13명이 모였다.<사진>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축소된 조촐한 행사였다. 영암출신 이숙자 대표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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