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선진지를 가다 - 강릉시

도시재생과 문화적 도시재생

도시재생은 자력 기반의 쇠퇴지역에 공공의 재원을 투입해 그 지역의 고유 특색을 살려 경제·물리·사회·문화·복지적인 측면의 기능을 개선하고 구도심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국가, 지방정부, 건설사, 전문가들 중심의 하향식 방식이 아닌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주민 참여형으로 진행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도시개발의 다른 형태로서 지자체와 커뮤니티 주도의 지속 가능한 도시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민의 참여과정이 부족하고 주민의 일상적인 삶에 다소 미치지 못하거나 공공성 부족 등의 문제점에 나타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문화도시 사업의 상생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개선점을 찾아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그동안 폐산업 시설 및 산업단지 유휴공간 문화재생,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 문화도시 예비사업,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일정 부분 문화적 도시재생의 경험을 축적해왔다. 현재 2018년에 이어 계속사업을 가져간 3개 도시에 16개 도시가 더해져 전국적으로 19곳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른 문화적 도시재생은 사회·경제적으로 정체되거나 문화가 소멸될 위기에 처한 구도시를 대상으로 문화의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문화예술인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살면서 공유하고 이를 지역사회 각 분야와 연결하면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는 등의 의미있는 효과를 바탕으로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사업이다. 공공이용 공간에서 주민과 소통하는 창의적인 문화 활동을 통해 지역 활성화와 문화적 장소를 생성하거나 쇠퇴지역을 문화중심 구역으로 재구성해 구도심의 활력을 제공하고 지역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강릉시 서부시장 문화적 도시재생

2019년부터 강릉시는 구도심 중앙동에 소재한 서부시장 일대에서 지역 활동가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서부시장 내부의 공유공간을 재구조화해 시민과 예술인이 만드는 문화생태계 형성을 통한 문화적 도시재생을 위해 실시됐다. 주민참여 프로그램으로는 서부시장에서의 주민 커뮤니티 ‘다섯 개의 방’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22년까지 3년 동안 15억원을 투입해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침체한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서부시장 2층에는 각기 다른 컨셉을 가진 다섯 개의 방이란 의미의 ‘오방’을 열었다. 다방, 책방, 주방, 규방, 점방 등 각각의 공간별로 활동가를 발굴하고 공유공간을 거점으로 해 물건을 판매하는 ‘점방’, 소셜 키친으로 활용되는 ‘주방’, 공동 창작공간인 ‘규방’ 등 각기 다른 컨셉의 공간 5곳이 만들어지고 각 방에는 강릉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가들을 방장으로 해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강릉문화재단의 주도로 강릉 집수리 아카데미, 강릉 도시탐사대, 다섯 개의 방 오방, 강릉 네트워크 창의파티를 추진했다.

강릉 집수리 아카데미는 노후 주택을 스스로 고치는 자생적 주거환경 개선 문화의 확산을 위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집수리 관련 전문교육, 창업, 도시재생사업 연계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추진했다.

강릉 도시탐험대는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의 실태를 진단하며 사회적 의제를 만들었으며 건축, 환경, 문화유산, 공공디자인 분야 전문가들과 시민으로 탐사대를 구성해 답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시민 참여도를 높였고, 시민 의견을 반영한 개선안과 각 요소의 활용방안을 도출했으며 결과물로는 강릉문화지도를 출판하고 전시회를 가졌다.

가장 잘 알려진 오방은 메이커스(스스로 제품을 제작) 문화 확산과 생활문화 활성화를 통한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다양한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강릉 네트워크 창의파티는 지역 내 청년, 문화예술인 등의 창의적 사례발표와 공유를 통해 상호 학습하며 인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월 1회 정기모임을 가지며 참석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주제 및 발표자 선정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민 주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강릉시의 2019년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 성과들은 전국 사례발표에서 잇따라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주관하는 ‘2019 문화-도시-재생 전문가 강의&공동연수회’ 추진 중인 2019 문화적도시재생사업 ‘지금은 서부시대’가 1등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2019 지역문화전문양성사업 최종기획안 발표회에서 강상윤 씨(강릉)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상을 수상했다.

강릉시는 기업과의 공동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7월 양진모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 협약식을 갖고 서부시장의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인 ‘살맛 나는 중앙동’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사회적기업인 공공미술프리즘은 관광객 유입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청년 창업팀 유치 등을 맡았다. 사업을 통해 서부시장을 지역음식과 상품, 축제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인 ‘푸드 홀’로 바꾸기로 했다. 푸드 홀은 음식점이 모여 있는 푸드코트와 달리 식당과 카페 등을 기반으로 콘서트, 스포츠 경기, 페스티벌 등 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 키워드

강릉시 관계자는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사례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힘들지만 지역주민을 주체화시키고 문화적 리더를 발굴해 지속가능한 동력을 확보해 간다”는 등의 다섯 가지의 내용을 설명했다.

첫째는 기존의 창조적인 인력유입 의존도에서 벗어나 지역 내에서 가능성을 찾아내고 내부에서 발굴해 학습하며 리더로 성장시키는 전략으로 진화해야 한다.

둘째, 공간에 대한 접근의 변화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에서 새롭게 사용할 공간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공간에 대한 서사적인 접근, 다각적인 탐사 등을 통해 지역의 장소적 가치를 복원해 내야 한다.

셋째, 문화 매개집단의 육성과 협업이다. 예술가와 지역주민을 연결하는 다양한 문화기획자, 시민사회단체, 사회적 경제조직, 중간지원 조직의 협업과 육성이 필요하다.

넷째, 지역주민의 삶과 이야기가 콘텐츠인 예술이 되어야 한다. 일상공간은 바로 주민들이 살아온 생활공간이기에 그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 자체가 예술이다. 누구나 쉽게 공유할 수 있기에 도시 일상의 공간과 삶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주민들의 힘에 의해 공간, 도시의 꿈과 상상을 그려가야 한다.

문배근ㆍ김진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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