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객지 생활하다 수년 전 귀향
■ 김종헌·이경희 부부

대한민국의 인구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대한민국은 사라지는 도시와 살아남을 도시로 분류되는 가운데 수도권 인구는 집중이 심화되고 지방에는 인구소멸 위험지역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거부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도 고향 영암에 돌아와 뿌리를 내리고 이웃과 어울리며 자신들의 세계를 개척해온 아름다운 부부가 있다. 이들은 영호남 커플이다.

영암군청 앞 사거리에 ‘왕인인쇄광고’라는 간판을 걸고 수제옥도장을 제작하고 있는 김종헌 씨는 신북면 소재지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이공대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창원의 방산업체에서 근무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의 반려자인 이경희 씨를 만나 신혼살림을 차렸다.

그 후 서울 충무로에서 인쇄업을 하던 친구의 간곡한 요청으로 상경하여 관리업무를 맡았는데, 인쇄기술자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모든 일을 전담하게 되어 몸과 마음을 혹사하다가 건강이 악화되어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김씨가 고향에 자리를 잡고 건강을 회복한 데는 아내의 절절한 헌신과 사랑이 있었다. 아내는 남편을 내조하면서 지역 봉사활동과 여성들의 권익을 신장하는 활동에 참여해 왔으며, 현재 신북농협 주부대학 회장과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 영암군지회 총무를 맡고 있다.

명함과 인쇄물 제작, 기념품 제작 등을 하는 김종헌 씨가 정성을 기울여 하고 있는 일은 해남 황산의 옥광산에서 나오는 전각인재로 나만의 옥도장을 만드는 작업이다. 주문을 받아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수제옥도장은 갈고 닦은 독창적인 글씨체로 예술의 경지를 이루고 있다. 개인과 단체의 주문을 받아 수제옥도장을 만들어 온 김씨는 이를 문화관광 상품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광주 대인동 재래시장 마켓과 광주 김대중센터에서 열린 핸드메이드페어 등 여러 이벤트 행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아내와 함께 호주 시드니의 그래이드 마켓에서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상품을 소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영암을 알리기 위해 월출산 구정봉 큰바위얼굴을 머리에 새겨 넣은 옥도장을 구상하고 있다.    

신북면=류춘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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